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14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1년3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한 것은 경기회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세월호 참사 이후 소비가 가라앉으면서 경기회복이 탄력을 잃은 상황이다.
한은의 이번 결정으로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내놓은 정부와의 정책 공조도 어느정도 이뤄지게 됐다.
정부가 46조원 규모의 확장적 재정정책을 펴면서 한은이 기준금리를 내려 경기부양 효과를 극대화하기를 기대했었다.
◇ 경제 성장세 둔화에 ‘선제 대응’
한은이 기준금리를 3년10개월 만에 최저 수준인 연 2.25%로 내린 것은 무엇보다도 내수 부진, 원화 강세 등으로 국내 경제의 성장세가 둔화됐기 때문이다.
특히, 2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전기 대비 0.6%에 그쳐 7분기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세월호 참사 이후 민간소비가 마이너스로 돌아서는 등 경제주체들의 전반적인 위축이 경제를 누르고 있는 상황이다.
6월 소매판매는 전월보다 0.3% 늘었지만 증가 폭이 전월(1.2%)보다 둔화했고 설비투자는 두 달 연속 감소했다.
금통위는 이날 통화정책방향 전문을 통해 “국내경제를 보면, 수출이 호조를 지속했으나 세월호 사고의 영향 등으로 위축됐던 내수의 개선은 미흡했으며 경제주체들의 소비와 투자 심리도 계속 부진한 모습을 나타냈다”고 밝혔다.
이주열 총재는 지난달 금통위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경기 하방 리스크가 커졌다’고 9차례나 언급했다.
정부도 이달 초 ‘최근 경제동향’(그린북)을 통해 내수 회복세가 미약하고 수출 개선세도 견고하지 못하다는 어두운 경기 판단을 내놨다.
금통위는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물가 부담은 크지 않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금통위는 통화정책 전문에서 “앞으로 물가 상승률은 점차 높아지겠으나 당분간 상승 압력은 크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올해 들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대로 한은의 중기 목표치에 못 미쳤다.
또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는 빚이 있는 가계의 원리금 상환 부담이 완화되는 효과도 기대해볼 수 있다. 급격하게 떨어진 원·달러 환율을 안정시키는데도 기여할 수 있다.
◇ 최경환 경제팀 부양책에 금리 인하로 ‘화답’
재정·세제·정책을 아우르는 전방위 경기부양책을 내놓은 정부와 공조해야 한다는 필요성도 기준금리 인하 결정에 영향을 줬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7일 인사청문회에서부터 “재정과 통화정책 간 적절한 조합이 이뤄질 수 있도록 공조가 필요하다”며 기준금리 인하 필요성을 우회적으로 제기했다.
취임 후 ‘41조원+α’의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내놓고 나서는 “경제가 굉장히 어렵기 때문에 통화 당국에서 이런 인식에 맞게 대응할 것”(7월 28일 방송기자클럽 토론회)이라며 정책 공조의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등 여당 의원들의 ‘지원 사격’도 이어졌다.
이주열 총재도 정부와 여당의 이런 ‘압박’을 어느정도 받아들이겠다는 신호를 이미 보냈다.
이 총재는 올해 5월 “기준금리의 방향 자체를 인하로 보기 어렵다”고 언급해 ‘인상 깜빡이’를 켰다는 해석을 낳았다가 6월에는 “내수부진이 일시적인지, 통화정책 변화를 불러올 만한 큰 변화인지 지켜보고 있다”며 유보적 태도로 돌아섰다.
그러다 7월 금통위 직후 기자간담회에서는 ‘경기 하방 리스크’를 수차례 강조했다.
7월 금통위 의사록에서 금통위원 7명 가운데 과반수인 4명의 ‘비둘기 성향’(통화완화 선호)’이 드러나자 시장은 금리 인하를 기정사실화한 상태다.
이에 따라 지난달 국고채 3년물 금리는 2.465%(7월 23일)까지 떨어지며 기준금리인 2.50%보다 더 낮아지기도 했다. 주식시장 참여자들도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낮추면 코스피가 60∼70포인트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을 하며 기대감을 높였다.
◇ 인하 결정 이후에도 깊어지는 고민
그러나 기준금리 인하 결정에 리스크가 없는 것은 아니다.
