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실·신속 합의 이행’ 원칙 제시하며 한일관계 미래로 시선靑 “최악여건 속 최선의 노력”…합의 뒤엎는 日돌출발언 경계우익 아베 정부로부터 과거 민주당 정부때보다도 진전된 합의 평가
한일 양국간 일본군 위안부 협상 타결을 계기로 박근혜 대통령이 향후 한일관계를 어떻게 풀어나갈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한일 양국이 24년 묵은 난제인 위안부 문제 해결에 합의했지만, 합의 내용을 놓고 자국내 여론이 복잡하게 맞물려 돌아가면서 또 다른 갈등으로 번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박 대통령은 일본 정부가 합의사항을 신속하고 성실하게 이행해야 한다는 원칙 아래 한일관계를 신중하게 진전시켜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청와대 관계자들은 29일 전했다.
일본 정부가 진정성을 갖고 합의 내용을 충실하게 수행해 나아가야 피해자와 국민이 실질적으로 납득할 수 있고, 한일관계도 진전의 동력을 마련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국내 시민단체와 야당을 중심으로 “일본의 법적 책임을 묻지 못했다”는 한계론이 제기되지만, 청와대는 “최악의 한일관계에서 최선의 노력을 다해 합의점을 도출했다”며 합의사항의 성실한 이행이 해법이라는 입장이다.
박 대통령이 전날 위안부 합의에 대해 “피해자분들이 마흔여섯 분만 생존해 계시는 시간적 시급성과 현실적 여건하에서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 이뤄낸 결과”라며 “대승적 견지에서 피해자 분들과 국민 여러분께서 이해해 주시기 바란다”고 말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여기에는 이명박 정부로부터 극심하게 악화된 한일관계를 넘겨받은데다, 역대 일본 총리 중 가장 우경화 행보를 보이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파트너인 어려운 여건 아래 위안부 문제 해결과 한일관계 복원을 시도할 수밖에 없었다는 인식이 담겨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위안부 합의를 통해 일본 정부로부터 받아낸 발언 수위와 내용은 우익적인 현 아베 정부의 성향에 비춰 일본의 역대 민주당 정부때보다도 더 진전됐다는 점을 외교적 성과로 평가하는 시각이 많다는 점에서 ‘최악의 관계에서 최선의 노력’이라는 인식이 배어 있다.
일본이 위안부 문제에 대한 정부 차원의 책임을 처음으로 인정했고, ‘군의 관여’를 명시적으로 인정한 대목, 아베 총리가 ‘내각 총리 대신’ 명의로 사죄의 뜻을 표명한 점 등을 결과물들로 전문가들은 평가하고 있다.
그렇지만 청와대는 무엇보다 일본 정부의 합의사항 이행을 가장 중요한 향후 과제로 강조하고 있다.
박 대통령도 “새로운 (한일) 관계를 열어갈 수 있도록 긴밀히 협의해 나가기를 희망한다”며 위안부 타결 이후 ‘한일관계의 미래’에 시선을 뒀지만, “앞으로 중요한 것은 합의의 충실하고 신속한 이행”이고, “금번 합의를 바탕으로 신뢰를 쌓아가야” 한다는 점도 분명히 밝혔다.
즉, 일본 정부의 합의사항 이행이 양국 신뢰구축과 한일관계 진전의 시금석이 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런 측면에서 청와대는 앞으로 일본 측에서 합의 취지를 무색하게 만드는 돌발적 발언이나 행동이 나올 경우에 대해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있다.
일본 측이 진정성을 보이지 않게 되면 국민 여론이 악화돼 이번 합의를 위한 노력은 퇴색될 수밖에 없다는 인식 때문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양국 정부가 약속한 내용을 차질없이 진행해야 한다”면서 “(일본 측이) 진정성을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청와대는 관심이 모아지는 박 대통령의 일본 방문 또는 한일 정상회담 가능성에 대해서도 “급할 것이 없다”며 일본측이 먼저 합의사항을 성실히 이행하고 신뢰를 쌓아나가야 한다는 신중한 입장을 취했다.
한 참모는 “양국이 관계 회복을 위한 첫발을 이제 내디뎠다”면서 “서로 신뢰를 쌓아가는 과정을 밟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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