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본문제보다 개별 협력사업에 치중’ 간주해 부정적 반응 가능성
박근혜 대통령이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내놓은 ‘대북 패키지 제안’에 북한이 어떤 식으로 반응할 지가 관심이다.이날 경축사에 북한이 줄기차게 요구해온 군사적 긴장 완화와 남북 경제협력 활성화를 위한 근본적인 조치들이 빠져 있다는 점에서 일단 북한이 긍정적으로 반응할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남북관계의 현 상황에서 북한이 우선적으로 추구하는 것은 전날 발표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성명에 잘 정리돼 있다.
조평통은 성명은 한미군사훈련의 중단과 5·24 대북제재 철회, 비방·중상을 포함한 적대행위의 중단 등 남북간 대립과 경색의 요인을 해결해야 한다는데 초점을 맞췄다.
또 “남조선 당국이 주장하는 인도주의적 사업이나 철도·도로 연결, 사회협력 사업들도 사실은 6·15 공동선언과 10·4 선언에 다 반영돼 있는 문제로서 선언들이 이행되면 원만히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며 여러 협력사업은 기존 합의의 이행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날 나온 박 대통령의 대북 패키지 제안은 ‘작은 통일론’을 바탕으로 환경, 민생, 문화 등의 분야에서 당장 실천 가능한 프로그램들을 구체적으로 나열하는 데 집중됐다.
북한이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5·24 조치와 금강산 관광에 관한 직접적인 언급도 없었다.
오히려 북한을 자극할 수 있는 부분도 눈에 띈다.
박 대통령은 “스스로 핵을 포기한 카자흐스탄”을 거론, 북한의 핵 포기를 압박했으며 핵개발과 미사일 발사에 대해서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하게 경고했다. 북한이 ‘핵무력·경제건설 병진노선에 대한 도전’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대목이다.
북한은 그동안 박 대통령을 비롯해 정부 당국자들의 핵포기 압박 발언을 체제에 대한 중대한 비방중상으로 간주하며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내곤 했다.
박 대통령이 제안한 인도적 지원의 활성화와 민생인프라 협력도 북한이 ‘체제통일 기도’라며 줄기차게 비난해온 드레스덴 구상의 연장선에 있는 것으로 간주돼 반발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북한은 박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 제안에 대해 일단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겠지만 제안 모두를 전부 거부할 것이라고 속단하기는 어렵다.
북한이 올해 신년사와 지난 1월 국방위원회 중대 제안, 지난달 국방위 특별 제안과 공화국 정부 성명 그리고 전날 조평통 성명 등을 통해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강한 의지를 시종일관하게 밝힌 만큼 사안별로 손을 내밀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북한이 최근 함경북도 칠보산의 유네스코 세계생물권보전지역 지정을 대대적으로 선전하는 등 생물다양성 보호에 관심을 드러낸 점을 고려하면 박 대통령의 유엔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 총회 초청 제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할 여지는 있다.
결국 남북관계 경색 국면을 돌파하기 위해서는 남북한이 대화를 통해 공통분모를 넓히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남북관계에서는 아무리 훌륭한 제안도 상대방의 호응을 얻지 못하면 탁상공론에 그칠 수밖에 없다”며 “남북한이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계기를 빨리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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