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장 경비원 외 北근로자 없고 우리 근로자 이동 안해 ‘삭막’더딘 귀환길, 10일 소지품 검사 강화…일부 업체 ‘전원 철수’
개성공단 가동중단 이틀째인 10일 개성공단에는 인적이 끊겨 삭막하다. 북한의 세관 검사는 한층 촘촘해졌다.이날 경기도 파주시 경의선 남북출입사무소(CIQ)를 거쳐 돌아온 근로자들이 전한 현지 표정이다.
근로자들은 전반적인 사정이 악화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오전 11시 50분 귀환 예정인 근로자 34명과 차량 20대는 북한의 세관검사 강화로 30분가량 늦어진 낮 12시 25분께야 CIQ에 도착했다.
이들은 북한의 통행제한 조치로 지난 3일부터 개성공단에 물품 반입이 안 돼 식자재, 연료, 생필품이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고 알렸다.
한 근로자는 “오후 5시에 1명이 더 나오면 공단에는 회사 직원 16명 중 1명만 남는다”며 “식자재는 2∼3일 정도 분량만 남아있고 난방연료로 사용하는 가스도 거의 떨어졌다”고 했다. 그나마 전기는 들어와 전기장판으로 새우잠은 피하고 있다고도 했다.
입경 지연과 관련, 그는 “가져올 수 있는 완제품과 반제품을 모두 가지고 나왔는데 세관 검사를 까다롭게 해 시간이 꽤 걸렸다”며 “북측 세관 직원이 가방은 물론 차량 검사까지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어제 하루 숙소에서 짐 정리를 하면서 보냈다. 우리 근로자들은 거의 움직이지 않는다”며 “현재 개성공단에는 무장한 경비원 외에 북측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덧붙였다.
직원을 전원 철수한 업체도 나왔다.
의류 납품업체 직원이라고 밝힌 한 근로자는 “(우리 회사는) 남아있는 2명이 오늘 나와 전원 철수했다”며 “아침에 밥이랑 반찬 싸놨던 거 대충 차려먹고 남은 식자재는 다른 업체에 주고 왔다”고 밝혔다.
북한의 통행제한 초기인 지난 주만 해도 개성공단 사정은 그렇게 심각하지는 않았다. 곧 정상화되리라는 기대감도 높았다.
통행제한 첫날인 3일 귀환한 한 근로자는 “개성공단은 평소대로 조업하고 있다”며 “천안함 사건 같은 것을 겪어봤기 때문에 일하는 사람들의 분위기도 평소와 마찬가지”라고 차분한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악화됐다.
다음 날인 4일 북측이 경비와 세관 검사를 강화하자 근로자들은 조업 차질을 우려하며 불안함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4일 입경한 근로자들은 ‘자재 반입이 안돼 조업차질이 우려된다’, ‘분위기가 천안함 때보다 안좋아 다들 심리적으로 불안해하고 있다’, ‘1주일이 고비다’ 등의 우려와 걱정이 섞인 반응을 보였다.
고비로 추정된 지난 주말이 지난 뒤 상황은 더 나빠졌다.
8일 돌아온 근로자들은 원자재 부족과 가스 공급이 안돼 일부 업체가 가동을 중단했다고 전했다.
그래도 통행 정상화에 대한 기대감을 놓지 않았다.
그러나 8일 오후 5시를 넘어 북한이 ‘개성공단 가동을 잠정 중단하고 북한 근로자를 모두 철수할 것’이라고 공식 발표하자 근로자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개성공단 가동중단 첫날인 9일 어두운 표정으로 돌아온 근로자들은 현지 사정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극도로 말을 아꼈다.
어렵게 말문을 연 근로자는 “북측 근로자들이 오후 6시 퇴근한 뒤 오후 8시 시작되는 야근에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며 “개성공단은 현재 다 멈췄다”고 했다. 또 다른 근로자는 “식자재가 떨어져 라면과 김치로 해결하고 있다. 마트 3곳 중 2곳이 문을 닫았다”며 최악으로 치닫는 상황을 전했다.
9일까지만 해도 근로자 20∼30명이 이른 아침부터 ‘혹시나’ 하는 기대감에 남측 CIQ에 나와 개성공단 진입을 기다리다가 되돌아갔다.
그러나 공단 가동중단 이틀째인 이날 아침에는 단 한명의 근로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한편 남측 CIQ 취재열기는 이날도 전날에 이어 50여개 매체, 250여명이 몰려 뜨거웠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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