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분위기 속 미수습자 조속한 수습 기원·희생자 추모
‘꽃이 진다고 그대를 잊은 적 없다 / 별이 진다고 그대를 잊은 적 없다 / 나는 오늘도 그대를 잊은 적 없다’추모 열기 가득한 목포신항
세월호 참사 3주기인 16일 오전 세월호가 거치된 전남 목포신항을 찾은 시민들이 노란 리본이 가득 달린 부두 펜스 너머로 세월호를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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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조망 너머 세월호를 바라보던 시민 70여명이 한참을 말없이 서서 고개를 숙이고 눈물을 흘렸다.
방송인 김제동이 설립한 ‘사단법인 김제동과 어깨동무’ 활동가가 조용히 정호승 시인의 시 ‘꽃이 진다고 그대를 잊은 적 없다’를 낭독하자 이어폰을 꽂고 이를 듣던 다른 참가자들은 숨죽여 눈물을 흘리며 “어서 돌아오라”고 읊조렸다.
이날 세월호가 거치된 목포신항을 찾은 시민들은 조용한 분위기 속에 미수습자 9명의 온전한 수습을 기원하고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이른 아침부터 1천여명 가까운 사람들이 방문했지만 눈을 감으면 아무도 없는 듯 저 멀리서 세월호 추모곡 ‘천개의 바람이 되어’ 노랫소리만 희미하게 들려왔다.
경기 고양시에서 온 심혜영(24·여)씨는 “노란 리본에 ‘사랑하는 내 새끼 어디 있니’라는 글을 보고 엄마, 아빠 생각이 나 눈물을 멈출 수가 없었다”며 “나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었지 않나. 우리 부모님 역시 몇 년이 지나도 아파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심씨는 “세월호 이야기를 그만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고 나 자신, 내 부모같은 이 분들의 고통을 그만하게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단 생각이 들었다”며 눈물을 훔쳤다.
휴일 아침부터 교복차림으로 목포신항을 찾은 목포 문태중학교 학생회 소속 9명은 30여분 넘게 철조망 주변을 배회하다가 어느새 세월호 자원봉사 천막에 앉아 노란 리본을 만들고 있었다.
문태중 학생회장 김승수(15)군은 “원래 세월호만 보고 돌아가려 했는데 막상 보니 마음이 먹먹하고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며 “여학생들이 먼저 뭐라도 돕고 싶다며 리본을 자르기 시작하길래 다 같이 하고 있다. 그저 우리의 마음이 전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부산에서 온 권현우(7·초1)군 가족은 ‘4월 16일’이 또다른 의미로 잊을 수 없는 날이라고 전했다.
4월 16일이 생일인 현우군은 “배에서 사고났는데 많이 구조되지 못했잖아요. 아홉 명은 아직도 집에 못 왔잖아요”라며 ‘형·누나들 빨리 돌아오세요’라는 메시지를 한자씩 꾹꾹 누르며 써내려갔다.
목포신항을 찾은 법륜 스님도 “떠들썩하게 만들고 싶지 않아 조용히 왔다”며 현장에 마련된 작은 법당에서 미수습자들의 조속한 수습과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기도를 올렸다.
엄마 손을 잡은 어린 아이부터 노인까지, 목포신항을 찾은 시민들은 조용히, 그러나 한목소리로 미수습자 가족들과 유가족들의 아픔을 위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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