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일문일답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일문일답

입력 2014-08-14 00:00
수정 2014-08-14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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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14일 금융통화위원회의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하 결정 이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세월호 사고 이후 지속된 경제 주체들의 심리 위축이 장기화할 우려가 있다”며 금리 인하 배경을 설명했다.

이 총재는 내수 부진이 예상보다 심각하다면서 “기준금리 인하로 심리를 전환, 경기 회복의 모멘텀을 유지해야 한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밝혔다.

다음은 이 총재와의 일문일답.

-- 경기 하방 리스크가 더 커지면 기준금리를 추가 인하할 가능성이 있나.

▲ 이번에는 경제주체들의 장기화된 심리 위축이 경기 하방 리스크를 확대하는 일이 없게 하려고 기준금리 인하로 대응했다. 물가 압력 부담이 낮은 점도 고려했다. 앞으로 기준금리 인하 효과를 지켜보면서 경제주체들의 심리 변화, 가계부채 영향 등을 고려해 대응해나가겠다.

-- 기준금리 인하가 정부의 경기부양책과 함께 내수 확대, 투자 심리 회복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나.

▲ 기준금리를 내리면 소비와 투자가 촉진돼 성장률을 높이는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 정책과 금리 인하가 동반되면 효과가 더 커질 것이다. 이번 기준금리 인하는 일차적으로 경제 주체들의 심리를 개선하는 효과가 있을 걸로 기대하고 있다. 심리 개선을 통해 경기 회복의 모텐텀을 유지하는 쪽으로 기여할 것이다.

과거 모형을 통한 계량분석에서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했을 때 1차년도에 성장률이 0.05%∼0.1%포인트정도 높이는 것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정부 경기부양책까지 감안한 성장률은 수치로 말씀드리지 않겠다.

-- 지난달보다 경기 하방 리스크가 더 커졌다고 판단하나.

▲ 수정 경제전망을 한 지 불과 한 달밖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스탠스에 별다른 변화는 없다. 다만, 경기 하방 우려가 현실화되지 않도록 금리 인하로 사전 조치를 취했다는 측면이 있다.

-- 지난달 금리 인하 시그널을 주고 한 달 만에 실제 기준금리를 내렸는데, 변화가 급격한 것은 아닌가.

▲ 한 달 전 시그널과 정 반대의 결정을 내린다면 급격한 변화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그간 소통 과정을 보면, 6월에 인상 시그널을 주지 않았다고 발언했고 7월에는 하방 리스크가 크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 이후에도 한은이 금리 정책과 관련해 시장과 충분히 소통하려고 노력했다는 점을 말씀드린다.

-- 부동산 규제(LTV, DTI) 완화로 가계부채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이에 따른 리스크를 어떻게 판단하나.

▲ LTV, DTI 규제 완화에 따른 가계부채 증가 가능성이 이번 금리 인하 결정 때 중요한 고려사항이 됐다. 금리를 인하하면 분명히 가계부채가 늘어날 것이다.

그러나 여러 정황으로 봤을 때 가계부채의 증가 규모는 지금 단계에서는 크게 우려할 상황은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 주택경기에 대한 불확실성이 아직 큰 데다 경제 여건, 인구구조 변화, 주택수급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

아울러 가계부채의 절대 증가 규모뿐만 아니라 소득 증가 규모도 함께 봐야 한다. 가계부채가 소득 증가 규모 이내로만 늘어나면 크게 우려할 상황이 아니다.

-- 그간 정부나 한은 외부에서 금리 정책에 대한 희망사항이 많이 언급됐다. 이를 압력으로 느꼈나.

▲ 언론을 통해 기준금리에 대한 의견이 많이 개진됐지만, 금통위는 스스로의 판단에 배치되는 방향으로 의사결정을 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이번 금리 인하 결정은 금통위 스스로의 독자적 판단에 따른 것이다.

-- 지난달 수정 경제전망을 통해 올해 성장률을 3.8%, 내년은 4.0%로 예상했다. 이 수치는 1월 경제전망 당시로 되돌아간 것이다. 1월에는 경제 상황이 좋아지고 있다고 판단해 금리를 동결했는데 이번에 기준금리를 인하한 배경은 무엇인가.

▲ 연간 성장률 3.8%는 경제가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성장의 내역이 1월과 다르다. 내수 부진이 예상했던 것보다 심각하고 위축된 경제주체들의 심리가 내수 회복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심리 전환을 통해 회복의 추진력을 유지해야 한다는 판단을 했다. 전망치가 같더라도 내용이 달라지면 정책 대응 또한 바뀔 수밖에 없다.

-- 현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낮은 수준이다. 한국은행이 보는 적절한 물가 수준이 있나.

▲ 한국은행이 도입한 물가 안정 목표제는 중기적 관점에서 적정 물가 수준을 추정해 이를 목표로 삼는 것이다. 2015년까지 물가안정 목표가 2.5∼3.5%인데, 목표치를 내놓은 이후 경제 구조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성장과 물가를 둘러싼 대외 환경이 바뀌었다. 이런 여건을 고려해 물가 목표를 결정하겠다.

-- 일부 외국 중앙은행은 고용지표를 중요하게 여기는데, 한은은 반등세를 보인 5월 고용지표를 어떻게 판단하나.

▲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대표적으로 고용지표를 중시한다. 한은은 고용을 명시적인 목적 조항으로 갖고 있지 않지만, 금리를 결정할 때 고용도 함께 고려한다. 그러나 고용보다는 경기와 물가를 중시하고 있다.

-- 외국 중앙은행들이 채택한 ‘선제적 안내(포워드 가이던스)’에 대해선 어떻게 보고 있나.

▲ 선제적 안내 제도에 대한 논의를 상당히 했고, 도입 검토를 하는 단계다. 연구 결과를 토대로 해서 다시 한번 입장을 말씀드릴 기회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공개적으로 금리 인하 발언을 하는 등 외부 압력이 강해진 것에 대해 어떻게 보나.

▲ 바람직하지 않은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금리 인하를 압력하는) 발언이 잦다 보면 일반인들이 중앙은행의 중립성을 의심하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의견이야 개진할 수 있겠지만 제삼자가 볼 때 중앙은행 중립성을 의심하게 하는 쪽으로 되면 곤란하다.

-- 저물가와 관련해 한국이 디플레이션에 빠질 우려는 없나.

▲ 지금은 디플레이션에 빠질 가능성은 커 보이지 않지만, 경계를 할 필요는 있다. 현재로서는 (디플레이션과 관련해) 유럽과 비슷한 단계에 있지는 않다.

- 기준금리 하단인 2.0% 밑으로 금리가 내려갈 가능성이 있나. 지급준비율 조정 가능성이 이번에 논의됐나.

▲ 기준금리 하한을 2.0%라고 말씀드리지는 않겠다. 한국은 기축통화국이 아닌데다 국가 신용등급, 지정학적 리스크 등을 고려하면 선진국보다 기준금리 하한이 높은 게 맞다. 그러나 경제상황에 따라 가변적이라고 설명하겠다. 이번 금통위에서는 지급준비율 조정과 관련한 논의가 없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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