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종편, 5·18 성격 부정 방송 ‘논란’

일부 종편, 5·18 성격 부정 방송 ‘논란’

입력 2013-05-17 00:00
수정 2013-05-17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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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 정당성 두고 이념 논쟁 조짐

18일 5·18민주화운동(이하 5·18) 33주년을 앞두고 종합편성채널인 TV조선과 채널A가 잇따라 5·18의 기본적 성격을 부정하는 내용의 방송을 내보내 논란이 일고 있다.

이런 종편 보도가, 공식 기념행사에서 5·18 기념곡 ‘임을 위한 행진곡’의 제창을 허용하지 않기로 한 국가보훈처 결정과 맞물리면서 우리 사회의 ‘보수-진보 갈등’이 고조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채널A는 지난 15일 한 시사프로그램에서 5·18 당시 북한군으로서 광주에 투입됐다고 주장하는 한 탈북자의 인터뷰를 방영했다. 김명국이라는 가명으로 목소리만 나온 그는 “광주 폭동 때 참가했던 사람 가운데 조장들은 (북한으로 돌아가) 군단 사령관도 되고 그랬다...머리가 좀 긴 애들은 다 (북한) 전투원이었다”고 말했다.

지난 13일 TV조선의 한 시사프로그램에 북한 특수부대 장교 출신이라는 임모씨가 출연해 5·18 때 600명 규모의 북한군 1개 대대가 침투했다는 주장을 폈다.

이에 민주당 측은 지난 16일 논평을 내고 TV조선과 채널A가 5·18 광주민주화운동에 북한 특수부대가 개입했다는 주장을 방영한데 대해 “허위 날조”라며 강력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홍영표 의원을 비롯한 야당 의원 4명은 특히 TV조선의 보도에 대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강력히 제재해 달라며 심의를 신청했다.

북한의 대남선전용 웹사이트 ‘우리민족끼리’는 16일 “(종편들의 5·18 북한 개입설 보도는) 진실을 왜곡하기 위한 희세(稀世)의 사기극”이라며 “여론을 미리 호도함으로써 5·18 항거정신을 희석시키고 반공화국 적대시 정책과 북침전쟁 소동을 정당화하려는 목적”이라는 한 필자의 주장을 실었다.

이로써 5·18민주화운동의 역사적 정당성에 관한 보수와 진보 세력의 엇갈린 주장이 다시 한번 불붙는 모양새지만 여론은 대체로 TV조선과 채널A의 관련 방송에 부정적이다.

고계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총장은 “5.18은 시민의 민주주의 운동을 군부가 폭력으로 진압했다는 것이 핵심이고 이 흐름에서 판단해야 한다”며 “일부 종편이 검증 없이 무분별한 방송을 내보낸 건 광주 시민을 상처내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이태호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5.18이 국가 폭력에 맞선 시민들의 민주주의 운동이라는 사실을 마치 1980년대 군부의 논리를 그대로 인용한 듯한 주장을 지금 내놓는 저의가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강조했다.

박태균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5.18은 이미 세계사적으로 어떤 성격의 사건인지 다 평가가 끝난 일인데도 자꾸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흠집 내려고 하는 건 국격에 악영향을 미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부산에 사는 회사원 김태욱(33)씨도 “기본적 역사마저 방송을 통해 왜곡시키려는 의도가 보여 불쾌하다”며 “잘못된 역사 인식을 심어줄 수 있는 그런 보도 행태는 비판받아 마땅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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