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병역기피 부인… 증여세 뒤늦게 납부… 부하에 책임전가
‘낯 두꺼운’(후안·厚顔) 공직 후보자들 탓에 국민과 관련 부처 공무원들이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증여세 탈루 사실이 드러나자 뒤늦게 납부하는 뻔뻔함도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부동산 투기와 병역 기피 의혹은 ‘그저 의혹일 뿐’이라며 버틴다. 이들은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도와 달라”는 부탁에 과거 행했던 부적절한 처신은 돌아보지도 않고 국가에 봉사하겠다며 인사청문회를 준비하고 있다.
박 당선인이 ‘인사’에서만큼은 이명박 대통령의 전철을 밟지 않겠다고 소망했지만 ‘이렇게 다양한 의혹이 제기되는 내각은 처음일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것이 현실이다. 내각뿐 아니라 인사청문회를 거치지 않는 청와대 수석 내정자도 다를 바 없다.
20일 서울신문이 국세청 인터넷등기소 등을 취재한 결과 주철기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내정자의 부인 김모씨는 2003년 5월 16일 서울 용산구 이촌동의 중산아파트(59.50㎡)를 구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1970년에 지어진 오래된 아파트인 데다 작은 평형이어서 거주 목적은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당시 주 내정자는 용산구 이태원동에 빌라 1채(1997년 7월 매입)를 소유했고 성북구 돈암동 한신아파트에서 부인과 살고 있었다. 전형적인 부동산 투기 가능성이 엿보인다. 부인이 이 아파트를 구입했을 시점인 2003년은 이듬해 경부고속철도 개통에 따른 용산역 인근의 개발 호재 얘기가 나돌고, 미군 기지 이전으로 서울시가 국립공원을 조성한다는 소식이 들렸던 때다. 부동산업체 관계자는 “당시 용산 지역이 뜨면서 아파트값이 많이 오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는 경제 관료로서 ‘세테크’와 ‘재테크’를 어떻게 했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탈루 의혹과 부동산 투기 의혹에 이어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 시절 대기업 사외이사 겸직과 판공비 사적 유용 의혹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현 후보자 측은 “반납했다”고 해명했다.
‘부끄러움을 모르는’(무치·無恥) 후보자도 적지 않다. 김병관 국방부 장관 후보자는 위장 전입과 증여세 탈루를 인정하면서도 “중도 사퇴는 없다. 청문회를 정면 돌파하겠다”며 ‘배수의 진’을 쳤다. 언론의 ‘리베이트 의혹’ 제기에 대해서는 당시 군 부하를 끌어들여 논란을 더욱 확대시키고 있다.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후보자는 “이달 초(후보자 지명 닷새 전인 지난 12일) 증여세(324만원)를 납부했다”며 증여세 탈루 사실을 인정했다. 허태열 비서실장 내정자는 박사 학위 논문 표절과 관련, “국민 여러분께서 저의 부족했던 점을 너그럽게 이해해 주신다면 마지막 공직으로 생각하고 멸사봉공하겠다”고 말했다.
김상혁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정치입법팀 간사는 “고위 공직자들이 퇴임 후에 문제를 일으키고 또 그 인사가 다시 지명되는 것이 문제”라면서 “이 같은 회전문 인사를 막기 위해 ‘부정청탁금지 및 공직자의 이해충돌방지법’(김영란법)이 하루빨리 추진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경두 기자 golders@seoul.co.kr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2013-02-21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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