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언론 “한일 위안부 합의는 미국 압력에 의한 정치적 선택”

중국언론 “한일 위안부 합의는 미국 압력에 의한 정치적 선택”

입력 2015-12-29 14:32
수정 2015-12-29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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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관계 전환점” 평가하면서도 ‘한미일 동맹’ 강화 가능성에 촉각 “‘철저한 반성’과 너무 동떨어져” 혹평…한국의 ‘중립유지’ 메시지도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29일 한일 양국이 군위안부 문제에 대한 역사적 합의를 이룬 것과 관련,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우경화 행보로 갈등을 빚어온 한일관계가 전환점을 맞게 됐다고 평가했다.

또 동북아 차원에서도 두 주요 경제체제가 이룬 “역사문제에 대한 의미심장한 진전”은 아시아의 안정과 발전의 기반을 더욱 탄탄하게 만드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화통신은 그러나 한일 간의 이번 합의는 “(일본의) 자각된 양심에 의한 것이라기보다는 미국의 압력 속에서 만들어진 정치적 선택이라는 측면이 더욱 크다”며 “이는 또한 유감”이라고 논평했다.

홍콩 봉황망(鳳凰網)은 전날 오후 위안부 협상 타결 소식을 다룬 장문의 기사에서 “군 위안부 문제는 한일관계에서 ‘눈엣가시’ 같은 존재였다”며 “한일 관계가 큰 발걸음을 내디뎠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역시 “일본이 회담에서 내건 조건들을 보면 ‘철저한 반성’과는 한참 동떨어져 있다”며 합의사항의 한계점을 지적했다.

특히 “역사는 망각을 허용하지 않으며, 역사를 귀감으로 삼아야만 비극이 재발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며 “사과했으니까 다시는 위안부 문제를 제기할 수 없다는 법이 어떻게 있을 수 있느냐”며 일본 측 태도를 비판했다.

봉황망은 “이번 한일간 위안부 문제 타결은 사실상 외교적 측면, 정부 차원에서 달성된 합의”라며 한국의 위안부 생존자들이 기대했던 사과와는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언론들은 한일 간의 이번 합의가 동북아 형세, 특히 역내 강국들의 역학 구도에 미칠 파급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고 촉각을 곤두세웠다.

봉황망은 “한국과 일본은 모두 미국의 동맹으로 역사문제 갈등은 미국의 머리를 아프게 해왔다”고 말했다.

근년 들어 미국은 아시아 재균형 정책을 추진해왔고 그 연장선상에서 동맹인 일본이 재무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미국의 또 다른 동맹인 한국이 일본의 행보를 강하게 반대하며 엇박자를 내왔다는 것이다.

봉황망의 이런 분석 속에서는 사실상 한일 위안부 문제 타결로 미국의 대아시아 정책이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내포돼 있다.

미국의 아시아 재균형 정책은 ‘대중국 포위 전략’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인민일보 자매지 환구시보(環球時報)는 이날 사설에서 “한일 (위안부) 협의는 양국의 큰 사건이긴 하지만 동북아 형세에 대한 영향력은 크지 않다”며 “일본이 한국이라는 ‘부담’을 덜었다고 해서 대중(對中) 투쟁 능력이 증가된 것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또 “일본 정부가 역사 문제에 대한 태도를 바꾸지 않는 한 중국이라는 관문을 통과할 수 없으며, 마찬가지로 한국이라는 관문 역시 통과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특히 한일 간의 이번 위안부 문제 합의는 전체 역사 문제의 일부에 지나지 않고, 중국과 한국의 역사문제에 대한 태도는 ‘외교적 이익’에 우선하는 ‘도의적인 것’이라고 주장하며 “이번 협의는 한국의 주변 외교 대조정으로 확대되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일 간 역사갈등의 경우, 중국이 동북아지역 최대 파워로 전면적으로 ‘굴기’(堀起)하는 상황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환구시보는 한일 간 위안부 문제 타결은 한중 간 과거사 공조의 기초를 약화시키고 이를 통해 일본이 중국과의 대결에 더욱 집중할 수 있게 만들어주려는 미국의 전략적 셈법이 작용한 것으로 보는 이들의 견해도 소개했다.

그러면서 한국의 ‘중립적 태도’를 은근히 부각하는 메시지도 발신했다.

이 신문은 “한국은 중미일한 중에서 실력이 가장 약하다. 이 때문에 각국은 모두 한국에 호의를 표시하고 있고, 적극적으로 (한국의 협력을) 쟁취하려 하고 있다. 한국은 현재 가장 순조로운 동북아외교를 전개하고 있고 그 비용이 아주 낮은 시기를 보내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한국은 오랫동안 중-미, 중-일의 ‘중립’을 유지해왔다. 미국은 이를 받아들였고 중국도 역시 이를 이해했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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