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망 두터웠는데 안타깝다”…”검증 과열된 느낌””과거 판결 문제 삼는 건 사법부 불신 초래” 우려도
대법관과 헌법재판소장을 지낸 김용준(75·고등고시 9회) 국무총리 지명자가 지명 닷새 만인 29일 전격 사퇴하자 ‘친정’인 헌재와 법원에서는 ‘허탈하다’, ‘안타깝다’는 반응이 잇따라 나왔다.특히 이동흡(62·사법시험 15회) 헌재소장 후보자에 대해 각종 의혹이 쏟아지며 국회 인사청문특위의 청문보고서 채택이 무산된 데 이어 1994년부터 2000년까지 제2대 헌재소장을 지낸 김 지명자의 사퇴 소식이 전해지자 헌재는 상당한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법원 내부에서는 박근혜 정부 출범을 앞두고 고위직 후보에 오른 법관 출신 인사들이 잇따라 여론의 질타를 받은 데 대해 ‘속앓이’가 심했던 상황이라 안타까움이 더했다.
사퇴 소식이 전해진 이날 저녁 헌재의 한 관계자는 “소탈하고 신망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진 분이었는데 차라리 법조계 원로로 남아있었더라면 좋았을 것”이라며 “헌재소장 출신이라 더 아쉽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본인이 더 엄격한 도덕성을 가졌어야 했다는 점은 별론으로 하고, 헌재가 외부에 의해 자꾸 정치적 독립성이나 중립성을 의심받는 점이 매우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개인적인 결함이 법조계에 대한 불신으로 연결되지 않도록 스스로 사퇴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르게 결단한 점은 다행이지만, 후배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던 분이 아름답게 퇴장하지 못해서 허탈하다”고 말했다.
최근 인사 검증 과정의 논란을 다소 불편하게 지켜보던 일부 법원 관계자들은 김 지명자가 사퇴 결심을 하자 그동안 숨겨온 속내를 드러내기도 했다.
서울고법의 한 판사는 “현재의 잣대로 오래전 실수나 잘못을 끄집어내 공격하는 방식이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생각했다”며 “특히 과거의 판결을 문제 삼는 것은 사법부 불신 같은 엄청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김용준 지명자는 이동흡 후보자에 비해 훨씬 나을 것이라는 게 알 만한 사람들의 인식이었다”며 “김 후보자가 총리로 지명되기 이전에 이 후보자가 거의 난도질 당하다시피 하면서 검증이 과열된 게 아닌가 싶다”는 의견을 냈다.
수도권 지방법원의 한 배석판사는 “가장 도덕적이라고 알려진 법관 출신들이 잇따라 여론의 질타를 받는 것을 보며 비애감을 느꼈다”며 “과연 누가 이 험난한 검증 과정을 이겨낼 수 있을까 하는 의문도 들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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