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원·폐원이 맞긴 한데…” 아이 맡길 곳 찾느라 ‘쩔쩔’
아동학대로 물의를 빚고 문을 닫는 어린이집이 인천에서 속출하고 있다.학부모들은 자녀가 학대를 받으며 어린이집을 다녔을 것이라는 생각에 고통받고 갑자기 문을 닫게 된 어린이집 때문에 자녀를 맡길 곳을 찾느라 또 한 번 고충을 겪고 있다.
인천 부평의 모 어린이집은 보육교사 A(25·여)씨가 원생 9∼10명을 주먹이나 손으로 때리는 장면이 지난 17일 언론에 공개된 이후 19일 휴원했다.
경찰이 공개한 폐쇄회로(CC)TV에는 3∼4살로 보이는 원생이 A씨로부터 얼굴을 세게 맞고 넘어지는 장면이 포함됐다. 이 어린이는 맞기 전에 A씨가 때릴 듯이 손을 올리자 놀라 움찔하며 뒷걸음질치는 모습도 있다.
어린이집은 ‘물의를 일으켜 죄송합니다’라고 적은 사과문을 출입문에 적어놓고 이날 문을 열지 않았다.
학부모들은 말로만 듣던 아동학대가 자녀의 어린이집에서 발생했다는 사실에 분노하면서도 당장 아이들을 맡길 곳을 찾느라 전전긍긍하고 있다.
한 어머니는 “어린이집이 휴원한다는 문자메시지를 어제 받고 급하게 하루 휴가를 냈다”며 “휴가를 길게 낼 수도 없는데 당장 내일부터는 누구에게 맡겨야 할지 막막하다”고 한숨지었다.
앞서 송도 모 어린이집도 아동학대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고 지난 16일 폐원 절차를 마무리했다.
일반적으로는 가해 보육교사에 대한 법원의 확정 판결 뒤에 시설폐쇄 조치가 이뤄지지만 이번 사건은 워낙 파장이 커 원장 스스로 요청, 폐원이 앞당겨졌다.
이 어린이집 학부모 역시 사건 초기에는 아이들을 맡길 곳을 찾느라 애를 먹었다.
송도 지역 인터넷카페에서는 이웃의 전업주부들이 “직장 다니는 엄마들을 위해 당분간 아이를 대신 봐 주겠다”며 ‘보육 품앗이’에 나서기도 했다.
이 어린이집 소속 원생 30명 가운데 2명은 인근 어린이집으로 옮겼고 나머지 원아들은 심리치료나 집에서 양육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서구의 모 어린이집도 지난해 11월 원생의 양손을 끈으로 묶어 학대해 물의를 빚자 지난 11월 자진 폐쇄했다.
아동학대 사례가 발생해도 아이들을 당장 맡길 곳이 없어 하는 수 없이 아이들을 계속 어린이집에 보내는 경우도 있다.
남동구의 모 어린이집에서는 지난달 보육교사가 낮잠을 자지 않는다는 이유로 원생을 머리 높이로 번쩍 들어 올렸다가 바닥까지 떨어뜨리는 행위를 6차례 반복해 충격을 줬다. 피해 어린이(2)는 발목뼈 골절로 전치 6주 진단을 받았다.
그러나 이 어린이집은 가해 보육교사만 면직 처리하고 운영을 계속하고 있다.
학부모들은 아동학대로 물의를 빚은 어린이집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데 동의하면서도 해당 어린이집의 공백에 따른 학부모의 피해를 최소화할 대책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한 학부모는 “돌발사고 발생 때 사고 어린이집 원생들을 인근 어린이집 2∼3곳에 한시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됐으면 좋겠다”며 “당국에서 3∼4개 어린이집을 권역별로 묶고 유사시에 대체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제도가 있다면 학부모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연합뉴스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