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법무부가 제출한 3천쪽 분량 기록 검토 들어가
헌정 사상 처음으로 정당해산심판 청구사건을 다루게 된 헌법재판소는 6일 오전부터 긴장감이 감돌았다.정당해산 심판대에 오른 통합진보당 관계자의 시위를 우려한 듯 헌재 정문과 주차장 등에는 경찰 10여 명이 경비를 서고 있었다.
이날 오전 9시 6분께 출근한 박한철 헌재소장은 “정당해산심판 청구를 어떻게 처리할 계획인지”, “180일 이내에 결정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는데 신속한 처리 계획이 있는지” 등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일절 답하지 않고 미소만 띤 채 집무실로 올라갔다.
박 소장은 지난달 26일부터 미국과 캐나다 연방대법원을 방문하고 지난 5일 저녁 6시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박 소장은 공항에서 진보당 정당해산심판 청구가 접수됐다는 보고를 받았다. 심판청구를 미리 예상한 듯 특별한 반응은 보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박 소장은 이날 출근 직후 재판관 8명을 모두 모아 티타임을 갖고 주심 배정 등 사건 처리 방향에 관해 협의했다.
당초 사안의 중대성에 비춰볼 때 박 소장과 재판관들이 협의를 통해 주심을 결정할 것으로 관측됐다.
그러나 티타임에서 불필요한 정치적 논란을 불러일으키지 않기 위해서 통상적인 방법대로 전자추첨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고 박 소장이 이를 수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후 2시 추첨을 통해 이정미(51·16기) 재판관으로 주심이 정해지면서 헌재는 긴박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주심 결정과 함께 사건 검토를 위한 연구팀도 별도로 구성됐다.
일반적으로는 주심에 속한 전속연구관이 사건 내용을 검토해 재판관 회의에 보고하지만, 헌재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연구관 여러 명으로 별도의 팀을 꾸리기로 했다.
이들 연구관은 전날 법무부에서 접수한 기록을 넘겨받아 본격적인 검토에 들어갔다.
헌재 관계자는 “연구팀을 위한 별도 사무실은 마련하지 않았다. 개별 연구관들이 각자 연구실에서 기록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정당해산심판청구 사건은 통상적인 헌법소원이나 위헌법률심판과 달리 정치적으로 매우 민감한데다 접수된 기록도 방대한 분량이어서 검토에 오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5일 정오께 법무부에서 제출한 기록은 3천쪽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헌재에 접수되는 사건은 주요 사건이라 하더라도 기록이 100쪽 안팎인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으로 많은 분량이다.
헌재 관계자는 “헌재에서 일반적으로 다루는 사건과 달리 사실 관계 입증이 필요한 사건이어서 제출된 기록도 많은 것으로 보인다”며 “기록 검토에도 많은 시일이 소요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주심을 맡은 이정미 재판관은 이날 박한철 소장의 결재를 거쳐 피청구인 측인 진보당에 정당해산심판 청구사건이 접수됐음을 공식적으로 통지하고 국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도 청구서 등본을 보낼 예정이다.
피청구인 측은 청구사실과 관련해 답변할 사항이 있으면 통상적으로 30일 안에 답변서와 증거자료를 제출하게 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