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북한과 협상할 때는 ‘틈새 시간’을 주면 절대 안 된다”고 밝혔다.
정 전 장관은 10일 공개된 신간 ‘정세현의 통일토크’에서 “북한은 틈새 시간이 생기면 다음번 협상에서 몸값을 올릴 카드를 개발해놓고 느긋하게 다음 협상을 기다린다”며 이같이 조언했다.
99회의 남북회담에 직접 관여하는 등 숱한 협상 현장을 경험한 그는 “북한에 틈새 시간이 아니라, 협상을 통해 회담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비전을 줘야 한다”며 “그러려면 회담을 자주 열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이명박 정부는 ‘선 북한 비핵화, 후 평화체제 논의’ 입장을 고수했다”며 “순서가 뒤바뀐 이명박 정부의 북핵 정책 때문에 6자회담이 열리지 않은 지난 5년의 틈새 시간에 북핵 능력은 엄청나게 커졌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서는 남북관계도 개선해야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북미관계 개선이 더 핵심일 수도 있다”며 “북미관계 개선의 토대를 만드는 것이 우리 외교·안보·통일 정책의 가장 고려사항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1977년 통일원에서 일하면서부터 약 30년간 남북관계를 지켜본 그는 “북한이 어떤 면에서는 남쪽보다 훨씬 더 많이 바뀐 대목도 없지 않다”면서 “’북한도 많이 변화했고 더 많이 변화시켜야 한다’는 것이 통일정책 출발선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6·25 때나 1980년대 말까지의 대북관을 토대로 대북정책을 짜고 통일정책을 추진하면 과녁을 못 맞히는 궁수처럼 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러나 “북한에 ‘변화하라’고 외쳐봐야 권력자가 자기 권력을 스스로 놓을 리 없다”면서 “사회구조가 밑에서부터 바뀌어서 권력을 내놓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을 때 어쩔 수 없이 조금씩 내놓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 전 장관은 이 책에서 흥미로운 남북관계 현장 뒷이야기들도 공개했다.
책에 따르면 박봉주 현 북한 내각 총리는 2002년 10월 당시 화학공업상으로서 방한한 북측경제시찰단 중 한 명이었다.
불야성의 동대문 패션상가에서 매우 의욕적으로 시찰하던 박 화학공업상은 “뭘 그렇게 많이 묻고 열심히 적느냐”는 기자 질문에 “기자 선생, 질문 좀 하지 마오. 난 지금 눈은 두 개밖에 없는데 볼 건 너무 많소”라고 말했다는 후문이다.
연합뉴스
정 전 장관은 10일 공개된 신간 ‘정세현의 통일토크’에서 “북한은 틈새 시간이 생기면 다음번 협상에서 몸값을 올릴 카드를 개발해놓고 느긋하게 다음 협상을 기다린다”며 이같이 조언했다.
99회의 남북회담에 직접 관여하는 등 숱한 협상 현장을 경험한 그는 “북한에 틈새 시간이 아니라, 협상을 통해 회담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비전을 줘야 한다”며 “그러려면 회담을 자주 열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이명박 정부는 ‘선 북한 비핵화, 후 평화체제 논의’ 입장을 고수했다”며 “순서가 뒤바뀐 이명박 정부의 북핵 정책 때문에 6자회담이 열리지 않은 지난 5년의 틈새 시간에 북핵 능력은 엄청나게 커졌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서는 남북관계도 개선해야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북미관계 개선이 더 핵심일 수도 있다”며 “북미관계 개선의 토대를 만드는 것이 우리 외교·안보·통일 정책의 가장 고려사항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1977년 통일원에서 일하면서부터 약 30년간 남북관계를 지켜본 그는 “북한이 어떤 면에서는 남쪽보다 훨씬 더 많이 바뀐 대목도 없지 않다”면서 “’북한도 많이 변화했고 더 많이 변화시켜야 한다’는 것이 통일정책 출발선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6·25 때나 1980년대 말까지의 대북관을 토대로 대북정책을 짜고 통일정책을 추진하면 과녁을 못 맞히는 궁수처럼 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러나 “북한에 ‘변화하라’고 외쳐봐야 권력자가 자기 권력을 스스로 놓을 리 없다”면서 “사회구조가 밑에서부터 바뀌어서 권력을 내놓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을 때 어쩔 수 없이 조금씩 내놓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 전 장관은 이 책에서 흥미로운 남북관계 현장 뒷이야기들도 공개했다.
책에 따르면 박봉주 현 북한 내각 총리는 2002년 10월 당시 화학공업상으로서 방한한 북측경제시찰단 중 한 명이었다.
불야성의 동대문 패션상가에서 매우 의욕적으로 시찰하던 박 화학공업상은 “뭘 그렇게 많이 묻고 열심히 적느냐”는 기자 질문에 “기자 선생, 질문 좀 하지 마오. 난 지금 눈은 두 개밖에 없는데 볼 건 너무 많소”라고 말했다는 후문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