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활동 위축 우려” 목소리도…전경련 등 경제단체 ‘침묵’
연이은 대기업 총수들의 구속에 재계가 긴장하고 있다.재계 14위인 CJ그룹 이재현 회장 구속은 재계에 지난 1월 최태원 SK그룹(3위) 회장과 지난해 8월 김승연 한화그룹(10위) 회장의 법정구속에 못지않은 충격을 주고 있다.
재계 20위권 그룹의 오너이자 총수 3명이 동시에 인신구속을 수반한 고강도 사법처리를 받는 것은 전무후무한 일이다.
새 정부 들어 처음 이뤄진 기업 사정수사의 결과라는 점도 대기업들의 촉각을 곤두세우게 하고 있다.
한 대기업 간부는 2일 “20대 그룹 중 세 곳이나 총수들이 수감된 상황에서 다음 순서가 어느 기업이라는 둥 흉흉한 소문이 끊이지 않고 있다”며 “아무래도 기업들의 대규모 선제투자나 경영행위가 위축되지 않겠느냐”고 분위기를 전했다.
특히 장기화되는 세계 경기불황에다 최근 본격화된 경제민주화 조치들로 인해 ‘내우외환’에 직면한 상황이어서 재계는 더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경제발전을 위해서도 기업들의 투명한 경영은 무엇보다 중요하고 스스로 노력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라면서도 “가뜩이나 안팎으로 어려운 경영 여건으로 투자나 일자리 창출이 위축된 상태에서, 이번 사태는 기업 경영 활동을 위축시키고 경제 활력을 저하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세계 시장에서 브랜드 가치를 높여가고 있는 한국 기업들의 신인도 하락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다른 대기업 간부는 “한국 경제의 빠른 성장에는 대기업들의 역할이 컸던 것이 사실인데, 총수들이 줄줄이 구속되는 모습은 외국인들에게 한국 기업들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앞서 김승연 회장과 최태원 회장의 구속 당시 유감을 표시하는 공식논평을 했던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경제단체들은 이재현 회장 구속과 관련해서는 별도 논평을 내지 않기로 했다.
입을 꾹 다문 경제단체 관계자들의 표정엔 연이은 대기업 총수들의 구속 사태에 대해 말 못할 착잡함이 묻어난다.
경제단체 한 관계자는 “대규모 투자나 해외 합작사업, 인수합병(M&A) 과정의 빅딜, 비정규직 전환 같은 고용에 관한 사안은 오너의 결단이 전제되는 사업들인데 차질이 불가피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대내외적인 경제상황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는 대규모 사업이 존재해야 일자리가 만들어질 수 있는데 현재 기업들에게는 이런 투자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