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무기 ‘소형화’…ICBM에 탑재는 아직 어려워”
파키스탄과 이란의 경우도 북한의 핵탄두 소형화 성공을 보여준다. 중국이 1980년대 초 파키스탄에 전달한 핵탄두는 지름이 0.8m였다. 파키스탄 과학자들은 핵탄두를 더 작고 가볍게 만들기 위한 연구를 계속해왔다. 첫 지하 핵실험을 실시했던 1998년쯤에는 ‘가우리’ 미사일에 장착할 수 있는 크기의 소형 핵탄두를 이미 개발해놓은 상태였다. 당시 핵탄두의 지름은 0.6m였다.IAEA 내부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과 광범위한 기술공유를 해온 이란은 2000년대 초 지름 0.55m의 핵탄두 개발에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샤하브 3 미사일에 탑재할 수 있는 핵탄두였다.
사실 파키스탄의 가우리 미사일이나 이란의 샤하브 3 미사일은 북한의 노동미사일을 본떠서 만든 것이고 상호 간에 광범위한 기술교류가 있었다. 북한은 핵개발 초기부터 노동미사일에 탑재할 수 있는 핵탄두 소형화에 집중해왔으며 파키스탄과 비슷한 수준의 기술적 진전을 거뒀을 것으로 분석된다. 2000년대 초·중반에는 핵탄두 소형화에 성공했을 것으로 보인다.
◇ 파키스탄 ‘핵 대부’의 고백 = 파키스탄 ‘핵개발의 아버지’로 불리는 압둘 카디르 칸 박사는 지난 2004년 북한과의 핵 커넥션이 발각되자 정부 당국에 중요한 내용을 ‘실토’했다. 자신이 방북했을 때 파키스탄보다 “기술적으로 훨씬 진보된 완전한 핵무기”를 보여줬으며, 핵폭발의 기폭장치용 스위치 제조기술도 가르쳐줬다는 것이다.
이는 북한이 1990년대부터 소형 핵탄두 개발을 활발하게 추진해왔음을 보여준다. 파키스탄과 북한은 광범위하게 핵기술 정보를 공유해왔다. 두 나라 모두 탄도미사일에 탑재할 수 있는 핵탄두 소형화에 우선적 노력을 기울였을 것으로 보인다.
◇ “1ㆍ2차 핵실험도 소형화 겨냥” = 북한이 2006년과 2009년 실시한 핵실험은 북한 군부의 주장대로라면 핵 억지력을 확보하려는 차원이었다. 북한이 말하는 핵 억지력은 미사일에 실을 수 있는 핵탄두를 개발하는 것을 의미한다.
결국 두차례 핵실험은 노동미사일에 핵탄두를 탑재하는 능력을 개발하기 위한 의도였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다. 2009년 두 번째 핵실험의 폭발력이 2~7㏏에 그쳤던 것은 핵탄두 소형화의 결과로 볼 수 있다. 핵탄두의 지름 크기에 따라 폭발력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 “시간ㆍ노력 들이면 ICBM에 탑재 가능” = 북한은 아직 ICBM에 핵탄두를 장착할 수 있는 능력은 갖추지 못한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시간과 노력을 더 들인다면 북한은 ICBM 탑재용 핵탄두 개발에 성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추가로 핵실험을 할 경우 더욱 정교한 핵무기 개발이 가능할 것이다.
북한은 또 핵탄두의 폭발력을 늘리고 기술적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ICBM 발사실험이 필요할 것이다. 우주공간에 도달한 뒤에 다시 대기권으로 진입하는 과정을 성공시키기 위해 대기권 재진입 운반체와 모의 핵탄두를 이용한 실험을 의미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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