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세효과 연간 ‘3.8조+α’…고소득 9만명, 116개 대기업 영향권

증세효과 연간 ‘3.8조+α’…고소득 9만명, 116개 대기업 영향권

입력 2017-07-21 17:34
수정 2017-07-21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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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증여세 자진신고 공제율 축소시 최대 2천500억원 더 걷힐 듯

정부, 여당에서 증세론이 솔솔 피어오르면서 대기업과 초고소득자의 세 부담이 얼마나 늘어날지 주목된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0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소득 2천억원 초과 초대기업에 대한 법인세 과세표준을 신설해 최고세율 25%를 적용하고 소득세 최고세율 구간인 5억원에 적용되는 세율을 40%에서 42%로 인상하자는 증세 안을 제시했다.

추 대표의 발언은 같은 날 오전 김부겸 행정자치부 장관이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증세문제를 정직하게 얘기하고 국민 토론을 요청해야 한다”고 밝힌 이후 나온 것이어서 주목받았다.

당장 다음 달 초 내년도 세제개편안을 발표하는 정부는 명목적인 세율 인상은 없을 것이라며 신중한 모습을 보이지만 여당 대표가 구체적인 증세 안을 밝히고 국무위원 내에서도 증세 필요성을 언급하고 있는 터여서 정부 세제 개편 방향이 바뀌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관측이 힘을 얻는 모양새다.

추 대표의 안대로라면 연간 3조8천억 원 이상의 추가 세수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정부가 자산과세 방침을 앞세워 상속·증여세액 자진신고 공제율을 축소하면 추가로 1천억∼2천억 원대의 세금이 더 걷힐 것으로 추산된다.

◇ 초고소득자 세수효과 1조8천억원 이상 될 듯

소득세는 총 국세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세목이다.

지난해 걷힌 소득세는 68조5천억원, 총 국세 대비 소득세수 비중은 28.2%로 거의 30%에 달했다.

그러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과 비교하면 한국은 소득세 부담이 낮은 국가로 꼽힌다.

2014년 기준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소득세는 4.0%, 총 세수의 15.3%로, OECD 평균(8.4%, 24.0%)보다 각각 4.4%포인트, 7.8%포인트 낮다.

일각에서 증세 여력이 있다고 주장하는 데에는 세목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소득세 비중이 OECD 평균보다 낮기 때문이기도 하다.

한국의 소득세 최고세율도 주요 OECD 국가들과 견줘 낮은 편이다.

영국, 독일, 프랑스, 일본은 모두 소득세 최고세율이 45%다.

반면 한국은 과표 5억원 이상 버는 고소득자에게 최고세율 40%를 적용하고 있어 5%포인트나 낮다.

새 정부의 공약 실현을 위한 재원 조달과 소득 형평성 제고라는 두 가지 목표를 달성하려면 정부가 결국 소득세 최고세율 인상을 단행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 여당이 소득세 최고세율 인상 방침을 밝히며 증세론에 군불을 지폈다.

추 대표는 전날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소득세 과표 최고 구간인 5억원 초과에 적용되는 최고세율을 40%에서 42%로 인상하자고 밝혔다.

여기에 현재 정부는 38%를 적용받던 과표 3억∼5억원 구간에 세율 40%를 적용하는 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기준으로 보면 과표 5억원 이상은 약 4만명, 3억∼5억원은 5만명 정도다.

약 9만명이 고소득자 소득세율 인상 영향권에 드는 셈이다.

정부 분석에 따르면 세율 2%포인트를 인상할 때 5억 이상에서 구간에서 추가로 1조800억원의 세금이 더 걷힐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3억∼5억 구간에서 걷히는 추가 세수효과는 상대적으로 미미한 것으로 추산됐다.

◇ “2천억원 이상 과표 법인세 올려야”…‘글로벌 추세 안 맞아’ 반론도

추 대표는 전날 청와대에서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정책 재원 마련 방법의 하나로 법인세 인상 카드도 꺼내 들었다.

법인세 과표 구간을 신설해 2천억원 이상의 초대형 과세표준에 대해서는 25%의 세율을 적용하자는 것이다.

현재 법인세율은 과표에 따라 10%(과표 2억원 이하), 20%(2억∼200억원), 22%(200억원 초과)가 적용되고 있다.

정부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과세표준이 2천억 원이 넘는 기업은 총 116개사다.

2천억 원 이상 과세표준에 25%의 세율을 적용하면 추가로 약 2조7천억 원의 법인세를 더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추산됐다.

법인세율을 올릴 필요가 있다는 주장은 이전부터 꾸준히 제기돼왔지만 이미 우리나라의 법인세율이 주요 선진국과 비교해 높은 수준인 탓에 쉽게 현실화되지 못했다.

2014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법인세(지방세 포함) 부담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3.2%로 OECD 35개국 중 13위다.

총조세 대비 비중을 보면 17.5%로 순위가 7위로 껑충 올라간다.

우리나라의 총조세 대비 법인세 비중은 2000년까지 OECD 평균을 밑돌았지만 2007년 이후 OECD 평균을 훌쩍 상회하고 있다.

주요 선진국들의 법인세 인하 경향은 특히 2008년 금융위기 전후로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OECD 회원국 중 2007∼2016년간 영국, 일본, 독일 등 총 21개국이 법인세율을 내린 반면 법인세율을 올린 국가는 프랑스, 칠레 등 7개국에 불과했다. 호주, 터키 등 7개국은 법인세율 변화가 없었다.

우리나라는 이 기간에 법인세율을 3.3%포인트 내렸는데 이는 법인세율을 내린 21개국의 평균 세율감소분(4.5%포인트)보다 작은 수준이었다.

◇ 상속·증여 세액공제 폐지하면 추가 세수 2천500억원 전망

부자증세의 또 다른 방법으로 재산을 상속하거나 남에게 줄 때 부과되는 상속·증여세 세수도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015년 기준 한국에서는 29만1천274명이 상속을 받았지만, 상속세를 낸 이는 2.2% 수준인 6천500명 수준이었다.

평균적으로 보면 18억원을 물려받았지만 20%도 채 되지 않는 3억3천600만원만 세금으로 냈다.

같은 해 1인당 평균 증여가액은 2억9천400만원이었지만 증여세액은 4분의 1가량인 7천900만원에 불과했다.

현재 정부는 상속은 6개월, 증여는 3개월 이내에 스스로 신고하면 세금의 7%를 깎아주고 있다.

하지만 1982년 제도가 도입됐을 때보다 재산 파악이 어렵지 않아 탈세를 막겠다는 취지는 희석되고 반대로 자산소득에 혜택을 주는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세청은 지난 18일부터 납세자 스스로 상속·증여재산을 평가하고 신고할 수 있는 ‘상속·증여재산 스스로 평가하기’ 서비스를 온라인으로 제공하며 신고 편의성을 더욱 높인 상황이다.

이에 따라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발표한 국정과제에는 이 공제율을 축소하겠다는 방침이 들어 있다.

공제율은 10%였지만 지난해 말 법 개정으로 7%로 줄었다. 이를 더 줄여 3%로 낮추는 방안이 유력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기재부가 자유한국당 김광림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공제율을 3%로 낮추면 약 1천400억원, 폐지하면 2천500억원의 세수가 더 들어올 것으로 추산된다.

상속세는 전체 피상속인의 2%만 납부 의무를 지고 있어서 이 공제를 폐지하더라도 세 부담은 주로 고액자산가에게만 가기 때문에 부자증세의 맥락과도 맞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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