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 실었다 풀었다 반복…자정 넘어 군사분계선 넘어, 지친 기색 역력
개성공단 마지막 잔류 인원의 29일 귀환은 더뎠다. 애초 예정했던 시간보다 무려 7시간이나 늦춰져 칠흙 같은 심야에 진행됐다.귀환자 43명은 30일 오전 0시 15분이 되서야 경의선 남북출입사무소(CIQ)에 모습을 드러냈다.
개성공단에 남아 있던 우리 측 관리 인력 50명은 이날 오후 5시 차량 47대에 나눠타고 돌아올 예정이었다. 그러나 최종 협의 과정에서 43명으로 줄었다.
홍양호 위원장 등 개성공단관리위원회 직원 5명과 KT 직원 2명은 당분간 체류하는 것으로 조율됐다.
남북 간 실무협의에서 북한 근로자의 임금과 세금 정산, 현지 사용 차량의 소유권 등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들의 귀환은 한마디로 숨가빴다. 한때 귀환에 문제가 생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기까지 했다.
북측은 이날 오후 8시 10분께 인원 43명과 차량 10대의 귀환만 허용한다고 통보했다.
차량 10대에는 이미 짐이 가득 실려 있는 상황. 사람을 태울 공간이 모자라 부랴부랴 짐을 풀었다.
오후 10시를 넘겨 상황은 다시 바뀌었다.
북측에서 차량 32대의 추가 귀환을 허용했다. 귀환 차량이 10대에서 42대로 늘어났다.
귀환자들은 풀었던 짐을 다시 차량에 촘촘히 싣느라 또 시간을 보냈다.
7명의 잔류 결정으로 CIQ 개성공단관리위원회와 개성공단 관리위원회를 연결하는 연락망 1개 회선을 다시 연결했다.
이런 저런 작업에 무려 7시간이 더 걸린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자정을 넘겨 돌아온 귀환자들의 얼굴에는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긴장 속에 한달 가까이 개성공단에 머문 탓도 있지만 귀환 절차가 지연되며 마음 고생한 흔적이 엿보였다.
관리 직원 1명만 입경장을 통해 귀환했다. 42명은 각자 타고 온 차량으로 게이트를 통과해 서둘러 CIQ를 빠져나갔다.
일부 차량은 지붕과 트렁크에 짐이 가득했다. 119 구급차에도 한가득 실렸다.
이들 중에는 지난 27일 북측 세관을 통과하지 못해 미처 갖고 나오지 못한 입주기업 근로자의 차량을 대신 타고온 이들도 있었다.
이들은 게이트를 나와 CIQ에서 대기하던 입주기업 관계자에게 차량과 물품을 넘겨준 뒤 마중나온 직원 차량을 타고 갈길을 재촉했다.
이들은 대부분 언론 취재를 애써 피하며 말을 아꼈다.
가스공사의 한 직원은 “오후 5시부터 귀환을 기다렸는데 (실무협의가) 잘 안돼서 이제야 나왔다”고 간략히 전했다.
이들은 귀환에 앞서 가스와 전기 등 시설물을 마지막으로 점검하고 봉인했다.
CIQ에서 이들을 기다리던 입주기업 관계자들과 취재진은 귀환이 늦어지자 발만 동동 굴렀다.
지난 27일 귀환해 이날 CIQ에 나온 한 근로자는 “서류상 인원만 나오는 것으로 잘못 기재돼 개성공단관리위원회 직원에게 차량과 물건을 가져다주겠다는 약속을 받고 몸만 나왔다”며 “차량에는 공장 서류도 있어 받으러 나왔는데 입경이 너무 늦어져 애가 탔다”고 했다.
일부 입주기업 관계자는 기다리다가 지쳐 발길을 돌리기도 했다.
오후부터 진을 친 취재진도 지쳤다.
CIQ에는 이날 오후 3시 30분부터 외신을 포함한 57개 사 320여명이 몰려들어 뜨거운 취재 경쟁을 벌였다.
입경이 지연되자 CIQ 측에서 필수 취재인원만 남기고 통일대교 남단으로 나가줄 것을 요구, 오후 7시께 절반 넘게 줄었다.
한편 CIQ에는 경찰 30여명과 소방관 10여명이 배치돼 만일의 상황에 대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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