‘출구전략 적응’, ‘중국경제 문제 근본적’ 관측 엇갈려
미국·중국발(發) ‘G2 쇼크’로 요동쳤던 세계 금융시장이 25일(이하 현지시간)부터 다소 가라앉을 기미를 보이고 있다.이에 따라 시장의 동요가 진정국면에 접어들었는지, 폭락 이후의 기술적 조정일 뿐 여전히 불안한 상황인지 관측이 엇갈리고 있다.
아시아 증시는 25일 중국 정부의 유동성 문제 대책에 대한 기대감에 낙폭을 줄였으며, 26일 오전 한국, 호주, 일본, 대만 등 주요국 증시가 모두 상승세를 탔다.
미국 증시와 유럽 주요국 증시도 중국 인민은행이 신용경색 완화 의지를 보이고 새로 발표된 미국 경제지표도 호조를 보인 데 힘입어 1% 안팎의 반등세를 보였다.
달러화는 유로화와 엔화에 강보합세를 기록했으며 하락하던 유가도 반등했다.
이에 따라 최근의 증시 폭락은 주요국 정책 변화에 대한 과민반응이었고 시장이 차차 적응하고 있다는 기대감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그동안 미국 경제지표가 호조를 보일 때마다 출구전략에 대한 우려가 커져 증시가 오히려 하락하는 양상을 띠었으나, 25일에는 미국 지표와 증시가 정비례한 점을 보면 시장이 ‘출구전략 리스크’에 적응한 것이라는 평가가 많다.
조너선 루이스 샘슨캐피털어드바이저스 최고투자책임자는 AP통신에 투자자들이 연준의 향후 계획에 대해 덜 반응해 증시 상승에 일조했다면서 “오늘이 바로 소동이 가라앉기 시작하는 그날”이라고 말했다.
아트 호건 라자드 캐피털마케츠 시장전략가도 마켓워치에 “현재의 주기에서 처음으로 (미국의) 좋은 경제지표를 좋은 소식으로 받아들였다”며 “시장이 계속 좋은 경제지표에 긍정적으로 반응한다면 우리가 있어야 할 자리로 돌아간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국 시장 분석가들도 안정화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점치고 있다.
박형중·박정은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앞으로 거시 환경이 자산시장에 그리 우호적이지 않을 것”이라고 전제하면서도 “최근 주식, 채권, 외환 등 자산시장 가격변수가 보여주었던 급변동은 ‘오버슈팅’ 측면이 강해 점차 안정화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세계 경제 전망이 어둡고 중국 신용 리스크와 같은 구조적 문제는 당국자들의 한두 마디로 해결될 수 없는 근본적인 문제이므로 금융시장의 불안은 여전하다는 분석도 만만치않다.
마크 헐버트 헐버트 파이낸셜 다이제스트 창립자는 마켓워치에 실은 논평에서 여러 금융기관의 투자심리 조사, 변동성지수 등을 보면 아직도 투자자들의 낙관적인 시각이 너무 많은 수준이라며 “최악의 상황은 아직 오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무엇보다 중국 신용경색 문제는 그동안 지나친 신용팽창으로 부실해진 금융 부문 때문이며 시진핑 정부가 구조개혁이라는 근본적인 전략을 유지하는 한 계속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이석진 동양증권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중국의 경제정책은 역사적으로 선진국이 겪은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는데, 중국은 미국처럼 자산관리상품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나 어떻게든 조치를 취해야 했던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 정부가 ‘그림자 금융(은행 이외 금융업체의 투명성 낮은 여신)’ 거품을 강제로 터뜨리려 한다는 것이 기정사실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1차적으로 치뤄야 할 대가는 금융시장의 위축”이라며 “중장기적으로 금융 위축이 결국 디플레이션과 비슷한 환경을 조성할지를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채권 시장도 향방이 불안한 것으로 지적됐다.
그동안 금리 상승에 시달렸던 미국 장기 국채는 증시가 상승세로 돌아선 25일에도 금리가 뛰었다. 10년물 수익률은 이날 최고 2.63%까지 올랐다.
짐 매코건 프린서펄금융그룹 글로벌 자산운용 회장은 CNBC에 “많은 채권 매니저들이 무제한 유동성이 영원할 것으로 생각했고 연방준비제도의 (출구전략에 관한) 언급을 부인하고 있었다”며 “이번에는 제대로 충격받은 것 같다”고 전했다.
’채권왕’이라고 불리는 월가의 큰손 투자자 빌 그로스는 마켓워치 칼럼에서 연준의 출구전략 계획이 금리 급등, 실업률 등 구조적 요인을 제대로 보지 못한 데서 비롯한 한 것으로 “너무 성급한 것일 수 있다”고 비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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