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3차핵실험 이후…美·中 대북외교 새판짜기 하나

北 3차핵실험 이후…美·中 대북외교 새판짜기 하나

입력 2013-02-14 00:00
수정 2013-02-14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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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수정론’ 대두…제재-대화 사이서 ‘딜레마’ 빠져

북한의 3차 핵실험 강행으로 동북아 역학질서의 양대 축인 미국과 중국의 대(對) 한반도 외교가 일대 기로를 맞고 있다.

워싱턴과 베이징 내부에서 북핵 대응전략의 틀을 근본적으로 새로 짜야 한다는 ‘전략수정론’이 대두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미·중 양국은 한반도 상황의 안정이라는 공통의 이해 속에서 북핵 문제에 대해 전략적 대응을 꾀해왔다. 미국은 ‘압박’에, 중국은 ‘관리’에 상대적으로 방점을 찍고 있었지만 일차적으로는 추가적인 상황 악화를 막는 쪽으로 G2(미·중)의 컨센서스가 형성돼 있었다.

미국은 ‘전략적 인내’ 기조를 내걸고 북한을 압박했지만 현실적으로 북핵문제의 정책적 우선순위는 뒤로 밀려나 있었다. 중국 역시 6자회담을 열어 조속히 북핵을 해결하자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속으로는 북한의 ‘전략적 가치’를 재평가하며 북한을 적극 껴안아온게 사실이다.

그러나 북한이 3차 핵실험이라는 ‘레드라인’을 넘어서면서 이 같은 G2의 북핵 대응, 나아가 대 한반도 외교에 근본적 궤도수정이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부상하고 있다.

북한이 세차례의 핵실험을 통해 현실적인 핵능력을 과시하면서 ‘국면’ 자체가 달라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 시점에서 전략을 급격히 전환하는 것은 명분과 모양새가 좋지 못한데다 결정적으로 ‘잘못된 신호’를 보낼 수 있는 점이 일종의 딜레마다.

우선 미국 오바마 행정부로서는 1기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 기조를 그대로 가져갈 것인지를 놓고 고민에 빠진 모습이다.

적어도 현시점에서는 1기의 북핵 대응전략이 북한의 핵개발 프로세스를 막지도 못했고 오히려 확산 위험성을 키워놓았다는 지적 때문이다. 중국의 비협조로 대북 제재의 실효성도 여전히 미지수다.

이에 따라 북한의 비핵화를 끌어내려면 ‘포용’ 쪽으로 전략의 전환을 꾀해야 한다는 주장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부시 행정부 시절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보좌관을 지낸 빅터 차 교수는 13일(현지시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으로서는 도저히 내키지 않겠지만 조만간에 다시 북한을 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스티븐 보즈워스 전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미국은 북한과의 협상테이블로 되돌아가야 한다”며 “비핵화에만 한정하지 말고 보다 광범위한 의제들을 북한에 제안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도박판’을 더 키워보려는 북한의 의도에 끌려 다니는 모양새는 워싱턴으로서도 큰 부담이다. 북한을 더 몰아세우라는 워싱턴 ‘매파’의 목소리는 더욱 커지고 있다.

로버트 팔리 미국 켄터키대 패터슨 외교국제통상대학원 교수는 블룸버그 통신과의 온라인 인터뷰에서 “가장 적절한 대응은 북한 정권이 붕괴할 때까지 지속되는 봉쇄 정책”이라고 주장했다.

여기에는 북핵을 어정쩡하게 다룰 경우 이란의 핵개발 문제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미국의 대북정책 중심이 ‘비핵화’에서 ‘확산방지’로 이동하려는 기류가 감지되고 있는 점에 국제 외교가는 주목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오바마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국정연설에서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무기들의 확산을 막는 노력을 지속적으로 주도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당장은 워싱턴의 스탠스가 ‘압박’을 강화하는 쪽에 무게가 실려 있지만 ‘사정변경’에 따른 전략적 수정론이 갈수록 힘을 얻을 경우 국면전환의 가능성은 열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새로 출범한 중국 시진핑(習近平) 체제로서도 딜레마적 국면에 놓여 있다. 전통적 혈맹관계에 기초해 일방적 감싸기로 일관해온 대북 포용 기조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북한의 후견인을 자처해온 중국의 대북 영향력이 ‘현저하게’ 약화됐음이 확인되면서 한반도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대북 강경론이 전례 없이 높은 분위기다.

차이젠(蔡建) 푸단(復旦)대 교수는 홍콩 언론에 “말로만 제재가 아니라 구체적인 조처를 보여주기 위해 북한에 대한 지원을 끊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중국으로서는 북한 내부의 불안정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북원조를 중단한 경우 자칫 중국이 가장 두려워하는 북한 붕괴와 대량 난민사태 발생이라는 최악의 상황이 전개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중국이 경제원조 축소와 같은 대북 지렛대를 실제로 활용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분석이 많은 편이다.

베이징 소재 국제위기감시기구(ICG)의 스테파니 클라이네 알브란트 동북아 담당은 교도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후진타오 체제 때보다는 대북 제재의 강도가 높아질 것”이라며 “그러나 중국은 기본적으로 북한을 코너로 몰아세우려고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유엔 안보리 제재에는 일단 동참하되, 북한이 실질적으로 ‘아파할’ 독자 제재까지는 나아가지 않는 소극적 대응에 그칠 것이란 얘기다. 중국이 12일(현지시간) 유엔 안보리 비공개 회의에서 무력제재 근거가 될 유엔 헌장 7장이 언론성명 문안에 포함되는 것을 반대한 것도 이런 맥락으로 풀이된다.

중국은 특히 제재국면의 동력이 떨어지는 일정시점에서 대화국면 조성 쪽으로 드라이브를 걸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4년 넘도록 ‘휴면’상태인 6자회담의 불씨를 되살리며 다시금 북핵 논의의 주도권을 쥐는 쪽으로 외교력을 구사할 것이란 관측들이 나오고 있다.

북한을 겨냥한 제재국면이 심화되는 가운데 물밑으로는 국면전환으로 이어질 수 있는 유동성도 점차 커져가는 기류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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