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세 자영업자 악성 채무 많아 毒…금융사 등 부실 도미노 배제 못 해
자영업자의 빚 부담은 지난 4년간 50% 이상 늘어났다. 한 달에 100만원을 번다고 칠 때 2012년에는 22만 5000원이 원리금 상환에 쓰였지만, 지난해에는 34만원이 들어갔다. 전체 가계부채의 3분의1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자영업자들이 가파르게 증가하는 빚의 무게를 이기지 못한 채 무너질 경우 금융기관과 건물주 등으로 부실 위험이 확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대목이다.19일 통계청에 따르면 2012년 평균 22.5%였던 자영업 가구의 경상소득 중 원리금상환액 비율이 지난해에는 34.0%로 11.5% 포인트 늘었다. 원리금상환액 부담이 4년 사이에 51.1%나 증가했다는 얘기다. 이는 자영업자가 벌어들이는 돈보다 빚이 더 많이 늘었기 때문이다. 특히 악성부채의 비중이 커졌다. 2012년 연평균 5585만원이던 자영업자 가구의 경상소득은 지난해 6244만원으로 11.4% 늘었다. 같은 기간 평균 부채는 1억 925만원에서 1억 3332만원으로 22.3% 증가했다. 그런데 원리금상환액은 연평균 1255만원에서 2126만원으로 69.4% 늘었다. 이는 이자율이 높은 제2금융권에서 빌린 돈이 많았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약 100만명의 대출자 데이터를 분석해 내놓은 금융안정 상황 보고서에 따르면 2012년 318조 8000억원이던 자영업자 대출잔액은 지난해 말 480조 2000억원으로 50.6%가 늘었고, 이 가운데 비은행권 대출 역시 88조 9000억원에서 133조원으로 49.6% 증가했다.
윤용만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는 “비은행기관 대출은 금융당국의 건전성 규제의 사각지대에 있고 은행보다 이자율이 높아 금리 상승기에 영세한 대출자들에게 미치는 충격이 상대적으로 더 클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이처럼 자영업자의 소득은 별로 늘지 않는 가운데 부채 증가폭은 해가 갈수록 가팔라지다 보니 악성 채무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소비 회복이 더딘 가운데 조만간 현실화될 금리 인상까지 감안하면 자영업자의 부채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활화산’인 셈이다.
세종 장형우 기자 zangzak@seoul.co.kr
2017-04-20 3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