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무죄 선고’ 의미
법원이 17일 박근혜 대통령의 세월호 참사 당일 행적에 의혹을 제기해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일본 산케이신문 가토 다쓰야(49) 전 서울지국장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것은 가토 전 지국장의 기사로 훼손된 박 대통령 개인의 명예보다 언론 자유의 가치가 더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부장 이동근)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가토 전 지국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가토 전 지국장의 기사는 소문의 내용을 제3자의 말과 칼럼을 인용해 추측할 뿐 사실을 단정하지 않았다”며 “국민의 감시와 비판의 대상이 되는 정부와 국가기관 등에 대한 명예훼손은 특별한 사정이 있지 않는 한 인정되기 어렵고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 비방할 목적이 있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또 재판부는 “일본은 최인접 국가로 깊은 경제·문화적 교류를 하고 있고 세월호 침몰 소식은 일본 국민의 공적인 관심 사안에 해당한다”며 “기사가 부적절한 점이 있지만 공익적인 목적으로 작성한 측면이 있음을 고려하면 민주주의 사회에서 언론의 자유 보호 영역에 포함된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다만 “외신 기자로 국내 기자만큼 주의 의무를 기울일 수 없지만 사실을 확인할 의무 자체가 면제됐다고 볼 수 없다”면서 “가토 전 지국장이 확인했다는 자료 및 관계자 진술 등에 따르면 소문을 진실로 믿을 만하다고 보기 어려워 허위 사실임을 인식하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재판부는 가토 전 지국장이 “대통령을 조롱하는 내용을 작성하면서도 사실관계를 확인하지 않은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점도 지적했다.
가토 전 지국장은 지난해 8월 3일 산케이신문 인터넷판에 ‘박근혜 대통령 여객선 침몰 당일 행방불명…누구와 만났을까’란 제목의 칼럼을 싣고 세월호 참사 당일 박 대통령이 정윤회씨와 함께 있었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두 사람이 긴밀한 관계인 것처럼 표현했다. 이에 검찰은 박 대통령을 비방할 목적으로 기사를 작성했다며 명예훼손 혐의를 적용해 기소하고 징역 1년 6개월을 구형했다.
가토 전 지국장은 판결 선고 직후인 이날 오후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무죄 판결은 당연한 결과”라며 “검찰은 항소하지 않고 결과를 받아들여 달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공인 중 공인인 대통령에 대한 기사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기소하는 구도가 민주주의 국가에서 맞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봐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두걸 기자 douzirl@seoul.co.kr
서유미 기자 seoym@seoul.co.kr
2015-12-18 8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