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성·비인도성 본질 흐리는 담론에 대응할 장치 없어 문제
한국·일본 정부가 일본군 위안부 문제 타결에 합의하자마자 일본 우익·보수 진영에서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에 대한 물타기에 나섰다.요미우리 ”위안소 주로 민간에서 경영”
윤병세 한국 외교부 장관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무상이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해결 방안에 합의한 다음 날인 29일 요미우리(讀賣)신문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위안소 주로 민간에서 경영”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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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미우리 “’강제연행’ 오해 퍼진다”
윤병세 한국 외교부 장관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무상이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해결 방안에 합의한 다음 날인 29일 요미우리(讀賣)신문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강제연행’ 오해 퍼진다”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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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한일 합의안에는 피해자의 명예와 존엄성에 다시 상처를 내는 언동의 재발을 막는 장치가 없어 전개될 상황이 우려된다.
재임 중 “왜 일본의 종군 위안부제도만 문제가 되느냐. 당시는 세계 각국이 (위안부제도를) 갖고 있었다”는 등의 발언으로 지탄받은 하시모토 도루(橋下徹) 전 일본 오사카 시장은 29일 트위터에 “군의 관여라는 문언이 들어갔어도 그것이 강제연행을 가리키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가 현재 국민 다수에 스며들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전날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무상이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군의 관여 하에 벌어진 것이라는 뜻을 표명한 것을 염두에 두고 이같이 밝혔으며 “‘군의 관여’에 관해 반성과 사죄한다면 세계 각국도 반성과 사죄를 해야 한다. 군이 관여한 전장(戰場)과 성(性) 문제는 일본만의 문제가 아니다”고 강변했다.
보수성향의 요미우리(讀賣)신문은 “‘강제연행’ 오해 퍼진다”, “위안소 주로 민간에서 경영”이라는 제목으로 29일 기사를 실었다.
이 신문은 일본이 위안부 문제로 국제사회에서 비판을 받아온 배경에는 ‘일본군이 많은 여성을 강제연행해 위안부로 삼았다’는 오해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아사히(朝日)신문이 ‘전쟁 때 제주도에서 많은 여성을 강제로 끌고 왔다’고 주장한 일본인 요시다 세이지(吉田淸治·사망)의 발언을 과거에 보도했다가 작년 8월 허위로 판명됐다며 취소한 사건을 거론했다.
요미우리는 “일본에서는 당시(전쟁 때) 매춘이 합법적으로 인정됐고 공적으로 관리하는 ‘공창제도’도 존재했다”며 “위안부제도는 그런 공창제도를 전쟁터로 들여놓은 측면도 있다”고 보도했다.
위안부 제도의 강제성을 불편하게 여기는 세력은 ‘강제성이 없었다’는 직접 표현을 사용하는 대신 ‘강제 연행이 확인되지 않았다’, ‘강제연행을 주장한 요시다의 이야기가 거짓으로 판명됐다’는 등의 화법을 자주 쓴다.
이런 식의 담화는 피해자가 겪은 고통을 직시하기 어렵게 하며 위안부제도의 비인도성이나 참혹성을 교묘하게 흐릴 것으로 보인다.
한국 정부가 문제의 완전한 해결이라는 카드를 던진 상황에서 나온 이런 움직임은 앞으로 점점 수위가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이를 우려한 탓인지 앞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 아시아연대회의는 잘못된 역사인식이 기반을 둔 공인의 발언을 금지하고 그런 발언에 명확하고 공식적인 반박을 하는 것을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취해야 할 조치 중 하나로 제시했다.
일본 역사학계는 강제 연행의 여부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사건의 본질을 흐리는 것이며 강제연행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고 여러차례 지적해 왔다.
최근 수년간 한국 여론이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더 격렬하게 반응했던 것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의 요직에 있는 인사들이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본질을 흐리는 발언을 수시로 내뱉었기 때문이다.
이를 고려한다면 앞으로 일본 주요 정치인이나 유력 인사가 어떤 태도를 보이는지가 위안부 문제의 해결에 중요한 요소다.
한국 정부는 일본 정부가 10억 엔(약 97억원)을 내서 피해자를 위한 사업에 협력하는 것을 핵심 요건으로 문제의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인 해결을 28일 약속했다.
그러나 한국에서 이른바 ‘망언’으로 평가하는 언동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는 조치는 이날 합의에 포함되지 않았다.
합의는 위안부 문제에 관해 “당시 군의 관여 하에 다수 여성의 명예와 존엄이 깊이 손상된 문제”라고 규정했을 뿐 일본 우파 세력이 이 문제로 한국 측을 도발하는 항목인 ‘강제성’에 관해서는 명확한 견해를 밝히지 않았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해결을 위해 노력해 온 일본 시민단체 사이에서는 ‘군의 관여’라는 표현이 군의 주도적인 개입을 흐리는 방편이라는 지적까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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