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美 아시아 국가들 불안감 달랠 ‘완벽 기회’…中 오판한 듯”
중국의 동중국해 방공식별구역 선포가 주변국들의 강력한 반발을 촉발하면서 중국에 이득보다는 오히려 ‘역효과’를 낳고 있다는 분석이 고개를 들고 있다.일본에 대한 군사적 압박을 강화하려 취해진 이번 행동이 오히려 주변국 등의 역공을 불러와 미국의 동북아 내 입지를 강화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28일(현지시간) 짚었다.
중국의 동중국해 방공식별구역 선포는 ‘자기 자신을 과신해 일을 망친’ 사례일 수 있다는 게 일부 전문가들의 얘기다.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의 마티유 뒤샤텔 중국·국제평화안보프로젝트 대표는 “미국이 이번 사태에서 재빠른 반응을 보임으로써 예전보다 훨씬 더 일본의 편에 서고 있음을 명확하게 보여줬다”며 “(중국의) 오판이 다소 있었던 것 같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존 케리 국무장관과 척 헤이글 국방장관 모두 중국의 방공식별구역 선포를 강력하게 비판했다. 조 바이든 부통령은 내주 동북아 순방에서 미 행정부의 우려를 전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오바마 정부의 ‘아시아 중시정책’(pivot to Asia) 의지는 연방정부 셧다운(부분 업무정지)에 따른 아시아 순방 취소 등으로 의심을 사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이 방공식별구역을 선포, 미국이 한국과 일본 등 동맹국들의 우려를 달랠 ‘완벽한 기회’를 제공했다고 WP는 꼬집었다.
스인훙(時殷弘) 중국 인민대 국제관계학 교수는 방공식별구역 선포의 장기적인 목적이 “미국의 과잉 헤게모니에 대응해 중국의 전략적 공간을 확장하는 것”이라고 파이낸셜 타임스(FT)에 말했다.
그러나 카네기-칭화 글로벌 정책센터의 폴 해인레 소장은 “중국이 마치 미국의 반응을 예상하지 못했고, 뭘 해야 할지 몰랐던 것처럼 보였다”고 분석했다.
해인레 소장은 “방공식별구역 선포는 아시아 국가들에 중국의 부상에 대한 심한 불안감을 불어넣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은 최근 대규모 투자 등으로 아시아 국가들을 ‘안심시키려’ 애를 써 왔지만, 방공식별구역 선포로 설득력이 떨어지게 됐다는 것이다.
WP는 특히 한국이 보인 강한 반응에 주목하기도 했다.
WP는 “한국의 분노는 눈에 띄는 것”이라며 “박근혜 정부가 과거사 문제로 일본과 티격태격한 반면 중국과는 사이가 가까워지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또 중국이 외교·전략 정책노선에서 때때로 보이는 혼란스러운 모습이 이번 사태를 계기로 두드러져 보일 가능성도 있다고 해인레 소장은 지적했다. 중국은 최근 중국판 NSC(국가안전보장회의)로 불리는 국가안전위원회를 창설키로 했다.
중국의 방공식별구역 선포가 우발적인 무력충돌 가능성을 높였다는 우려도 없지 않다.
윌리엄 팰런 전 미군 태평양사령관은 중국이 미국 방식대로 방공식별구역을 적용한다면, 항공기가 방공구역에 들어왔을 때 경고도 없이 전투기를 발진시킬 것이라며 “전혀 필요하지 않은 또 다른 불씨”라고 FT에 지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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