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대미 ‘협상카드’로 활용할 가능성”
북한이 9일 장거리 로켓의 발사시기 조정을 검토 중이라고 발표함에 따라 실제 발사가 연기될지가 관심이다.전문가들은 북한이 일단 ‘일련의 사정’을 들어 발사시기 조정을 검토한다고 밝힌 만큼 당초 예고한 이달 10∼22일에는 로켓을 쏠 가능성이 크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이 늦어도 이달 22일까지 로켓을 발사할 수는 상황이라고 판단한다면 굳이 발사시기 조정 검토를 발표했을 가능성은 작기 때문이다.
특히 전문가들은 북한이 단순한 기술적 문제로 발사 시기를 조정하더라도 기상 여건이 좋지 않은 겨울철에 발사를 서두르지 않을 것이라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북한은 지난 4월 ‘광명성 3호’를 발사한 뒤 우주궤도에 진입하지 못했다고 인정한 뼈아픈 경험이 있기 때문에 이번에 또다시 무리하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나아가 북한은 그동안 ‘실용위성’을 계속 쏠 것이라고 강조해온 만큼 한국, 미국 등이 기대하는 것처럼 발사 계획을 철회하기보다 잠정 연기한다고 밝힌 뒤 내년에 국제사회와 ‘협상 카드’로 활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유호열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이 김정일 1주기에 맞춰 로켓을 발사하려고 했는데 기술적 결함이나 주변국의 압력 등의 이유로 연기하려는 것 같다”며 “한국, 미국 등 주변국의 대북 정책이 새로 짜지는 내년에 로켓 발사를 ‘다목적 카드’로 활용하려 할 것 같다”고 내다봤다.
박형중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북한은 이번에 미국, 한국 등을 흔들었고 언제든 로켓을 쏠 능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줘 실제 발사의 절반 정도 효과를 거뒀다”며 북한이 ‘로켓 카드’를 계속 쥐고 있을 가능성을 크게 봤다.
특히 북한의 로켓 발사 시기는 올해 2월 북한에 대한 미국의 식량 지원과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실험 유예 등을 담은 ‘2·29 합의’와 관련된 향후 북미협상의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관측이 있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은 로켓 발사를 2012년 강성대국이라는 김정일의 유훈을 관철하는 차원에서 시작했지만 사실 처음부터 협상을 염두에 두고 있었을 수 있다”며 “로켓 발사를 서두르기보다 미국과 ‘2·29 합의’를 살리는 방향으로 대미협상에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로켓 발사 시기를 재검토하는 배경으로 내부 혼란의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도 있다.
윤덕민 국립외교원 교수는 “북한이 기술적 문제로 발사 시기를 조정할 가능성이 가장 크지만 내부에서 강행하자는 측과 자제해야 한다는 측의 갈등이 있다가 연기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을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