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채점 수험생들 ‘불수능’에 멘붕…“이러려고 수능 봤나 자괴감”

가채점 수험생들 ‘불수능’에 멘붕…“이러려고 수능 봤나 자괴감”

입력 2016-11-18 11:03
업데이트 2016-11-18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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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영수 푸느라 체력 고갈…4교시도 어려웠다”

“뒤통수 맞은 느낌이에요.” “이러려고 수능 봤나 자괴감이 드네요.”

201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다음날인 18일 오전 서울 경기고 3학년 14반 교실 학생들은 해방감에젖은 듯 왁자지껄 떠들고 있었다.

그러나 선생님이 들어와 가채점 결과를 적는 종이 표를 나눠주자 학생들 표정은 확 굳어버렸다.

주황색 코트를 덧입은 한 학생은 책상에 머리를 박고 있었다. “시험 잘 못 봤나요?” 하고 묻자 퉁명스럽게 “모르겠어요”라고만 하고서 다시 머리를 쿵 박았다.

1교시 국어영역과 2교시 수학영역이 특히 어려웠고 영어영역도 난도가 높았다는 게 입시업체의 분석이다. 그러나 학생들은 모든 과목이 다 어려웠다며 망연자실해 했다.

연세대 이과 상위권 학과를 노렸다는 양모군은 “눈높이를 좀 낮춰야 할 것 같다”면서 “국영수 푸느라 체력이 고갈돼 4교시(사회탐구·과학탐구) 문제 풀기가 너무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이과 전교 1등이라는 최승현군도 “뒤통수를 제대로 맞았다”면서 “과탐으로 생물2를 봤는데 출제자가 ‘풀 수 있으면 풀어봐라’ 하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문과 김창규군도 “사탐 동아시아사에서 도표를 해석하는 까다로운 문제가 많이 나왔다”면서 “정시에서 (어디를 지원해야 할지) 가늠이 잘 안 된다”며 한숨을 쉬었다.

가채점 점수를 제출한 학생들은 무리 지어 집으로 향하거나 복도 곳곳에 모여 신세 한탄을 했다. “새누리당 이해가 안 가지 않냐. 우리 주말에 광화문이나 가볼까?” 하는 목소리도 들렸다.

교문에서 친구들과 쑥덕거리던 송모군은 “무조건 재수를 해야 할 점수가 나왔다”면서 “누구는 승마에 부정입학으로 대학도 쉽게 갔다는데 난 이러려고 수능 봤나 자괴감이 든다”고 말했다.

서울고 3학년 교실의 남학생들도 표정은 웃고 있었지만, 눈빛은 씁쓸했다.

아침 일찍 학교에 나온 학생들은 친구들과 만나 ‘불수능’의 무서움을 토로했고 몇몇 친구들은 “내년 재수학원에서 보자”라고 우스갯소리를 하기도 했다.

학생들은 애써 수능에 대한 기억을 지우려고 시끌벅적 떠들고 서로 장난을 치는듯한 모습이었다.

3학년 4반 진한솔군은 “인터넷에서 불수능이라고 하는데 저 같은 경우에는 불을 넘어 용암 수준으로 느껴졌다”고 말했다.

구범모군은 “국어는 6·9월 시험 때랑 비슷했는데 나머지는 확실히 어려웠다”며 “내가 이러려고 12년 동안 공부했나 자괴감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현석군은 “채점하면 더 잘 나올 것이라고 믿었는데 많이 틀렸다”면서 “저만 어려운 게 아니니까 긍정적인 마음으로 성적이 나올 때까지 기다릴 생각”이라고 말했다.

담임인 김범재(49) 교사는 “오늘 5명 몸이 아파 학교에 못 온다고 연락이 왔는데 아마 수능을 보고 충격을…”이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김 교사는 “남학생들이다 보니 울거나 겉으로 우울해 하지는 않는다”면서 “하지만 다들 마음속으로는 어려웠던 수능에 실망했을 것이고 서로를 위로하며 기분을 푸는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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