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자 vs 놔두자’ 넥슨 강남땅 두고 현해탄 사이 격론

‘팔자 vs 놔두자’ 넥슨 강남땅 두고 현해탄 사이 격론

입력 2016-07-22 07:13
수정 2016-07-22 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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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슨재팬 배수진에 매각 결정…M&A 위한 ‘실탄’ 보존 압박도

넥슨이 2012년 서울 강남의 사옥 후보지를 매입 1년 4개월 만에 급히 팔게 된 배경에는 넥슨 한국·일본 법인 사이의 격론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 강남 사옥 후보지는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의 처가 땅으로 넥슨은 이 땅을 결과적으로 아무 소득 없이 매입·매각해 그 이유를 두고 ‘특혜 제공’ 등 의혹이 분분했다.

22일 넥슨과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넥슨 한국 법인(넥슨코리아)의 수장이던 서민 당시 대표는 우수 개발자가 빠져나갈 우려 때문에 강남 사옥을 강력히 주장했다.

판교 사옥 이전이 확정되면서 주요 히트작 개발자들이 ‘외딴 판교로 가기 싫다’고 어깃장을 놓았던 것이다. 게임사에 우수 개발자는 핵심 자산인 만큼 이들을 놓치면 회사가 무너진다는 게 서 전 대표의 생각이었다고 한다.

또 판교 사옥의 수용 인원이 1천800명이었는데 넥슨은 급성장을 거듭하던 회사라 2011년 당시 인원이 2천600명대로 늘었다. 네오플 등 계열사까지 판교로 모으기에도 건물이 좁다는 논리가 나오며 강남 사옥안은 탄력을 받게 됐다.

그러나 넥슨코리아의 본사인 일본 법인(넥슨재팬)의 생각은 전혀 달랐다. 새 성장동력을 위해 계속 외국 우량 게임사를 인수·합병(M&A)하려면 자금이 필요한데 갑작스럽게 서울 강남의 ‘금싸라기’ 땅에 돈을 퍼붓는 건 낭비라는 얘기였다. 강남 사옥은 부지 매입금과 건축까지 합쳐 약 5천억원이 필요한 사업이었다.

강남 사옥 반대론의 선봉은 넥슨재팬의 오웬 마호니 당시 CFO(최고재무책임자)와 최승우 대표였다. 특히 마호니 CFO는 2012년 최고의사결정권자인 김정주 NXC(넥슨 지주사) 회장의 지시로 국외 M&A 전담팀을 꾸리던 때였던 만큼 M&A ‘실탄’이 될 돈이 부동산에 쓰인다는 것에 큰 반감을 보인 것으로 전해진다.

넥슨은 당시 1인칭 슈팅게임 ‘카운터 스트라이크’로 유명한 미국의 밸브(Valve), 대만의 대표적인 게임 개발사 감마니아(Gamania), 모바일 게임사인 백플립스튜디오(Backflip Studio) 등을 M&A 대상 리스트에 올려두고, 전방위 사업 확장을 노리고 있던 차였다.

2011년 말 넥슨이 도쿄 증시에 상장한 것도 강남 사옥안의 발목을 잡았다. 갓 상장한 게임사가 1천억원이 넘는 부동산 자산을 갖고 있으면 일본 주주들이 ‘게임 사업 외의 일에 한눈을 판다’고 오해할 수 있다는 것이 넥슨재팬 측 주장이었다.

결국, 격론이 벌어졌다.

김정주 회장도 부정적이지 않던 강남 사옥안을 넥슨재팬 최 대표와 마호니 CFO가 앞장서 성토하는 상황이 벌어졌다고 한다. 강남 사옥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서민 당시 대표 측에게 최 대표와 마호니 CFO가 ‘정 땅을 계속 가지려면 우리가 회사를 그만두겠다’고 배수진을 칠 정도로 분위기가 험악했다.

일본 증시 상장으로 당시 넥슨 전체의 주도권은 넥슨재팬으로 기울어진 상태였다. 결국 넥슨재팬 이사회에서 강남 사옥안 취소가 확정됐다.

넥슨코리아는 부랴부랴 부동산 매각에 나섰다. 넥슨은 총 1천426억원에 매입한 땅을 1천505억원에 모두 처분했다. 취득·등록세와 중개 수수료 등을 고려할 때 수십억원대 손실을 떠안았다는 지적이 나왔지만, 회사 측은 환율을 고려할 때 오히려 70억원 정도를 남겼다고 주장한다. 넥슨은 부동산 매매대금을 일본 시중은행에서 엔화로 차입했다.

업계 관계자는 “회사가 급성장하는 과정에서 넥슨 경영진 간에 이견이 있었고, 사옥 부지 매입으로 갈등이 드러난 것으로 보인다”며 “넥슨은 앞서 증시 상장 시점을 두고도 의견이 갈려 핵심 개발자가 이탈하는 등 심각한 내부 갈등을 빚은 적이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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