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3주기’ 광화문광장 분향소에 남녀노소 추모 발길

‘세월호 3주기’ 광화문광장 분향소에 남녀노소 추모 발길

입력 2017-04-16 14:47
수정 2017-04-16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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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생부터 노부부까지 “다시는 참사 없어야”, “잊지 않을게”

16일 서울 광화문광장의 세월호 희생자·미수습자 분향소에는 3년 전 이날의 참사를 기억하고 추모하려는 발길이 오전부터 이어졌다.

분향할 때를 빼고는 손을 꼭 잡고 다닌 예비 신혼부부부터 서로 한 걸음 떨어져 걷던 노부부까지, 고등학생부터 고교생 딸을 둔 아버지까지 남녀노소 구분 없이 많은 이들이 분향소를 찾았다.

분향객은 점심시간이 가까워질수록 늘어 분향소 앞에 긴 줄이 생기기도 했다. 시민들은 숙연한 분위기에서 꽃다운 나이에 떠난 이들의 넋을 기렸다.

겉옷을 입으면 덥다고 느껴질 정도로 따뜻한 날씨에 분향객들 옷차림은 가벼웠지만, 표정은 그렇지 못했다. 몇몇 분향객은 끝내 눈물을 참지 못하고 분향소를 나오며 연신 벌개진 눈을 훔쳤다.

분향객들은 세월호 참사와 같은 일이 다시는 없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오전 10시께 분향소를 찾은 고등학생 이동은(16)양은 “다음 주가 시험이지만 부모님께 허락을 맡고 왔다”며 “다시는 이런 참사가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세월호 추모 엽서에는 “선체가 인양됐으니 마음 편히 가지시라”고 남겼다는 이양은 분향을 마치고 세월호 천막촌을 약 30분간 둘러본 다음 시험공부를 하러 성북구 집 근처 도서관으로 걸음을 옮겼다.

송파구 한 특성화고등학교 3학년 같은 반 단짝인 황모(19)양과 김모(19)양은 “시험 기간이지만 저희 또래 친구들이 희생당했는데 지나칠 수는 없었다”면서 “진상규명이 하루빨리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자전거를 타고 광화문광장을 지나려다 분향소가 보여 들렸다는 설재욱(49)씨는 “고등학교 1학년 딸을 생각하면 참사가 남 일 같지 않아 가슴이 먹먹하다”고 했다.

분향 후 참사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서명에 이름을 남긴 설씨는 자전거 핸들 쪽에 노란 리본을 달고는 “참사가 잊히지 않도록 계속 달고 다니겠다”고 약속했다.

참사 3주기를 기억해 분향소를 찾은 이들 외에 주변을 지나다가 희생자·미수습자들이 눈에 밟혀 발걸음 한 이들도 보였다.

이날 세종대로사거리부터 광화문삼거리까지 시청방향 세종대로를 통제하고 보행전용거리 행사가 열려 행사를 찾았다가 분향소에도 들린 가족도 많았다.

오전 11시에는 광화문광장에서 천주교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와 빈민사목위원회 주관으로 세월호 희생자·미수습자를 추모하는 부활절 미사가 열렸다.

아내와 미사에 참석한 김민석(77)씨는 “(희생된 학생들이) 손녀 같아 분향소에 올 때마다 마음이 좋지 않다”면서 “앞으로 이런 참사가 없어야겠고 사고가 나면 정부가 신속하게 생명을 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결혼을 약속한 연인과 분향소를 찾은 선우모(29)씨는 “(참사를) 잊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왔다”면서 “나중에 결혼해 낳을 아이에게도 세월호에 관해 알려주겠다”고 말했다.

정장을 갖춰 입고 온 김성관(73)씨는 헌화대 앞에 참사로 희생당한 어린 학생들을 위한 과자 다섯 봉지를 나란히 놓았다.

그제 딸이 아들을 낳았다는 김씨는 “딸에게 분향 간다고 말하니 너무나 좋아하더라”면서 “손주를 보니 (자식 잃은 분들이) 얼마나 슬플까 싶어 미칠 것 같다”고 말하더니 끝내 울음을 터뜨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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