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화 논의 진전 가능성..”더 멀어졌다”는 시각도
무소속 안철수 대선 후보가 정치혁신 3대 과제를 던져, 그동안 단단히 꼬였던 야권의 후보 단일화 논의의 매듭이 풀리는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안 후보가 17일 세종대 강연에서 내놓은 정치혁신안은 크게 ‘협력의 정치’, ‘직접민주주의 강화’, ‘특권 내려놓기’ 등 세 가지로 요약된다.
지난 8일 대구에서 “공천권을 국민에게 돌려줘야 한다”고 언급한 데 이어 정치 쇄신 방안을 좀 더 구체화한 것이다.
일단 정치쇄신이 안 후보가 내건 야권 후보단일화 조건의 하나라는 점에서 정치권 안팎에서는 단일화 논의가 진전될 가능성이 높아진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정치쇄신 방안을 구체화한 것이 “구체안을 내놓으라”는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 측의 요구에 대한 화답으로 해석되는 것도 이런 시각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단일화 논의 착수를 애타게 바라던 문 후보 측은 즉각 “동의한다”는 뜻을 표명했다.
문 후보 캠프의 진성준 대변인은 18일 브리핑에서 “안 후보의 말씀은 문 후보가 후보 수락연설에서 이미 천명한 것과 맥락이 같다”고 반겼다.
그동안 단일화 논의 자체를 외면하던 안 후보가 협상 테이블 쪽으로 한 발짝 다가오는 계기가 되길 바라는 모습이다. 진 대변인은 “앞으로 머리를 맞대고 함께 논의해가고 정치혁신을 실현하기 위해서 힘을 모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안 후보는 민주당의 실천 여부를 국민과 함께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이날 강원도 원주에 있는 의료기기 테크노밸리 현장을 방문한 뒤 기자들에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몇 가지를 말씀드렸다”며 “실제로 어떻게 행동으로 옮기는가가 중요하며 그것을 보고 국민이 판단하실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안 후보 측 유민영 대변인도 브리핑에서 “상식적인, 정말로 상식적인 표현을 한 것”이라며 “정치에 대한 국민의 열망이 무엇인지 말한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반면 단일화 논의 매듭이 오히려 더욱 단단히 꼬일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안 후보가 주장한 ‘당론ㆍ공천권 폐지’는 정당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한 정치평론가는 “안 후보가 무소속 대통령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과도하게 나간 것 같다”고 비판했다.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은 “정당정치의 근간을 흔들면 단일화와는 거리가 더 멀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문, 안 후보는 단일화 논란이 과열되면 피로감으로 효과가 반감할 수 있다는 점을 의식한 듯 냉각기를 이어갔다.
그러나 이들 후보와 달리 양측 진영은 이날도 각개전투 식으로 산발적인 신경전을 펼쳤다.
문 후보 선대위의 윤여준 국민통합추진위원장은 KBS라디오에서 “대통령이 정당이 없으면 국민이 누구를 대상으로 책임을 물을 수 있는가”라며 ‘무소속 대통령 불가론’을 폈다.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도 라디오에서 “쇄신안도 국회에서 법과 제도로 갖춰져야 비로소 쇄신이 된다”며 “그렇기 때문에 정당정치가 필요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안 후보 측 김성석 공동선대본부장은 라디오에 출연, 박 원내대표의 ‘안철수 입당론’에 대해 “정치 발전을 위해 본인이 어떠한 언행을 하는 것이 좋은 때인지 돌아보길 바란다”며 ‘이기는 단일화’가 돼야 한다고 반박했다.
연합뉴스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