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로켓 시기 조정’ 검토, 한반도 정세 영향주나

‘北로켓 시기 조정’ 검토, 한반도 정세 영향주나

입력 2012-12-09 00:00
수정 2012-12-09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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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결함 가능성 크지만 정치적 결정 분석도… 정부, 신중입장

북한의 장거리 로켓(미사일) 발사시기 조정 검토가 경색 국면으로 치닫던 한반도 정세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북한이 9일 공개적으로 시기 조정을 언급한 만큼 10일부터 22일까지로 예고된 로켓 발사 시기는 일단 이 기간을 넘길 가능성이 있다.

한 외교 소식통은 9일 “북한의 발표 내용으로 미뤄 예고한 발사 기간 내에 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전망했다.

정부 입장에서 최상의 시나리오는 북한이 어떤 이유로 시기 조정을 검토하는지를 막론하고 북한이 이번 발사 계획을 철회하는 것이다.

일단 현재로서는 북한의 시기 조정 검토는 기술적인 문제 때문에 이뤄졌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정부의 한 소식통도 “어제(8일) 낮부터 이상 징후가 있었다”면서 “기술적인 문제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북한의 조선우주공간기술위원회 대변인이 시기 조절 문제를 검토하는 주체로 ‘우리의 과학자, 기술자들’이라고 언급한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라는 지적이다. 과학자, 기술자들의 영역이 과학·기술적인 문제에 국한된다는 이유에서다.

기술 결함일 경우라면 북한이 문제점을 단기간에 극복해 이번 발사 예고기간의 후반부나 당초 예고일을 약간 넘기더라도 조만간 로켓 발사를 강행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되면 장거리 로켓 발사라는 사안의 본질이 변하지 않은 상태에서 한반도 정세는 우려한 대로 극도의 불안한 상황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북한이 발사 조정 검토를 발표한 배경에 정치적 판단이 작용했을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북한이 미국 낮 시간대인 9일 새벽 1시께 전격적인 발표를 한 것을 감안하면 미국을 향해 모종의 메시지를 던진 것 아니겠냐는 것이다.

특히 이번에 중국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해 왔다는 점에서 이를 북한의 시기조정 검토 발표와 연계시키는 분석도 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정치적 판단의 영향이 없었다고 할 수는 없을 것 같다”면서 “기술적 문제도 있겠지만 국제사회가 북한이 발사할 경우 금융 제재를 포함해 여러 방안을 논의하는 점 등도 작용했을 것 같다”고 분석했다.

기술적 측면에서도 로켓에 연료를 주입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같은 시기조절 문제가 발생할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국내의 한 미사일 전문가는 “연료 주입 직전 단계라면 아직 기술적인 문제로 발사 연기까지 결정할 단계는 아닐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다른 정부 관계자는 “북한이 중국 등의 말을 듣고 발사를 하려던 것을 안할 사람들이 아니다”면서 “발사를 하려고 싶어도 그렇지 못한 이유가 생긴 것일 것”이라고 회의적 시각을 보였다.

우리 정부가 북한의 시기조정 검토 발표 이후에도 극히 신중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것은 이런 여러 가능성을 다 고려한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중요한 것은 기술적 결함을 극복하지 못했든 혹은 정치적인 판단에 의해서든 아니든 간에 북한이 로켓 발사 계획을 철회한다면 냉각 조짐이 보이던 한반도 정세에 온기가 불어올 수도 있다는 점이다.

이 경우 우리 정부뿐만 아니라 미국, 중국, 일본 등 각국이 북한과의 관계 개선에 나설 수 있는 명분을 가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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