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김 의원 조사 방법도 결정안됐다”고 했다가 말바꿔
검찰이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폐기 의혹과 관련해 6일 민주당 문재인 의원을 소환 조사한 데 반해 회의록 유출 의혹으로 고발된 새누리당 김무성 의원은 서면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져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다.문재인 의원(왼쪽)-김무성 의원.
김무성 의원 측은 7일 검찰로부터 지난달 중순 서면질의서를 송부받아 현재 답변을 작성중이라고 밝혔다.
김 의원에 대한 서면조사는 민주당이 김 의원을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 데 따른 것이다.
작년 대선을 앞두고 당 대선후보 캠프 총괄선대본부장을 맡았던 김 의원은 대선 직전 유세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7년 남북정상회담에서 서해북방한계선(NLL)을 포기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회의록 유출 논란이 불거졌다.
당시 김 의원의 발언에는 6월24일 국정원의 기밀해제로 공개된 정상회담 회의록 전문에 실린 문구들이 그대로 포함돼 있었다.
회의록 전문이 공개되고 이틀 뒤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비공개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는 김 의원이 대선 때 회의록을 입수해 읽어봤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복수의 참석자들이 전하기도 했다.
이에 김 의원은 “대선 당시 정문헌 의원이 구두로 설명해 준 내용에다 노 전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 이후 NLL 문제와 관련해 발언한 내용을 종합해 만든 문건을 유세 연설에 활용한 것”이라며 의혹을 일축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김 의원이 선대위 총괄본부장이었던 만큼 당시 박근혜 후보와 새누리당이 국가권력을 이용해 불법행위를 저지른 것이라며 김 의원을 공공기록물관리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민주당은 ‘집권 후 회의록 폭로’ 발언을 한 것으로 의심받은 권영세 주중 대사와 정문헌 의원도 함께 고발했다.
검찰은 고발장 접수 뒤 사건을 중앙지검 공안1부에 배당해 수사토록 했다.
그즈음 회의록 폐기 의혹에 대한 새누리당 고발장도 접수돼 공안2부에 배당했다.
검찰은 두 사건이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이라는 공통 사안을 다루지만 고발 대상은 여야로 갈린 만큼 정치적 논란을 고려해 속도를 비슷하게 맞추며 수사를 진행했다.
그러나 수사 성과는 차이가 있었다.
검찰은 회의록 폐기 의혹에 대해 “과학적으로 입증하겠다”며 자신감을 내비쳐왔다.
실제 검찰은 국가기록원 대통령기록관을 압수수색하고 참여정부 관계자들의 잇따른 소환조사를 통해 회의록 초본이 삭제됐고 수정본이 기록관으로 넘어가지 않은 사실을 밝혀냈다. 또 이 배경에 노 전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다는 정황도 포착했다.
반면 회의록 유출 건에 대해 검찰은 의혹 규명이 쉽지 않다며 곤혹스러워하는 눈치였다.
검찰 관계자는 지난달 “(기밀 접근이 가능한) 국정원 직원들도 거의 다 조사했고 기초조사도 거의 끝나가고 있다”며 “하지만 언제 누가 어떤 경위로 유출했는지 찾아내기는 만만찮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유출 사건의 경우 물증을 찾을만한 압수수색 대상이 명확지 않은데다 관련자들의 진술에 크게 의존할 수밖에 없어 입증이 쉽지 않다는 것이었다.
검찰이 고발 대상인 김 의원을 상대로 직접 조사가 아닌 서면조사 방식을 택한 것도 이런 어려움 때문이라는 입장이다.
즉 혐의를 입증할 명확한 증거나 단서가 없는 상황에서 고발 대상자들을 불러봐야 실효가 없다는 판단이 작용했다는 것이다.
검찰 외부에서는 당사자가 새누리당의 실세 의원인 점도 직접 소환하는데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와 관련, 검찰은 이날 오전 김 의원과 권 대사에 대한 서면조사 보도가 나오자 권 의원의 조사 사실은 인정했지만 김 의원에 대해서는 “서면조사하지 않았고 조사 방법도 결정하지 않았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김 의원 측에서 서면질의서를 송부받았다고 밝히고 나오자 검찰은 “서면을 보내고 답을 기다리는 상황”이라며 “조사가 진행 중인 과정이라 확정됐다고 말하지 않은 것”이라고 부랴부랴 해명했다.
뒤늦은 사실 확인에 대해 비판이 제기되자 검찰은 “수사가 상당 부분 진행 중에 있다. 조금만 지켜봐 달라”며 “중간 단계에서 있을 수 있는 오해나 논란의 소지가 없도록 할 것”이라고 사태 진화에 부심했다.
민주당은 검찰 수사의 형평성을 지적하며 즉각 김 의원과 권 주중 대사를 소환조사하라고 촉구했다.
배재정 대변인은 이날 국회 브리핑에서 “검찰은 참고인 신분인 문재인 의원이 피의자인 양 언론플레이를 한 반면 불법유출 의혹과 관련한 김무성·권영세 두 사람은 소환은커녕 서면조사만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며 “검찰은 이처럼 이중적 태도로 일관한다”고 비판했다.
문 의원은 전날 참고인 신분으로 검찰에 나와 9시간 가까이 조사를 받고 밤늦게 귀가했다.
특히 문 의원은 귀갓길에서 측근에게 “새로운 게 없었다. 이런 정도의 내용을 조사하면서 왜 나를 오라고 했는지 이해가 안 된다”며 검찰 조사 배경에 의문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은 문 의원 조사를 ‘전직 대선후보 망신주기’로 규정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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