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조언 “실무접촉 성공적…대화 불씨 살려야”

전문가 조언 “실무접촉 성공적…대화 불씨 살려야”

입력 2013-06-10 00:00
수정 2013-06-10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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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핵화 문제 등 포괄적 접근 필요…회담 정례화 주력해야”

남북관계 전문가들은 남북 양측이 9∼10일 진행한 실무접촉을 대체로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하고 본 회담에서도 남북 대화의 분위기를 이어가는데 주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남북은 이번 실무접촉에서 이달 12∼13일 서울에서 ‘남북당국 회담’을 열기로 합의했으나 수석대표의 급과 일부 의제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는 못했다.

전문가들은 남북이 일부 의제에 대해서는 합의를 하지 못했지만 18시간 동안 마라톤협상을 이어가며 합의문을 내놓은 것은 대화 의지를 보여줬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들은 우리 정부가 오는 12일 열리는 당국회담에서 구체적인 성과에 집착하기보다는 남북 대화의 불씨를 살리는 데 힘써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런 관점에서 당국회담이 향후 대화의 가능성을 구체화하는 자리가 돼 당국회담을 정례화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전문가들의 평가와 조언을 요약한다.

◇ 김영수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실무접촉에서 남북 양측이 이견은 보였지만 회담을 깨지 않았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회담을 1박2일 동안 이어간 것도 오랜만이다. 과거에는 이런 상황에서 회담이 결렬되곤 했는데 이번에는 대화 틀이 깨지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한다. 남북이 그간 회담을 ‘단막극’으로 봤다면 이번에는 ‘연속극’으로 보는 것 같다. 그러므로 12일 열리는 당국회담도 기대해도 좋을 듯하다. 양측이 뚜렷한 대화 의지를 갖고 있는 것 같다.

당국회담은 수석대표의 격이 맞지 않아 산뜻한 출발을 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그러나 실질적인 결과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 이번 당국회담에서 북한은 남북이 대화 국면에 들어섰다는 것을 대외적으로 선전하는 데 주력할 가능성이 크다. 우리 정부는 구체적인 합의에 욕심을 내기보다는 남북 신뢰의 물꼬를 트고 다음에 평양에서 열릴 회담까지 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 유호열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

실무접촉에서 당국회담을 열기로 합의한 것은 긍정적이다. 북한이 수석대표 급 문제에서 굳이 양보하지 않는다면 우리 측 수석대표도 꼭 장관일 필요는 없다고 본다. 이번 실무접촉에서 우리 정부는 회담에 임하는 자세를 보여줬으며 북한에도 우리의 의지가 잘 전달됐을 것으로 본다.

지금은 북한에 지나치게 기대할 상황은 아니다. 막힌 대화가 열리는 상황에서 욕심을 부리면 엉뚱한 결과를 낼 수도 있다. 우리 정부는 당국회담 의제를 포괄적으로 잡은 만큼 우선순위는 개성공단 재개 등에 두더라도 비핵화를 포함한 나머지 문제도 포괄적으로 풀어나가겠다는 입장을 보여야 한다.

◇ 최진욱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그동안 우리 정부가 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해 당국간 회담을 하자고 제안했지만 북측이 계속 거부해왔다. 따라서 이번 당국회담에서 개성공단 문제만 논의해도 성공이라고 본다. 나머지는 서로 신뢰를 쌓아가면서 해결할 수 있는 사안들이다.

당국회담에서 합의되지 않더라도 다음 회담에서 논의하면 된다. 금강산관광 재개 문제만 해도 우리 관광객 피격 사건을 거론하지 않을 수 없고 이산가족 상봉 문제도 대북 지원 문제와 관련되기 때문에 한꺼번에 다 다루기는 어렵다. 비핵화 문제도 회담을 계속 이어가면서 쌓인 신뢰를 바탕으로 제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 김근식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일부 합의를 도출하지 못한 부분도 있지만 대화가 결렬되지 않고 12일 당국회담 개최 합의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실무회담의 역할을 충분히 했다고 본다. 이명박 정부 시절 남북 군사실무회담이 결렬된 것과 대비된다. 당국회담 수석대표급 등의 문제로 이견을 빚었는데 회담 진전이나 남북관계 정상화 관점에서 본질적인 사안은 아닌만큼 이를 문제삼아 회담 자체를 위태롭게 만들어서는 안된다.

오는 12일 열리는 당국회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당국회담의 틀을 제도화하는 것이다. 당국회담이 남북관계를 총괄할 수 있는 틀로 자리잡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만 개성공단 사태 같은 돌발 사안이 생겨도 서로 만나 대화할 수 있다.

◇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남북 양측이 각론의 차이에도 당국회담을 열기로 합의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고 싶다. 이번에 합의하지 못한 부분은 향후 실무적으로 풀면 된다. 수석대표 급 문제는 풀리기 어려워 보이지만 일단 당국회담 개최에 합의했다는 점에 의미를 두고 미합의 부분은 오늘 내일 사이에 조절해야 할 것이다.

정부는 이번 당국회담에 대해 남북관계 관리라는 큰 틀에서 적극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양측의 줄다리기가 있겠지만 사소한 것들에 얽매일 필요는 없다고 본다. 개성공단 문제와 같이 시급한 것부터 우선적으로 협의하고 합의 도출이 어려운 부분은 향후 회담에서 논의할 수 있도록 열어둬야 한다. 비핵화 이슈를 이번에 적극적으로 다룬다면 당국회담이 실질적인 성과를 내기 어려워질 것이므로 이 문제는 포괄적, 총론적으로 접근하되 향후 회담에서 단계적으로 제기하는 것이 좋다고 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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