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도적인 경기로 부상 우려 말끔히 불식…올림픽 2연패 청신호시니어 데뷔후 가장 높은 예술점수로 기술적 실수 만회
‘피겨 여왕’ 김연아(23)가 첫 실전 무대 쇼트프로그램에서 올 시즌 최고점인 73.37점으로 1위에 올랐다.피겨 여왕의 애절함
김연아가 6일 크로아티아 자그레브의 돔 스포르토바 빙상장에서 열린 ‘골든 스핀 오브 자그레브’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서 배경음악 ‘어릿광대를 보내 주오’의 선율에 맞춰 애절한 표정으로 연기를 펼치고 있다. 김연아가 입은 올리브 그린색의 긴소매 드레스는 조명을 받으면 겨자색에 가까운 진한 노란색처럼 보인다.
자그레브 연합뉴스
자그레브 연합뉴스
24명의 출전 선수 중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김연아는 안도 미키(일본·62.81점), 엘리자베타 툭타미셰바(러시아·58.81점) 등을 월등한 점수차로 제쳤다.
김연아의 이날 점수는 그가 2006년 시니어 무대에 올라온 뒤 국제대회에서 받은 점수 중 통산 다섯 번째로 높다.
일본의 동갑내기 간판스타 아사다 마오가 올해 그랑프리 1차 대회에서 작성한 종전 기록(73.18점)을 뛰어넘은 시즌 최고 기록이기도 하다.
오른발 부상으로 뒤늦게 올림픽 시즌을 시작한 김연아는 그 첫 무대에서 고득점에 성공, 우려를 씻었다.
김연아는 올여름부터 준비해 온 쇼트프로그램 ‘어릿광대를 보내주오’를 이날 실전 무대에서 처음 공개했다.
한 차례 점프 착지에서 아쉬움이 남았지만, 전체적으로 나무랄 데 없는 연기였다.
특히 시니어 데뷔 이래 쇼트프로그램에서 가장 높은 예술점수를 받아 탁월한 예술성으로 기술적인 실수를 만회했다.
조명을 받아 노란빛이 감도는 연두색 의상을 입고 빙판 가운데에 선 김연아는 잔잔한 선율과 함께 어깨를 웅크리며 늘어뜨린 팔을 뻗어 올리고는 스케이트로 원을 그리는 동작과 함께 연기를 시작했다.
첫 과제인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기본점 10.10점)를 깨끗하게 소화해 수행점수(GOE) 1.40점을 챙겼다.
김연아는 훈련에서 이 점프를 할 때 좁은 링크 탓에 비거리를 맞추기 어려워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실전에서는 연결 점프까지 문제없이 착지했다.
이어 트리플 플립(기본점 5.30점) 점프를 정확히 뛰어올라 또다시 1.40점의 GOE를 추가했다.
김연아는 카멜 스핀으로 레벨4를 받고 0.90점의 GOE를 챙겨 전반부를 ‘무결점’으로 마무리했다.
음악의 중간 지점인 1분25초를 지나 점프의 기본점에 10%의 가산점이 붙는 구간이 오자 더블 악셀 점프(기본점 3.30점)를 뛰며 연기의 후반부를 열었다.
그러나 아쉽게도 착지가 불안정했다.
넘어질 뻔한 김연아는 왼손으로 급히 얼음을 짚으며 어렵게 균형을 회복했다.
빙판에 넘어질 경우 별도로 받는 1점의 감점은 면했지만 GOE에서 0.80점이 깎였다.
하지만 이내 안정을 되찾고는 레이백 스핀을 소화하며 끊어진 흐름을 다시 이었다. 심판진은 레이백 스핀에 레벨3을 매기고 GOE 0.80점을 줬다.
김연아는 이어 경기장을 횡단하며 스텝 연기를 벌여 애절한 감정을 극대화했다.
다양한 스케이팅 기술로 그리움을 표현하는 스텝 연기에 심판진은 최고레벨인 4를 주고 GOE도 1.54점이나 안겼다.
잔잔하게 이어지던 음악이 다시 살짝 높아지면서 감정을 끌어올리는 마지막 부분이 다가오자 김연아는 체인지풋 콤비네이션 스핀에 돌입했다.
레벨4, GOE 1.10점을 챙기며 스핀을 마친 김연아는 살짝 앞으로 나오면서 양팔을 부드럽게 뻗는 동작과 함께 연기를 마쳤다.
경기장 곳곳에 현수막을 걸고 ‘원정 응원’에 나선 한국 팬들을 2분50초의 연기가 끝나자 뜨거운 박수로 ‘선물 세례’를 쏟아내 부상을 떨치고 다시 빙판에 오른 김연아의 복귀를 환영했다.
약간의 아쉬움이 남아 보이던 김연아도 열렬한 환호에 미소로 응답했다.
연합뉴스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