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정수석실 경정급 5명 전원 ‘물갈이’…2월 2명, 7월 3명
현 정부의 숨은 실세로 불리는 정윤회씨의 국정 개입 의혹을 시사하는 청와대 문건을 흘린 당사자로 경찰이 지목되는 가운데 청와대 민정수설실에 파견 나간 경정급 경찰관 전원이 올해 교체된 것으로 확인됐다.경정급 경찰관은 일선 경찰서로 치면 서장(총경) 바로 밑의 과장급이고 경찰청과 지방경찰청에서는 계장 역할을 수행하는 핵심 중간관리자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는 내외부 감찰을 수행하면서 보고서를 작성하는 위치에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직위에 있는 민정수석실 파견 경찰관이 한꺼번에 교체된 것은 당시 진행되던 각종 감찰 과정에서 문제가 불거졌기 때문이 아니냐는 시선이 제기된다.
◇ 민정수석실 경정급 경찰관 5명 전원 물갈이 = 경찰에 따르면 ‘정윤회 국정 개입 의혹’ 문건을 흘린 것으로 의심받는 박모(48) 경정은 민정수석실 산하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1년가량 근무하다 지난 2월 12일자로 파견이 해제됐다.
민정수석실 산하 민정비서관실 특별감찰반에서 근무하던 또 다른 경정 역시 이틀 앞선 2월 10일자로 파견이 해제됐다.
지난 7월에도 민정비서관실 근무 경정 3명이 거의 동시에 교체됐다.
민정수석실에 파견 나간 경찰관 중 경정이 5명인데 공교롭게도 이들 모두 5개월 새 모두 물갈이된 셈이다.
이례적으로 민정수석실 소속 경정급 경찰관 5명이 바뀐 배경에는 당시 각종 감찰 또는 인사와 관련한 청와대 내 정보가 외부로 새나간다는 의혹이 수차례 제기되자 이들이 당사자로 지목되면서 문책 성격의 인사였다는 설이 나돌았다.
청와대에서 나온 5명의 경정은 대부분 경찰 내 선호하는 자리나 특별한 임무가 주어진 직위로 복귀했다. 하지만 문건 유출 의혹을 받는 박 경정은 서울시내 일선경찰서, 그것도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자리로 옮겨 ‘좌천됐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박 경정은 애초 서울경찰청 정보부 산하 정보분실장을 지원했고 발령도 나기 전에 공석인 분실장 사무실에 자신의 짐을 옮겼다가 뒤늦게 일선 경찰서로 발령났다.
이런 점이 그가 청와대 문건을 흘린 것 아니냐는 의혹의 근거 중 하나로 제기된다.
◇ “경찰이 문건 유출”…경찰·의혹당사자 “아니다” = 박 경정이 문건 유출자로 지목되는 건 그가 공직기강비서관실에 있을 때 해당 문건을 작성했기 때문이다. 청와대도 경찰도 박 경정이 해당 문건을 작성했다는 주장을 반박하지는 않고 있다.
다만 청와대는 해당 문건이 시중에 떠도는 이른바 ‘찌라시’를 엮은 수준에 불과해 사실과 거리가 멀다며 발끈하고 있고, 곤혼스런 경찰은 당시 상황을 점검한 결과 경찰이 문건을 빼돌려 유출한 사실이 없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박 경정이 서울경찰청 정보분실장 사무실에 개인 짐을 가져다 둔 건 청와대 파견 해제를 이틀 앞둔 지난 2월 10일이다. 밀봉된 박스 1∼2개와 목도리와 경찰복 등이 든 쇼핑백 1∼2개였다고 한다.
경찰 관계자는 30일 “분실 직원들에게 확인한 결과 박 경정이 당시 짐을 가져다 놓은 것을 모르는 직원이 다수였고, 일부 아는 직원도 건드린 사람이 없다고 한다”며 “경찰 조직 정서상 분실장의 짐을 건드리기 어렵다”고 전했다.
해당 박스 안에 이번에 유출된 문서가 있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누구도 건드린 사람이 없기 때문에 분실 일부 직원이 이를 복사해 유출했을 것이라는 일각의 소문이 사실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박 경정 스스로도 유출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 그는 “내가 청와대 문건을 통째로 유출했다는 것은 사실무근이며, 박스 두 개 분량 문건을 갖고 나왔다는 것은 완전 엉터리”라고 했다.
박 경정은 해당 박스 내용물과 관련, “그런 문건(유출 청와대 문건)이 아니다”라며 자신이 과거 경찰청에 근무하다 청와대로 파견 나가면서 짐을 싸뒀다가 2월에 나오면서 정보분실장으로 갈 줄 알고 그 짐을 분실장 사무실에 옮겨놨다고 경찰에 해명했다고 한다.
그는 “분실장 발령 여부는 몰랐지만 공석이었고 지원한 만큼 될 걸로 알았다”고 말했다고 경찰 관계자가 전했다.
하지만 상황이 어찌 되었건 정보분실장이라는 요직에 당연히 발령나는 줄 알았다가 한직으로 밀려난 상황을 스스로 확인한 만큼 청와대 파견 근무자로서 그에 대한 섭섭함은 있었을 것이라는 게 경찰 안팎의 시각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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