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방 인사’ 어기고 라인 인사…불공정 인사개입 愚 범한 禹

‘하방 인사’ 어기고 라인 인사…불공정 인사개입 愚 범한 禹

최지숙 기자
입력 2016-07-21 22:34
수정 2016-07-22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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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내 우병우 사단 논란

우병우(49) 청와대 민정수석의 인사 개입설과 이른바 ‘우병우 사단’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검찰 내부에서도 우 수석이 측근들의 인사에 힘을 써줬다는 증언들이 나왔다. 검사들은 대부분 이 같은 친분 인사가 크게 문제 될 것 없다는 입장이지만 불공정한 인사 가능성에 대한 비판이 이어질 전망이다.

검사들에 대한 인사는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의 의견을 들어 안을 만들고, 대통령이 최종 임명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청와대 민정수석이 비위 등 인사 대상자의 흠결 여부를 살펴 대통령에게 의견을 제시한다. 어느 정부에서든 대통령과의 관계에 따라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 민정수석의 역학구도는 다소 유동적이다. 그러나 대개 대통령과 지근거리에 있는 민정수석의 입김이 세게 작용하게 된다. 우 수석의 경우처럼 대통령의 신임이 두터운 경우엔 더더욱 검찰 내부 인사에 민정수석의 역할이 크게 작용하게 된다. ‘우병우 사단’ 논란이 끊이질 않는 정치역학적 배경이다.

우 수석의 최측근으로 거론되는 검사들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우 수석이 같이 일했던 사람들을 챙겨줬던 것은 사실’이라고 입을 모았다. A검사는 “인사가 난 뒤 검찰 고위 관계자를 통해 우 수석이 인사 때 나를 배려해줬다는 얘길 들었다”면서 “하지만 어느 조직에서든 따르던 후배들을 상관이 챙겨주는 게 인지상정이니 우 수석이 같이 일한 검사들을 끌어주는 게 잘못이라고 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B검사는 “우 수석과 같이 일했던 검사들이 정기적으로 밥도 먹고 이야기를 나누는 친목 모임을 가지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사단’이라 말할 정도의 거창한 것은 아니다. 같이 식사하는 정도지 청와대 계신 분(우 수석)이 일선과 상의할 게 뭐가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김진태 검찰총장이 내세웠던 ‘하방 인사’ 원칙의 파기에 대한 입장도 나왔다. 하방 인사는 서울에서 근무하면 다음 인사 때 지방으로 내려보내는 시스템이지만 우 수석과 가까운 일부 검사는 이 원칙에서 예외였다는 비판이 나왔다.

우병우 사단으로 수혜를 받은 것으로 거론되는 C검사는 “나만 (하방 인사의) 예외가 적용된 건 아니고 여럿 있었다”면서 “기계적 평등을 추구하는 것보다 오히려 (검사를)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게 맞지 않느냐는 의견이 더 많다”고 항변했다.

검찰 고위직의 D검사도 “우 수석이 능력 있는 친구들을 높이 평가해 법무부와 대검찰청에 양해를 구하고 인사상 배려를 해줬다고 들었다. 실력 있는 친구들이니까 대통령이나 장관, 총장도 승낙한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나 E검사의 얘기는 좀 달랐다. “우 수석에게 말대답을 했다가 찍혀 인사에서 불이익을 받았다는 검사도 있다”고 했다. 그는 “민정수석이 검찰 인사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게 당연한 일이지만 그 ‘배려’에서 제외된 검사들은 소외감과 차별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검찰 내부에선 최근 우병우 사단으로 불리는 것에 불편함을 드러내는 검사들도 많은 분위기다. 우 수석의 핵심 측근으로 거론됐던 F검사는 “같이 일하거나 밥 한 번 먹은 적이 없는데 왜 나를 ‘우병우 사단’이라 말하는지 모르겠다”고 선을 그었다.

이날 박지원 국민의당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난 우병우 사단이 아니다’라고 주변을 통해 전화가 걸려온다”면서 “이것이 권력이다. 오동잎 떨어지면 가을이 온 것을 안다”고 꼬집었다.

최지숙 기자 truth173@seoul.co.kr
2016-07-22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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