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교섭·대학정책·해양개발 놓고 부처간 ‘줄다리기’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정부조직 후속개편 발표가 예상보다 늦어지면서 정부 부처의 반발이 그 원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인수위는 지난 15일 현행 15부2처18청을 17부3처17청으로 2개부(部)를 늘린 1차 정부조직개편안을 발표하면서 부처별 기능 및 업무의 분장에 관한 구체적인 내용은 2차 발표에서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당시 취재진과 질의응답에 나선 인수위 국정기획조정분과 유민봉 간사는 “부처 내 구체적인 기능 배분 문제는 상당히 조속한 시일 내에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인수위의 2차 발표가 지난주에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있었지만, 예상이 빗나가면서 이제는 일러야 이번 주 중반에야 발표가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상황이다.
발표 지연 원인을 놓고 각 부처 하부조직 재편을 둘러싼 힘겨루기가 원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새로운 업무분장에 따라 실ㆍ국 단위 재배치를 앞두고 부처들이 이해관계에 따라 ‘영역 쟁탈전’을 벌이며 충돌하고 있다는 것이다.
◇통상교섭권 어디로 가나 = 대표적인 논쟁의 영역은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의 통상교섭 기능을 어떻게 할 것인지다.
인수위는 통상 기능을 지식경제부로 이관해 산업통상자원부로 명칭을 바꾸겠다고 밝혔지만, 이 가운데 외교부에 남길 기능이 무엇이고, 이관되는 기능이 어디까지인지를 두고 ‘힘겨루기’가 벌어지는 모습이다.
외교통상부는 통상이 외교와 분리될 수 없는 영역이라는 인식이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정책에 기획재정부를 비롯한 여러 부처가 관여하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상대국을 두고 진행하는 것이므로 교섭은 외교 영역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통상을 이관하더라도 국내 산업과 연관성이 큰 필요 최소한의 범위에 그쳐야 하고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나 교섭에 관한 영역은 외교부에 남겨둬야 한다는게 외교통상부의 주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지경부는 무역이나 통상은 국내 산업진흥·경제정책의 연장 선상이라고 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경부는 국익보호라는 관점에서 국내 산업 전반을 담당하기 때문에 통상ㆍ교섭을 전담해야 한다는 점을 부각하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 기능 논쟁 = 미래창조과학부가 ‘매머드’ 부처로 부상하면서 생기는 논란도 있다.
우선 연구개발(R&D)을 주관하게 되면서 대학 정책을 두고 교육계와의 ‘신경전’이 불붙는 양상이다.
대학이 기초 R&D 예산의 수혜자이고 최근 R&D는 기업, 대학, 연구소 등이 공동 수행하는 사례가 많아 미래창조과학부가 대학 업무를 담당하는 게 효율적이라는 주장이 나오기 때문이다.
교육 단체와 교육과학기술부의 교육 부문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대학의 근본 기능이 교육인 점에 비춰볼 때 미래창조과학부에 넘기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들은 R&D도 대학 행정이나 전체 교육제도의 틀 속에서 고려해야 하므로 대학 업무를 미래창조과학부에 넘기면 큰 혼란이 생길 것이라고 우려한다.
대통령 소속에서 미래창조과학부 소속으로 두 단계나 위상이 격하될 예정인 원자력안전위원회는 패닉 상태에 빠졌다.
원안위가 원자력 진흥 주관 부처와 ‘한솥밥’을 먹게 되면 안전 규제 기능이 크게 약화할 것이라며 원상회복해야 한다는 주장이 환경단체나 전문가 사이에서 제기되고 있다.
ICT(정보통신기술) 총괄업무를 미래창조과학부 차관이 담당하게 되는 것은 ICT의 중요성이나 전담조직을 만든다는 공약에 비춰 미흡하다는 평가도 있다.
지식경제부, 문화체육관광부, 방송통신위원회 등 ICT 기능을 분산해 담당하는 조직에서도 미래창조과학부에 어느 정도까지 업무를 이관할지를 두고 고심을 거듭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부 기능 분할ㆍ이관에 부처마다 ‘촉각’ = 해양수산부 부활에 따른 부처 간 신경전도 ‘점입가경’이다.
국토해양부 일각에서는 해수부에 해양 운송ㆍ교통 기능을 내주면 안된다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육상ㆍ항공 운송은 국토부가, 해상 운송은 해수부가 담당하면서 비효율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경부가 조선ㆍ해양 플랜트 산업, 해양자원 개발 등에 관여하고 있는데 이 부분도 이관될지 관심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이 국무총리 소속 처로 승격됨에 따라 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의 식품정책과ㆍ의약품정책과를 가져갈 가능성도 제기된다.
식약청 일각에서는 차관급으로 예정된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의 지위를 장관급으로 올려 식품과 의약품 안전 관리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는 뜻을 내비치고 있다.
중소기업청은 지경부의 중견기업 정책 기능을 얻게 됐지만 부 승격 좌절에 따른 아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특히 박 당선인의 공약을 실천하려면 부족한 감이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밖에 지경부 소속 우정사업본부를 두고 국토부, 행정안전부, 금융위원회, 새로 생길 미래창조과학부 등이 물밑 쟁탈전을 벌이는 것으로 전해졌으며, 인수위가 교과부 유치원과 복지부 어린이집의 정책 기능 통합 필요성을 논의함에 따라 양측의 긴장감도 고조되는 상황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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