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정 첫 헌재 심판대 오른 ‘진보당 해산’

헌정 첫 헌재 심판대 오른 ‘진보당 해산’

입력 2013-11-06 00:00
수정 2013-11-06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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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무회의 청구안 통과… 朴대통령 순방 중 재가

헌정 사상 처음으로 정부가 5일 통합진보당 해산 심판을 헌법재판소에 청구했다.

정부는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정홍원 국무총리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고 법무부가 긴급 안건으로 상정한 ‘위헌정당 해산 심판 청구의 건’을 심의·의결했다. 서유럽을 순방 중인 박근혜 대통령은 청구안을 전자결재로 재가했고, 이후 정부는 국회의원직 상실 결정 청구를 비롯해 정당해산 심판 청구안과 정당활동 정지 가처분신청을 헌재에 제출했다. 청구인은 대한민국 정부, 법률상 대표자는 황교안 법무부 장관이다.

비상걸린 진보당사
비상걸린 진보당사 통합진보당이 5일 정부가 통합진보당 해산심판 청구안을 헌법재판소에 제출한 직후 서울 대방동 당사에서 긴급 대책회의를 연 가운데 당 관계자가 사무실 안으로 황급히 들어가고 있다.
안주영 기자 jya@seoul.co.kr
황 장관은 국무회의 직후 “진보당은 강령 등 그 목적이 우리 헌법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반하는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한다”면서 “핵심 세력인 혁명조직(RO)의 내란음모 등 그 활동도 북한의 대남활동 전략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고 청구 배경을 설명했다. 법무부 ‘위헌 정당·단체 관련 대책 태스크포스(TF)’를 맡았던 정점식 팀장은 대통령 순방 중 긴급하게 처리한 것에 대해 “대통령이 출국하기 전 이런 판단을 하고 있다고 관련 보고를 했다”면서 “위헌 정당이라고 판단했는데 그냥 둘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앞서 법무부는 지난 9월 6일 TF를 구성한 뒤 진보당의 활동 분석과 해외 사례 수집, 전문가 의견 수렴 등을 통해 진보당의 강령과 활동 등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된다고 판단했다.

이와 관련, 법무부는 “진보당은 설립 목적과 활동에 위헌성이 있고 당 전체가 종북 정당화돼 이를 방치하면 우리나라의 존립을 위태롭게 할 우려가 상당히 높다”고 밝혔다.이날 오전 청구안(사건번호 2013 헌다 1)을 접수한 헌재는 6일 사건을 배당하고 본격적인 심리에 착수할 예정이다. 헌재는 준비절차를 통해 전문가 진술을 청취하고 의견서 등을 제출받을 수 있다. 이어 본격적인 심리에 들어가면 증인 신문과 증거 제출 등 양측의 법정공방이 시작된다.

재판관 7명 이상 출석으로 사건을 심리한 뒤 재판관 6명 이상이 찬성하면 정당 해산을 결정할 수 있다. 헌재는 최종 결정 이전에 정부의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여 진보당 활동을 정지하는 결정을 내릴 수도 있다. 헌법재판소법에 따라 180일 이내에 진보당의 해산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그러나 강제규정이 아닌 데다 법리 검토가 길어질 수도 있어 180일을 넘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당 해산이 결정되면 법에 따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정당 등록을 말소하게 되고, 당의 재산은 국고에 귀속된다. 유사 대체 정당을 만들 수 없고, 해산된 정당 명칭은 사용할 수 없다. 다만 소속 국회의원 신분에 대해서는 명문 규정이 없어 해석이 엇갈리는 상태다. 헌재가 해산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정부는 동일 정당에 대해 같은 사유로 해산 심판을 청구할 수 없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2013-11-06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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