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나랏빚, GDP 절반 육박… 다음 정권에 빈 곳간 넘겨줄라

내년 나랏빚, GDP 절반 육박… 다음 정권에 빈 곳간 넘겨줄라

하종훈 기자
하종훈 기자
입력 2020-09-01 21:14
수정 2020-09-02 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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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555조 예산… 89조 적자국채 발행

코로나로 확장적 재정지출 공감에도 우려
법인세수 8.8% 급감… 국세감면액 최고
매년 재정적자 늘면 신용등급 하방 압력
4년뒤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 60% 육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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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남기(왼쪽)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달 2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사전 브리핑에서 내년도 예산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오른쪽은 안도걸 기재부 예산실장. 세종 연합뉴스
홍남기(왼쪽)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달 2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사전 브리핑에서 내년도 예산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오른쪽은 안도걸 기재부 예산실장.
세종 연합뉴스
정부가 악화된 세입 여건에도 불구하고 내년에 555조 8000억원 규모의 ‘슈퍼예산’을 편성하기 위해 89조 7000억원의 적자 국채를 발행한다. 내년 국가채무는 1000조원에 육박하고 국내총생산(GDP·2023조원)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46.7%로 치솟는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 확장적 재정 지출에는 이견이 없으나 재정건전성 악화 속도가 지나치게 빠른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1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코로나19 위기를 맞아 세수가 부진한 가운데 내년 총수입(483조원)은 올해보다 0.3% 늘어나는데 그칠 전망이다. 법인세수는 53조 3000억원으로 올해 전망치보다 8.8% 급감하고, 세금을 깎아주는 국세 감면액도 56조 8000억원으로 역대 최고 수준이 된다. 정부는 재정 부족분을 메우기 위해 본예산 기준 역대 최대인 89조 7000억원 규모의 적자 국채를 발행하기로 했다. 올해(60조 3000억원)보다 48.8% 증가한 것이다.

확장적 재정정책의 필요성에 대해선 대다수 전문가들도 동의한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기업이나 가계가 지출을 못하는 상황인데 지금 정부가 돈을 쓰지 않으면 경제가 더 위축된다”면서 “적자 국채도 외국에 빚을 지는 게 아니라 민간과 정부가 국내에서 돈을 주고받는 관계라 크게 우려할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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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국가채무는 945조원으로 늘어난다. 세 차례의 추가경정예산안(추경)까지 감안한 올해 전망치(839조 4000억원)보다 100조원 이상 많아지는 것이다. 내년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46.7%로 올해(43.5%) 대비 3.2% 포인트 올라간다. 관리재정수지 적자 규모는 109조 7000억원, GDP 대비 적자비율은 5.4% 수준이다. 정부는 올해부터 2024년까지 총수입 증가율이 연평균 3.5%에 그치는데 같은 기간 총지출 증가율은 연평균 5.7%가 될 것으로 봤다. 매년 대규모 재정 적자가 불가피하다는 의미다. 국가채무는 2022년 1070조 3000억원, 2024년엔 1327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국가채무비율도 내년 46.7%, 2022년 50.9%, 2024년엔 58.3%로 예상된다. 지난해 38.1%에서 5년 새 20% 포인트 급등하는 셈이다. 2011년(30.3%) 이후 30%대를 유지했던 것을 감안하면 가파른 증가세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 정부가 재정을 쓸 만큼 쓰고 다음 정권에 부담을 떠넘기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인 110%보다 낮은 수준이지만, 재정건전성 악화는 대외신인도 하락으로 이어진다. 대외 의존이 심한 한국은 신용등급 전망이 악화되면 외국인 자금이 대거 유출될 수 있다. 해외 신용평가사 피치가 지난 2월 “한국의 국가채무비율이 2023년까지 46% 수준으로 높아지면 신용등급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경고했는데, 내년에 46%를 넘어서게 돼 경고등이 2년 빨리 켜진 것이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축통화국이 아닌 한국이 이처럼 빠른 속도로 재정을 늘리면 일본식 장기침체가 왔을 때 대응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재정 악화 속도가 빨라지자 정부는 이달 재정준칙을 마련해 발표한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지출 구조조정과 고소득자에 대한 ‘핀셋 증세’만으로는 재정 악화를 막기 어렵다”며 “정부는 재정 지출을 조절하든지, 보편적 증세를 추진하든지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세종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2020-09-02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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