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관계자 “APEC 기간 언급할지 예단 어려워”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차 인도네시아 발리를 방문 중인 박근혜 대통령이 정상회의 기간 미국이 주도하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참여 여부에 대한 언급을 할지 주목된다.이번 APEC 정상회의 기간 TPP 협상 참가국들이 모여 TPP 협상을 사실상 마무리할 것이라는 외신 보도가 이어진데다 최근에는 “한국 정부도 TPP 참여를 거의 공식 결정했다”는 미국의 통상전문매체의 보도까지 나와서다.
더구나 TPP가 이번 APEC 행사의 공식 의제가 아닌데도 TPP 협상 참여 12개국은 APEC 기간 별도로 각료회동을 했고, 전면적인 역내 관세 철폐를 실현하기 위한 기본틀에 합의하는 등 협상이 급물살을 타는 상황이다.
사실 우리 정부도 TPP 참여를 긍정적으로 검토해왔다. 주철기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지난 3일 기자들과 만나 “검토를 해왔다. 사실 TPP 국가들이 많이 APEC에 가입돼 있어 아ㆍ태 지역 협력을 넓히는 것이니까 관심은 많이 갖고 있다”고 말했다.
TPP는 미국, 일본, 캐나다, 멕시코, 호주, 뉴질랜드, 싱가포르, 브루나이, 베트남, 말레이시아, 칠레, 페루 등 아태지역 12개국이 진행 중인 다자 자유무역협정(FTA)이다.
현재까지 참여한 12개국의 경제 규모는 전 세계의 3분의 1 수준이고, 무역 규모는 한해 약 10조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는 거대 시장이다.
한국 정부가 TPP 참여에 대한 ‘긍정적 검토’를 한 것은 우리나라가 제외된 상태에서 TPP가 체결될 경우 역내 무역에서 우리나라의 주도권이나 영향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위기감에서 나왔다는 분석이 대체적이다.
TPP에 참여하면 TPP 원산지 규정상 어떤 국가의 기업이 다른 나라에서 생산한 원자재도 해당국 생산으로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에 양자협정인 FTA(자유무역협정) 확대와 맞물려 생산시장이 글로벌화되는 이점이 생긴다.
APEC 기간 박 대통령이 전격적으로 TPP 협상 참여를 선언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 것도 이 때문이며 TPP 협상이 최근 급진전되고 있는 것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다만 박 대통령이 TPP 참여를 결정하기가 쉽지 않다는 관측도 만만치 않다. 농산물 개방압력이 더욱 거세지면 국내 여론이 악화할 수 있고, 2단계 양허협상으로 넘어간 중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의 APEC 정상회의 참석을 수행하는 정부 고위 관계자도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그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TPP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이번 정상회의에서는 아태 지역에서의 경제협력, 다양한 형태의 무역자유화와 경제 협력 및 경제 통합 동향을 의제로 다루고 있지만 TPP 문제는 의제가 아니다”라며 “한국이 TPP에 대한 어떤 입장을 구체적으로 밝힐 수 있는지는 현재로서는 예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