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화·사퇴 요구에 “흔들리지 않겠다” 정면돌파 의지
바른정당 유승민 대통령 후보가 당 안팎으로 힘겨운 싸움을 벌여야 하는 ‘내우외환’의 처지에 내몰렸다.고군분투에도 불구하고 지지율이 ‘한자릿수’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당내 비(非) 유승민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후보 단일화와 중도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대두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현 국면에서 별다른 돌파구를 찾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새로운 보수를 기치로 내걸고 ‘진정성’과 ‘능력·자질’을 유권자에게 알리는 것 외에는 마땅한 방법이 없는 점이 더욱 고민스러운 대목이다.
23일 정치권에 따르면 바른정당은 이르면 오는 24일 의원총회를 여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소속의원의 절반에 해당하는 16명의 의원이 지난 21일 주호영 원내대표에게 의총 소집을 요구했다.
의원들은 소집 요구서에 구체적 안건을 명시하지 않았지만, 의총이 열리면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나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와의 단일화 내지 유 후보의 자진 사퇴 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유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희박한 상황에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의 당선을 막기 위해 국민의당이나 한국당과 손을 잡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의총 소집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진 김재경 의원은 전날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에서 “바른정당 내에서 저와 같은 생각을 하는 분들과 단일화에 화답하는 행동에 나서겠다”며 홍 후보가 바른정당에 단일화를 제의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이에 대한 유 후보의 입장은 단호하다. 의총이 열려도 참석하지 않고 어떤 목소리가 나와도 선거를 완주하겠다는 의사를 굽히지 않고 있다.
특히 일각에서 제기되는 후보 사퇴론에는 “민주주의 원칙을 무너뜨리는 행태”라고 비판해왔다.
합법적인 경선에서 선출된 후보에 대한 사퇴 요구는 과거 새누리당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등에 업고 반칙과 전횡을 일삼은 친박 패권주의와 다를 바 없다는 주장이다.
당내에서도 문재인 대통령을 막기 위한 단일화에 명분이 없을뿐더러 지지율이 낮다고 선거를 접는 것은 새로운 보수를 표방하는 바른정당의 미래를 부정하는 행위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김세연 사무총장은 “시간이 조금 걸려도 보수주의 가치를 구현하는 정당으로 뿌리를 잘 내릴 수 있게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문제는 지지율이다. TV토론에 대한 호평이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했지만 유 후보는 여전히 각종 여론조사에서 3% 안팎의 박스권에 갇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 후보와 가까운 한 의원은 “어떻게든 지지율을 끌어올려 상황을 변화시키는 게 해법인데 지지율이 움직이지를 않는다”며 “지금 어떤 쉬운 방법은 없다”고 토로했다.
유 후보 측은 현장에서 체감하는 후보에 대한 호감도가 여론조사보다 긍정적이지만 유권자들이 사표 방지 심리 때문에 주저한다고 보고 ‘소신투표’를 끌어내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유 후보의 정치 철학과 안보·경제 위기 해결 능력을 진정성 있게 호소하는 전략을 뚝심 있게 밀고 나갈 계획이다.
유 후보 측 이학재 의원은 지난 22일 부산 임시수도기념관에서 출발, 주요 도시를 거쳐 선거 하루 전날 서울에 도착하는 국토대장정에 올랐다. 하루 40km를 걸으며 새로운 보수의 길을 가겠다는 의지를 국민에게 몸으로 보여주겠다는 취지다.
유 의원 측은 동시에 사퇴를 요구하는 의원들을 개별적으로 접촉하며 불만을 잠재우도록 노력할 방침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