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LL 대화록’ 일반문서로 재분류·공개 타당성 논란

’NLL 대화록’ 일반문서로 재분류·공개 타당성 논란

입력 2013-06-25 00:00
수정 2013-06-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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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발 전제인 ‘비밀 공표’ 근거 사라져…檢 “여러 법리 검토”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해 NLL(북방한계선)’ 발언을 둘러싼 정치권의 공방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가정보원이 24일 대화록을 전격 공개해 파문이 퍼지고 있다.

국정원은 이날 “비밀 생산·보관 규정에 따라 2급 비밀인 ‘2007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전문을 일반문서로 재분류해 국회 정보위원들에게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국정원이 2급 비밀을 일반문서로 재분류한 뒤 외부에 공개한 근거와 절차적 정당성을 놓고 논란이 증폭되는 양상이다.

또 비밀 내용을 새누리당 의원들이 외부에 공표했다며 민주당 측이 검찰에 고발한 사건과 관련, 고발의 전제가 사라지게 돼 향후 수사에 어떤 영향을 줄지도 관심사다.

민주당 측은 새누리당 의원들이 공공기록물관리법상 비밀을 외부에 함부로 공표했다고 했지만 대화록 자체가 더 이상 비밀이 아닌 일반문서가 됐기 때문이다.

◇2급 비밀→일반문서 ‘강등’…임의로 재분류 = 우선 논란거리는 국정원이 2급 비밀을 일반문서로 전격 ‘강등’한 조치가 타당한지 여부다.

검찰과 국정원 등에 따르면 대화록은 2007년 남북 정상회담 당시 배석자가 녹음한 내용을 국정원이 대화체 형태로 풀어 문서화한 것이다.

100여쪽 분량인 대화록의 생산 시점은 2008년 1월이다. 국정원은 대화록을 공공기록물로 지정, 2급 비밀로 관리해왔다.

2급 비밀은 ‘누설되는 경우 국가 안전보장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는 비밀’이다.

그러나 국정원은 전격적으로 대화록 전문을 일반문서로 재분류하고 공개했다. 이 과정에서 국정원은 “원장의 재가를 거쳤다”고 설명했다.

공개 배경에 대해서는 “6년 전 정상회담 내용이 현 시점에서 국가안보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보안업무규정상 국정원은 직권으로 비밀을 재분류할 수 있다.

비밀은 일정 기간 보존해야 하는 ‘존안기간’이 정해져 있고 그 기간에는 재분류하지 않도록 돼 있다.

다만 일반문서가 되면 이런 ‘존안기간 중 재분류 금지’ 제한을 받지 않는다.

결국 국정원이 정상회담 대화록을 일반문서로 재분류한 것 자체는 큰 하자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시각이 많다.

그럼에도 국정원이 전격적인 재분류에 이어 그 내용을 전면 공개한 경위는 여전히 의문이다.

국정원이 밝힌 것처럼 ‘대화록 전면 공개’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됐는지에 대해서는 각계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상위법인 공공기록물관리법과의 충돌 여부도 향후 논란이 될 수 있다.

이 법 35조에는 ‘기록물 관리기관은 비공개로 재분류된 기록물에 대해 재분류된 연도부터 5년마다 공개 여부를 재분류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회의록을 2008년 1월에 만든 점을 감안하면 5년 후인 올해 재분류가 가능한 셈이다.

다만 국정원이 국가안보에 중대한 영향을 주는 비밀을 이번처럼 전격 재분류한 사례가 있는지, 통상의 경우 어떤 절차를 밟아 재분류를 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또 법에는 기록 공개와 관련, 기관장이 ‘기록물공개심의회’를 설치해 공개 여부에 대한 심의를 요청하도록 돼 있다. 국정원이 이런 과정을 거쳤는지도 밝혀지지 않았다.

◇’고발 전제’ 증발…수사 어떻게 되나 = 민주당은 지난 21일 새누리당 소속 서상기 국회 정보위원장 등 의원 5명과 남재준 국정원장, 한기범 국정원 1차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공공기록물관리법상 비공개 기록물이자 2급 비밀인 ‘정상회담 대화록’ 중 NLL 관련 발췌본을 열람한 뒤 그 내용을 외부에 무단 공표했다는 것이다.

서울중앙지검은 이날 공안1부(최성남 부장검사)에 사건을 배당해 대화록을 열람·공개한 행위와 이 행위의 적법성에 대한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공공기록물관리법상 비공개 기록물은 해당 기관장이 ‘공공기관에서 직무수행상 필요에 따라 열람을 청구한 경우’에 한해 제한적으로 열람할 수 있다.

또 열람 신청서에 적은 목적 외의 용도, 즉 외부 공표 등의 행위는 할 수 없다.

그런데 국정원이 이날 발췌본의 원본 격인 정상회담 대화록의 전문을 2급 비밀에서 일반문서로 재분류했다. 함부로 열람·공개할 경우 엄한 처벌을 받는 비밀문서가 더 이상 아닌 셈이 된 것이다.

향후 수사에도 적지 않은 영향이 예상된다. 고발 당시에는 위법성을 다퉜지만 현 시점에서는 위법성이 없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행위 당시의 법을 적용, 처벌하려 해도 처벌의 실효성을 놓고 논란이 생길 가능성도 있다.

이와 관련, 검찰은 관망하면서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국정원에서 나름의 근거를 갖고 재분류 절차를 진행했을 것으로 본다”며 말을 아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국정원의 재분류 및 공개 과정에 연관된 관련 법률들을 점검하는 등 여러 법리를 두루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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