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천·산림 공동관리…내년 광복 70주년 문화행사 공동준비도日엔 새출발 위한 ‘결단’ 주문…원자력협력 통한 관계개선 모색
박근혜 대통령은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남북이 공동으로 참여, 실행에 옮길 수 있을만한 일련의 제안을 패키지 형태로 내놓음으로써 신뢰구축을 바탕으로 한 남북관계 개선의 의지를 드러냈다.통일준비위원회 출범,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 인천 아시안게임에의 북한 응원단 파견 등으로 이어지는 큰 흐름 속에서 남북관계의 전환점을 찾으려는 포석으로 보인다.
이는 세월호 참사 이후 최근 2기 내각을 본격 가동한 박근혜 정부가 집권 2년 차에 남북관계에서 새로운 변화의 시발점을 만들어내지 못한다면 동력약화로 대북정책의 ‘골든타임’을 놓칠 것이라는 관측과 무관치 않다.
박 대통령은 그러나 경색국면을 벗어나지 못하는 한일관계와 관련해서는 내년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을 ‘새출발의 원년’이 돼야 한다고 자리매김하면서 이를 위해 일본 지도자들의 결단을 촉구, 일본의 ‘결자해지’를 거듭 촉구하는데 무게를 둔 것으로 해석된다.
결국 이번 경축사는 광복 70주년과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을 맞는 내년이 시대적 매듭을 짓는 의미를 담고 있는 만큼 이를 활용해 답보 상태에 있는 남북, 한일 관계에서 관계개선의 단초를 마련하겠다는 구상을 담았다고 볼 수 있다.
◇남북 관계 = 박 대통령은 우선 현재의 남북관계를 “너무나 위험하고 비정상적”이라고 진단했다. “분단된 상태로 지속돼 온 69년의 역사”, “핵을 머리에 이고 살아가는 대한민국”이 비정상적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비정상의 역사를 바로 잡고, 통일을 준비하는 일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소명”이라며 북한의 핵포기와 국제사회의 책임있는 일원으로 나서줄 것을 재차 요청했다.
그러면서도 박 대통령은 새로운 한반도를 만들기 위한 해법을 제시했다. 당장 실천 가능한 ‘작은 통일론’을 바탕으로 환경, 민생, 문화 협력의 ‘통로’를 만들어 서로 소통하고, 이를 토대로 한반도 평화를 실현하자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남북 협력의 통로로 ▲하천·산림 관리 공동 협력 사업 ▲북한 대표단의 10월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 총회’ 참석 초청 ▲이산가족 상봉 ▲민생인프라 협력의 본격적 시작 ▲ 남북한 광복 70주년 공동기념 문화사업 준비 등을 들었다.
박 대통령의 이러한 제안은 드레스덴 구상을 흡수통일론이라고 비난해온 북한을 설득하고, 새로운 남북 대화의 계기를 만들어내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특히 한반도 평화와 화해의 메시지를 전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과 통일준비위원회의 본격 가동 등으로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한 대내외적 시기와 여건 등이 성숙해가고 있는 만큼 이제는 남북 협력 채널을 다양하게 가동시킬 수 있다는 판단도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정부가 북한에 제안한 남북 고위급 접촉과 관련해, 박 대통령이 “남북 고위급 접촉에 응해 새로운 한반도를 위한 건설적 대화의 계기를 만들 수 있기 바란다”고 말한 것도 이러한 맥락이다.
이를 반영하듯 박 대통령은 “남북한 주민이 작은 것부터 소통해 동질성을 회복하고, 공동발전을 위한 작은 통로들이 모인다면 생활공동체를 형성할 수 있다”며 “정부는 남북한이 시작할 수 있는 작은 사업부터 하나하나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5·24 조치 완화 혹은 해제에 대한 구체적인 입장표명이 없어 과연 북한이 흔쾌히 박 대통령의 제안에 응답할지는 불투명해 보인다.
◇한일 관계 = 박 대통령은 한일 관계에 대해서도 새로운 변화를 모색했다.
내년이면 국교 정상화 50주년을 맞게 된다는 점을 상기시키며 “이제 새로운 50년을 내다보며 미래지향적 우호관계로 나아가자”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한일관계 개선의 전제로는 “양국간의 과거사 상처를 치유하는 노력”, “일본 지도자들의 올바른 역사인식과 지혜 및 결단”, “군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납득할 수 있는 전향적 조치”등을 요구했지만, 아베 신조 총리 등 정치지도자들에 대한 날선 비판은 없었다.
올해 3.1절 기념사, 지난해 8.15 경축사의 대일 메시지와 비교하면 박 대통령의 어조는 한결 부드러워 졌고, 관계 개선을 위한 구체적인 대안도 담겼다는 평가다.
박 대통령은 이어 동북아 원자력 안보협력 구상을 한일 관계 개선의 단초로 삼았다. 유럽의 석탄·철강분야 다자협력과 원자력 공동체(EURATOM)를 바탕으로 유럽연합(EU)으로 발전했다는 역사적 전례를 들면서다.
박 대통령은 “동북아는 원자력 발전소가 밀집한 지역이고, 원자력 안전 문제가 지역주민에게 큰 위협이 된다”며 “한국과 중국, 일본이 중심이 돼 원자력 안전협의체를 만들어 나가고, 여기에는 미국과 러시아는 물론 북한과 몽골도 참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여기에는 북한의 핵위협과 중일간 군비 경쟁 등으로 동북아 안보 지형이 일대 격변기에 접어든 만큼 평화적인 원자력 이용을 추구하는 안전 협의체를 구성해 동북아 안보의 조정자 역할을 하겠다는 외교전략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재난구조 협력, 기후변화 대응, 마약문제 등에서의 공동협력으로 확대해 항구적 평화와 번영의 틀을 구축해 나가자”며 “이웃국가들이 이런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에 적극 참여해 동북아 새 시대를 함께 만들자”고 말했다.
◇국내 문제 = 박 대통령은 아울러 8.15 경축사의 상당 부분을 “적폐 해소를 통한 국가대혁신”과 “경제 활성화”에 할애했다. 이는 지난해 8.15 경축사와 비교해 확연히 달라진 대목이다.
이는 새누리당의 7·30 재보궐선거 압승으로 세월호 참사 정국에서 가까스로 탈출했고, 2기 내각 출범과 더불어 경제활성화 행보를 본격적으로 담금질 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보인다.
남북, 한일 관계 등 외치에서의 새로운 전환점 마련과 더불어 내치에서도 경제활성화 드라이브를 걸어 민생 회복을 염원하는 국민의 지지를 얻어 내겠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박 대통령은 우선 “새로운 혁신과 변화”를 강조하면서 “잘못된 관행과 적폐를 바로 잡는 대혁신을 반드시 이뤄내자”고 촉구했다. “어느 나라나 과거 잘못을 묻어두고 새로운 미래를 열어간 곳은 없다”며 “그것은 깨진 항아리를 손으로 막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한 것이다.
그러면서 박 대통령은 “창조경제를 통해 우리 경제를 역동적인 혁신경제로 탈바꿈시키고, 규제개혁을 통해 투자를 활성화하고 내수와 수출이 함께 서하도록 하겠다”며 “무엇보다 경제활성화에 국정역량을 집중해 침체와 저성장의 고리를 끊어낼 것”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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