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문죄인 돼야 링거라도…” “TV토론 보니 국보법 필요해” “安, 여의도 귀퉁이 차지 속셈”
‘북한이 오죽 박정희를 싫어했으면…이번에 문죄인이 돼야 링거라도 꽂아줄 텐데ㅋㅋ.’‘정희 언니가 대선에 출마한다는 뉴스를 듣고 졸라 웃었다.’
‘안철수는 문재인 밀어주고 하산했으면 뻔한 거 아냐?’
국가정보원 심리정보국 직원들은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이 같은 내용의 비방글 73건을 인터넷 사이트 게시판에 올린 것으로 수사 결과 드러났다. 공무원이 한 것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만큼 자극적이고 노골적인 내용들이다.
검찰에 따르면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지시에 따라 김모(29·여)씨 등 직원 9명은 지난해 9월부터 12월까지 오늘의유머(오유),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 보배드림 등 인터넷 커뮤니티와 네이버 등 포털사이트 수십곳에 대선과 관련된 댓글을 달았다. 지난해 9월 3건이던 댓글은 11월에 24건, 12월에 35건으로 늘어나는 등 대선이 다가올수록 늘었다.
민주당과 문재인 후보에 대한 비방글은 대선 직전 쟁점화됐던 북방한계선(NLL) 문제와 공약 비판 글이 주를 이뤘고, 통합진보당과 이정희 후보에 대한 비방글은 남쪽정부 발언 등 TV토론회가 가장 많았다.
‘가슴의바다’라는 닉네임을 쓴 직원은 지난해 11월 23일 오유 사이트에 ‘연평도 포격 2년…그날을 잊었는가?’라는 글에서 “문재인 후보는 천안함 폭침 후 나온 5·24 대북제재 조치까지 해제하겠다고 한다. 국민은 어떤 후보가 우리의 안보와 국익을 수호하고 책임질 수 있는지를 눈여겨봐야…”라고 문 후보를 비방했다.
지난해 12월 ‘응답없음1997(dkzkfkzk)’이라는 닉네임을 쓴 또 다른 직원은 뽐뿌 게시판에 ‘남쪽정부? 정말 할 말이 없네요’라는 글에서 “어제 TV토론 보면서 정말 국보법 이상의 법이 필요하다고 절실히 느꼈습니다. 국보법 때문에 뭐가 그렇게 불편하고 무서워서 폐지, 폐지 외쳐왔는지 이제 좀 알 거 같군요”라고 이 후보를 비방했다. 안철수 의원에 대해서는 지난해 10월 ‘어차피 정치는 계속한다 했고 박원순 때처럼 또 흡수당하면 스탠스가 애매해지니까 박근혜 이기든 말든 완주하고 여의도 귀퉁이 차지하겠다는 속셈 아니노?’라고 비난했다.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2013-06-15 4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