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이의 시신만이라도…” 세월호 3주기 ‘목포의 기도’

“사랑하는 이의 시신만이라도…” 세월호 3주기 ‘목포의 기도’

입력 2017-04-16 17:09
수정 2017-04-16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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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 광주대교구 주관 ‘세월호 참사 3년 미사’ 봉헌

“사랑하는 이의 시신만이라도 품에 안고 싶었던 마리아 막달레나의 심정이 바로 가족을 찾기 위해 애가 타들어 가는 미수습자 가족들의 심정과 같을 것입니다.”

세월호 참사 3주기인 16일 세월호가 거치된 목포신항 일대에서는 조용한 분위기 속에 미수습자 9명의 온전한 수습을 기원하고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행사가 이어졌다.

이날 오후 천주교 광주대교구 주관으로 ‘세월호 참사 3년 미사’가 봉헌됐다.

김희중 대주교는 강론을 통해 “미수습자들을 가족의 품으로 안겨드리는 것이 가족들에게는 ‘부활’이 될 것”이라며 하루빨리 미수습자들이 가족의 품에 안길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했다.

김 대주교는 “세월호 미수습자 수습이 법의 족쇄에 묶여 지장받지 않기를 바란다”며 “세월호 추모곡 중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는 노랫말처럼 진상규명이 돼야 유가족들도 부활하신 주님을 만나는 기쁨을 우리와 함께 누리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미사에는 세월호 미수습자 단원고 허다윤양의 부모와 국민의당 박지원 대표, 안희정 충남지사, 전 인천시장인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의원, 정의당 윤소하 의원 등이 동참했다.

허다윤양 어머니 박은미씨는 김 대주교가 “‘엄마가 왔으니 집에 가자’는 노래를 함께 부르며 평화를 나눌 수 있는 날이 빨리 오기를 바란다”고 말하자 굵은 눈물을 흘렸다.

박씨는 단상에 올라 “세월호가 올라오기 전에는 배가 안 올라오면 어쩌나 두려웠는데 이제는 내 딸이 저 안에 없을까 봐 두려움 속에 있다”며 “소수인 9명이이지만 모두 사랑하는 가족의 품에 안겨 집에 돌아갈 수 있게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발언 내내 흐느껴 울던 박씨는 결국 복받쳐 오르는 감정을 참지 못하고 단상에서 내려갔고 미사장소에 있던 사람들도 눈시울을 붉혔다.

101명의 사제를 포함, 5천여 명이 참여한 이날 미사는 엄숙한 분위기 속에 한 시간 반가량 이어졌다.

같은 시간 세월호가 거치된 철재부두 북문 앞에서도 광주지역 시민단체 주관으로 ‘미수습자 온전한 수습! 세월호 진상규명! 황교안·해수부 규탄! 광주전남결의대회’가 열렸다.

시민단체는 아직 가족을 찾지 못해 ‘추모’ 행사 자체가 고통이 될 수 있다는 우려를 감안해 조용한 분위기 속에 많은 사람이 세월호 참사와 그 희생자들을 잊지 않고 있음을 알렸다.

앞서 오전에는 목포 지역 청소년 300여 명이 모여 ‘목포중고등학생연합 기억식’을 열었고 ‘세월호는 생각하는 대구 예술인’ 30여 명이 직접 작곡한 추모곡과 퍼포먼스 공연을 했다.

침몰한 세월호가 뭍에 오르기 전까지 지난 3년여간 미수습자 가족들의 기다림의 장소였던 전남 진도군 팽목항에서도 이날 오전 ‘세월호 3주기 추모행사’가 열렸다.

행사에는 세월호 미수습자 가족 일부와 윤영일·박준영 의원, 이낙연 전남지사, 이동진 진도군수, 진도군민 등 모두 1천여 명이 참석해 노란풍선을 날리며 미수습자의 조속한 수습과 진상규명을 염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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