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단정 절반 고압분사기 미설치, 경비함 1척 당 中어선 150척 담당
서해 배타적경제수역(EEZ)에서 중국 어선의 불법조업을 단속하는 해양경찰의 진압장비 확충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18일 해양경찰청의 ‘불법조업 어선 등선시 작전 매뉴얼’에 따르면 불법조업 단속 요원은 최루액을 섞은 용액을 발사하는 고압분사기, 섬광탄 또는 고무탄이 장착된 유탄발사기로 사전 무력화 후 어선에 올라타도록 돼 있다.
그러나 해경 고속단정 전체 105대 중 고압분사기를 갖춘 단정은 절반인 52대에 불과하다.
현장 단속 요원들은 고속단정의 고압분사기가 나포작전 초기에 중국 선원들을 제압하는데 위력을 발휘하는 장비라는데 동감한다.
최근 중국 어선들은 어선 양측에 길이 1∼2m의 쇠창살을 수십개씩 꽂아 놓고 해경 고속단정의 접근을 막고 있다.
해경 특수기동대원들은 쇠창살을 피해 단정의 진입각도를 45도 정도로 맞춰 어선에 순식간에 붙인 뒤 등선을 시도하고 있지만 중국 선원들은 선측에서 쇠파이프·손도끼·해머 등을 휘두르며 해경의 접근을 저지하기 일쑤다.
이 때 고압분사기를 사용하면 중국 선원들을 어선 중앙으로 밀어내 해경 대원의 신속한 등선이 가능해지고 선원들과 육탄전도 최소화할 수 있다.
인천해경의 1천t급 경비함 함장은 “고압분사기는 물리적 충돌 없이도 중국 선원들을 초기에 제압할 수 있어 효용성이 매우 크다”며 “고속단정에 고압분사기 설치가 확대돼야 한다”고 밝혔다.
해경은 올해 말까지 고속단정 29대에 고압분사기를 추가 설치하고, 나머지 단정은 분사기를 설치하기에 연식이 오래된 점을 감안해 단정 교체시 분사기를 장착할 예정이다.
해경 특수기동대원들의 방검부력조끼도 안전성 논란에 휩싸여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해경은 3억4천만원을 들여 옆구리 방검기능을 보강하고 무게를 줄인 신형 조끼 929벌을 조만간 지급할 예정이다.
지난해 12월 단속 현장에서 순직한 고(故) 이청호 경사가 중국 선원의 흉기에 옆구리를 찔려 숨진 것을 계기로 보급되는 신형 조끼다.
그러나 신형 조끼가 송곳 또는 특수강을 사용하는 사시미칼을 막을 수 없다는 주장이 지난 15일 국정감사에서 제기돼 안전성을 더욱 보강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해경청의 한 관계자는 “신형 조끼 샘플에서 그런 문제점이 발견돼 채택 여부를 종합적으로 고려 중”이라며 “엄격한 심사를 거쳐 안전성이 보장된 신형 조끼를 보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해경 특수기동대에 새로 보급된 K-5 권총 사용 매뉴얼도 더욱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해경청은 이청호 경사 사망 사건 직후 지난해 12월 특수기동대원 342명 전원에게 K-5 지급을 완료했지만 단속 현장에서는 거의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
한 특수기동대원은 “파도로 심하게 요동치는 선박 위에서 총기를 잘못 사용할 경우 인명을 살상할 수 있기 때문에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다”며 “수십 명이 뒤엉킨 상황에서 동료가 총에 맞을 수도 있어 총기 사용은 자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통합당 윤후덕 의원은 지난 15일 해경청 국감에서 “정당방위 차원의 총기사용은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현장상황 채증이 필요한데 개인 채증장비 보급이 지연돼 사실상 총기 사용이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세분화된 매뉴얼과 관련 직무교육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밖에 EEZ 경비를 위한 경비함정 증강의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현재 인천·태안·군산·목포·평택·제주·서귀포 등 서남해 7개 해양경찰서에서 EEZ 경비에 활용되는 1천t급 이상 경비함은 19척이다.
3교대로 근무가 이뤄지기 때문에 하루 서남해 EEZ에 투입되는 경비함은 6척에 불과한 실정이다.
서남해에서 조업하는 중국어선은 하루 평균 1천600여 척. 이 중 조업허가를 받은 어선은 600척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불법 조업 어선이다.
경비함 1척이 150척 가량의 불법조업 어선을 단속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순찰차 1대가 경기도 전역을 감시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웃지 못할 말도 나오고 있다.
해경은 2016년까지 총 3척의 경비함을 도입하고 2020년까지 5척을 추가 도입한다는 계획이지만 예산 문제로 경비함 증강 계획이 실현될지 미지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