우선, 미국이 통화정책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미국은 올해 10월 양적완화 정책을 마치고 내년 중에 기준금리 인상을 저울질하고 있다.
통화정책은 보통 6개월 이후를 보면서 방향을 설정하는데, 기축통화국인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시작되는 시점에 한은은 숨 가쁘게 기준금리 방향을 재설정해야 할 처지에 놓일 수 있다.
이미 1천조원을 넘어선 가계부채가 늘어날 수 있다는 점도 적지 않은 부담이다.
이주열 총재도 지난달 한 포럼에서 “기준금리를 낮춘다는 것은 부채 증가를 어느 정도 감수한다는 뜻”이라며 “가계부채 증가가 중기적으로 소비 여력을 제약하는 효과도 있다는 사실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은행의 적극적 권유로 주택담보대출을 변동금리에서 고정금리로 갈아탄 대출자들은 피해를 보게 된다. 불과 몇 달 뒤를 예측하지 못한 금융정책 때문에 소비자들이 손해를 떠안은 셈이다.
가계대출 잔액 기준으로 고정금리 대출 비중은 지난 6월 25.7%를 기록, 관련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2009년 12월 이후 최고치였다.
한은의 금리 인하 시점에 대한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한은이 이번 금통위에서 이례적으로 은행 대출 증가율이 상승하는 시기에 금리 인하를 단행했다는 것이다.
은행의 기업대출은 전월과 비교해 5월 6조원, 6월 3천억원, 7월 2조7천억원 늘었고 가계대출은 5월 2조원, 6월 3조6천억원, 7월 3조1천억원 증가했다. 은행 대출 증가율이 올라가는 것은 경기가 회복세라는 신호로 해석된다.
권영선 노무라증권 이코노미스트는 “한은은 1999년 5월 이후 지난달까지 은행대출 증가율이 올라갈 때 기준금리를 단 한번도 올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런 고민 때문에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는 연내 한 차례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금리인하의 효과를 보려면 한차례 내리는 것으로 충분하지 않다는 의견도 있어 경기상황에 따라서는 추가 인하도 배제할 수 없다.
연합뉴스
한은의 이번 결정으로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내놓은 정부와의 정책 공조도 어느정도 이뤄지게 됐다.
정부가 46조원 규모의 확장적 재정정책을 펴면서 한은이 기준금리를 내려 경기부양 효과를 극대화하기를 기대했었다.
◇ 경제 성장세 둔화에 ‘선제 대응’
한은이 기준금리를 3년10개월 만에 최저 수준인 연 2.25%로 내린 것은 무엇보다도 내수 부진, 원화 강세 등으로 국내 경제의 성장세가 둔화됐기 때문이다.
특히, 2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전기 대비 0.6%에 그쳐 7분기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세월호 참사 이후 민간소비가 마이너스로 돌아서는 등 경제주체들의 전반적인 위축이 경제를 누르고 있는 상황이다.
6월 소매판매는 전월보다 0.3% 늘었지만 증가 폭이 전월(1.2%)보다 둔화했고 설비투자는 두 달 연속 감소했다.
금통위는 이날 통화정책방향 전문을 통해 “국내경제를 보면, 수출이 호조를 지속했으나 세월호 사고의 영향 등으로 위축됐던 내수의 개선은 미흡했으며 경제주체들의 소비와 투자 심리도 계속 부진한 모습을 나타냈다”고 밝혔다.
이주열 총재는 지난달 금통위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경기 하방 리스크가 커졌다’고 9차례나 언급했다.
정부도 이달 초 ‘최근 경제동향’(그린북)을 통해 내수 회복세가 미약하고 수출 개선세도 견고하지 못하다는 어두운 경기 판단을 내놨다.
금통위는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물가 부담은 크지 않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금통위는 통화정책 전문에서 “앞으로 물가 상승률은 점차 높아지겠으나 당분간 상승 압력은 크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올해 들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대로 한은의 중기 목표치에 못 미쳤다.
또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는 빚이 있는 가계의 원리금 상환 부담이 완화되는 효과도 기대해볼 수 있다. 급격하게 떨어진 원·달러 환율을 안정시키는데도 기여할 수 있다.
