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바른정당 “너무 성급” 비판속 “증세 대비해야” 기류도
야권은 21일 여권발(發) 증세론이 제기된 것에 대해 비판적인 자세를 취했다.무엇보다 국정기획자문위가 지난 19일 100대 국정과제 발표 때 재원확보 대책으로 증세를 언급하지 않았는데 바로 그 다음 날 대통령 주재 재정전략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와 김부겸 행정자치부 장관이 증세 문제를 꺼낸 배경에 의구심을 드러냈다.
한국당은 “청와대와 여당이 증세 추진을 위해 짜고 치는 고스톱을 벌이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인식을 내비쳤다.
정용기 원내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정황상 증세 없는 복지 발언은 인기영합을 위해 청와대가, 고소득자·대기업 대상 명목세율 인상 추진은 정부·여당이 하자고 치밀하게 역할분담을 하고 국민을 상대로 ‘쇼’를 벌이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는 짓”이라고 강한 톤으로 비판했다.
김선동 원내수석부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이러다가 정말 대한민국이 세금 폭탄 공화국이 될 판”이라며 “법인세를 인상하면 대기업을 옥죄는 결과를 낳는다. 전 세계적인 추세에 역주행하다가는 초우량 대기업들이 해외로 탈출하는 엑소더스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한국당의 이런 태도는 ‘증세 없는 복지’ 공약과도 맞닿아있다. 한국당은 ‘5·9 대선’ 때 90조원에 달하는 공약을 발표하면서 세입증가분 40조원, 세출 구조조정 35조원, 세입 확충 15조원 등 증세 없는 재원확보 대책을 마련한 바 있다.
국민의당도 신중론 속에 여권 내에서 증세 주장이 불쑥 튀어나온 것에 대해서는 비판적이다. 복지 등 재원마련을 위해서라면 세금 인상이 검토될 수 있지만, 정부가 중장기적인 로드맵 없이 세율을 올려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박주선 비상대책위원장은 비대위 회의에서 “178조원 재원마련에 대한 구체적 전략도 세우지 않고 먼저 계획을 해놓은 뒤 느닷없이 증세 문제를 들고나오면 이게 준비된 국정과제인지 의문이 제기된다”고 말했다.
김동철 원내대표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증세는 최후의 수단이 돼야 한다. 지금 정부의 증세안은 너무 성급하다”라고 지적했다.
바른정당 이종철 대변인은 논평에서 “정부·여당에서 하루 만에 뒤집는 (증세)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아예 국민을 기만하는 행태 아닌가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증세 반대 입장이 분명한 한국당과 달리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5·9 대선’ 때 부분적 증세를 공약으로 내건 터라 향후 증세 논의가 본격화할 경우를 대비해야 한다는 기류도 감지됐다.
국민의당 박지원 전 대표는 BBS 라디오에서 “법인세 등 부자증세를 하지 않고는 이런 예산을 감당하기 어렵다. 정부가 부자증세를 검토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바른정당 김세연 정책위의장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법인세는 전 세계적으로 인하 경쟁이 불붙어 있지만 국내적으로 재원조달이 여의치 않은 사정이 있어서 이명박 정부가 인하하기 직전 상태로 환원하자는 공약을 마련한 바 있다”며 “소득세도 구간조정이나 최고구간 신설에 대해서는 검토해볼 수 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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