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붙은 ‘부자증세’ 논의…당·정·청 다각적 공론화 움직임

불붙은 ‘부자증세’ 논의…당·정·청 다각적 공론화 움직임

입력 2017-07-21 11:36
수정 2017-07-21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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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김부겸 선봉에…秋 초대기업·초고소득자 대상 증세안 제시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 추진을 뒷받침하기 위한 증세 논의에 시동이 걸렸다.

논의의 장은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20일부터 21일까지 열리는 국가재정전략회의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총대를 메고 정부가 지원사격에 나서면서 청와대의 증세 부담을 덜어주는 모양새로 증세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정부는 재정전략회의에서 제기된 증세 관련 논의를 종합해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보다 구체화한 뒤 8월2일 발표 예정인 세법 개정안에 이를 반영할 것으로 알려졌다.

증세 논의가 세법 개정안이라는 형태로 구체화되면 증세를 둘러싼 여·야간 힘겨루기가 본격적으로 불붙을 전망이다.

증세 논의가 수면 위로 올라오게 된 직접적인 배경은 19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국정기획자문위원회의 국정운영 5개년 계획 보고대회였다.

국정기획위가 발표한 100대 국정과제를 차질없이 실행하려면 앞으로 5년간 178조원의 재원이 필요한 것으로 추산됐다.

국정기획위는 세입 확충으로 82조6천억원을, 세출 절감으로 95조4천억원을 조달할 계획이라고 밝혔는데 세입 확충의 73%가 넘는 60조5천억원은 초과세수로 충당하기로 했다. 이는 세율을 올리지 않아도 매년 세금이 더 걷힐 것이라는 전망에 근거한 것이다.

그러나 국정위가 제시한 방안만으로는 재원 확충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특히, 세입 확충분의 70% 이상을 초과세수로 채운다는 것은 경기 여건 등에 따라 세수의 변동성이 큰 점을 고려하면 지나치게 낙관적인 전망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정부와 여권 내에서도 이를 두고 회의적인 시각이 잇따라 표출됐다.

먼저 현역 의원 출신인 김부겸 행정자치부 장관이 20일 오전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쓴소리를 했다.

김 장관은 “문재인 정부 5개년 100대 과제를 보다 보니 무거운 짐이 주어졌구나 느꼈다”면서도 “재정당국에서 내놓은 재원조달방안은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178조원 가운데 60조원을 초과 세수를 통해 마련하겠다고 한 것에 대해 “대통령께서 후보 시절에 소득세 최고구간은 조절하겠다 했고, 법인세율도 우리 경제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검토하겠다고 했는데 너무 약한 것이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국민에게 우리 경제 현실을 정확히 알리고 좀 더 나은 복지 등을 하려면 형편이 되는 쪽에서 소득세를 부담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를 정직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같은 날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초대기업과 초고소득자를 대상으로 하는 과세구간을 신설해 세율을 인상해야 한다며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했다.

사업연도 소득 2천억원을 초과하는 초대기업에 대해서는 과표를 신설해 법인세율 25%를 적용하고, 연 5억원을 넘는 초고소득자에게는 현행 40%로 돼 있는 소득세율을 42%로 높이자는 것이다.

2015년 국세통계연보 기준 연 소득 5억원 이상인 초고소득자는 2만460명이며, 사업연도 소득 2천억원 이상인 초대기업은 200곳이 채 안 될 것으로 추산된다.

민주당은 초대기업과 초고소득자에 대한 세제개편이 실현되면 2조9천300억원의 세수 증가 효과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 같은 추 대표의 증세안을 두고 정치권에서는 반기업적이라는 비판을 피하고 조세저항을 최소화하면서 ‘증세있는 복지’라는 프레임을 가져가기 위한 타협의 산물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 대선 당시 민주당에서 거론되던 증세안은 사업연도 소득이 500억원을 초과하는 기업에 대해 법인세율을 현행 22%에서 25%로 인상하자는 것이었다.

추 대표가 제시한 안은 이에 비해 다소 후퇴한 것이 사실이다. 반기업 정서와 증세에 대한 조세저항 등을 고려해 크게 무리가 없는 지점을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이 증세에 ‘아픈 추억’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참여정부는 2003년 10월 부동산 투기 억제와 불합리한 지방세 체계 개편 등을 이유로 종합부동산세를 신설했다가 ‘부자 증세’ 프레임에 갇히면서 집중포화를 맞은 경험이 있다.

2005년 시행 당시 과세대상자는 국세청 기준시가로 9억원을 초과하는 주택, 6억원 초과 나대지, 40억원 초과 빌딩·상가 등의 소유자였으나 과세대상자가 아닌 국민도 증세에 반발, 반대 여론이 들끓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자서전 ‘운명’에서 “참여정부가 끝날 무렵에는 뭐든지 ‘참여정부 탓’이나 ‘노무현 탓’으로 몰아치는 경향이 있었다”고 회고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여당은 증세하되, 대상을 초대기업과 초고소득자로 한정함으로써 조세저항을 최소화하기로 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문재인 정부의 지지율이 80%를 넘나드는 정부 출범 초기가 증세 문제를 공론화하기에 적기라는 판단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역대 어느 정권을 막론하고 증세는 인기 없는 정책인 것이 사실이다.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 내부에서도 내년 지방선거를 앞둔 마당에 증세 이야기를 꺼내는 것을 두고 갑론을박이 있었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정권 출범 초 개혁 의지가 강하고 지지율이 높은 시기가 지나면 증세를 공론화하기는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판단하에 국정과제 추진을 위한 재원조달 방안에 미흡한 점이 있음을 인정하고 증세 논의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전날 재정전략회의에서 증세에 관한 직접적인 언급은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모두발언을 통해 “그동안 작은 정부가 좋다는 맹목적인 믿음이 있었다”며 “새 정부는 작은 정부가 아니라 국민이 필요로 하는 일을 하는 정부를 지향한다. 재정이 이런 정부의 역할을 적극적으로 뒷받침 해주지 않으면 안된다”고 말했다.

이는 새 정부가 국정과제 실현을 뒷받침하기 위한 증세 논의에 힘을 실어준 것으로 풀이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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