◇ 최경환 경제팀 부양책에 금리 인하로 ‘화답’
재정·세제·정책을 아우르는 전방위 경기부양책을 내놓은 정부와 공조해야 한다는 필요성도 기준금리 인하 결정에 영향을 줬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7일 인사청문회에서부터 “재정과 통화정책 간 적절한 조합이 이뤄질 수 있도록 공조가 필요하다”며 기준금리 인하 필요성을 우회적으로 제기했다.
취임 후 ‘41조원+α’의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내놓고 나서는 “경제가 굉장히 어렵기 때문에 통화 당국에서 이런 인식에 맞게 대응할 것”(7월 28일 방송기자클럽 토론회)이라며 정책 공조의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등 여당 의원들의 ‘지원 사격’도 이어졌다.
이주열 총재도 정부와 여당의 이런 ‘압박’을 어느정도 받아들이겠다는 신호를 이미 보냈다.
이 총재는 올해 5월 “기준금리의 방향 자체를 인하로 보기 어렵다”고 언급해 ‘인상 깜빡이’를 켰다는 해석을 낳았다가 6월에는 “내수부진이 일시적인지, 통화정책 변화를 불러올 만한 큰 변화인지 지켜보고 있다”며 유보적 태도로 돌아섰다.
그러다 7월 금통위 직후 기자간담회에서는 ‘경기 하방 리스크’를 수차례 강조했다.
7월 금통위 의사록에서 금통위원 7명 가운데 과반수인 4명의 ‘비둘기 성향’(통화완화 선호)’이 드러나자 시장은 금리 인하를 기정사실화한 상태다.
이에 따라 지난달 국고채 3년물 금리는 2.465%(7월 23일)까지 떨어지며 기준금리인 2.50%보다 더 낮아지기도 했다. 주식시장 참여자들도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낮추면 코스피가 60∼70포인트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을 하며 기대감을 높였다.
◇ 인하 결정 이후에도 깊어지는 고민
그러나 기준금리 인하 결정에 리스크가 없는 것은 아니다.
우선, 미국이 통화정책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미국은 올해 10월 양적완화 정책을 마치고 내년 중에 기준금리 인상을 저울질하고 있다.
통화정책은 보통 6개월 이후를 보면서 방향을 설정하는데, 기축통화국인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시작되는 시점에 한은은 숨 가쁘게 기준금리 방향을 재설정해야 할 처지에 놓일 수 있다.
이미 1천조원을 넘어선 가계부채가 늘어날 수 있다는 점도 적지 않은 부담이다.
이주열 총재도 지난달 한 포럼에서 “기준금리를 낮춘다는 것은 부채 증가를 어느 정도 감수한다는 뜻”이라며 “가계부채 증가가 중기적으로 소비 여력을 제약하는 효과도 있다는 사실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은행의 적극적 권유로 주택담보대출을 변동금리에서 고정금리로 갈아탄 대출자들은 피해를 보게 된다. 불과 몇 달 뒤를 예측하지 못한 금융정책 때문에 소비자들이 손해를 떠안은 셈이다.
가계대출 잔액 기준으로 고정금리 대출 비중은 지난 6월 25.7%를 기록, 관련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2009년 12월 이후 최고치였다.
한은의 금리 인하 시점에 대한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한은이 이번 금통위에서 이례적으로 은행 대출 증가율이 상승하는 시기에 금리 인하를 단행했다는 것이다.
은행의 기업대출은 전월과 비교해 5월 6조원, 6월 3천억원, 7월 2조7천억원 늘었고 가계대출은 5월 2조원, 6월 3조6천억원, 7월 3조1천억원 증가했다. 은행 대출 증가율이 올라가는 것은 경기가 회복세라는 신호로 해석된다.
권영선 노무라증권 이코노미스트는 “한은은 1999년 5월 이후 지난달까지 은행대출 증가율이 올라갈 때 기준금리를 단 한번도 올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런 고민 때문에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는 연내 한 차례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금리인하의 효과를 보려면 한차례 내리는 것으로 충분하지 않다는 의견도 있어 경기상황에 따라서는 추가 인하도 배제할 수 없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