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중산층 부담 최소화하겠다” 국회서 손질 가능성 시사 野 “월급쟁이 세금폭탄…MB부자감세 철회” 증세카드 제기
여야는 9일 ‘중산층 세(稅) 부담’을 증가시키는 내용을 포함하는 정부의 세법개정안을 놓고 본격적인 논쟁에 돌입했다.이번 개정안에서 세금 부담이 증가하는 ‘연간 근로소득 3천450만원 이상 434만명’ 계층에는 중산층 전문직이 상당수 포함된다.
이들은 세금에 민감하고 정치적 의사가 뚜렷하다는 점에서, 10월 재·보선과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둔 정치권으로서는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새누리당은 ‘부자에게서 돈을 더 걷어 서민에게 나눠준다’는 기본 방향에 공감하면서도 중산층 부담에 조심스러운 표정인 반면 민주당은 세법개정안을 ‘월급쟁이 세금폭탄’으로 규정하고 ‘정부 때리기’에 나섰다.
세법개정안은 정기국회 기간 국회의 세부 검토를 거쳐 연말 새해예산안 처리와 맞물려 일괄 처리된다. 따라서 ‘중산층 표심’을 염두에 둔 여야의 세금 논쟁은 정기국회 기간에 더욱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상의 미묘함도 이런 전망에 무게를 싣는다.
우선 새누리당은 ‘중산층 부담 논란’이 자칫 정치적 역풍으로 이어질까 경계하는 표정이다.
최경환 원내대표는 주요당직자회의에서 “성실하게 세금을 납부한 ‘유리지갑’ 중간소득층과 샐러리맨의 세 부담이 지나치게 증가하는 것은 반드시 시정돼야 한다”고 밝혔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여당 간사인 나성린 의원도 “야당의 ‘중산층 세금폭탄’ 주장은 국민을 호도하는 것”이라면서도 “행여 중산층이나 봉급생활자의 세부담이 과도하게 증가하지 않도록 꼼꼼히 따지겠다”고 강조했다.
김기현 정책위의장도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이번에 고소득층이 그야말로 세금폭탄을 맞았는데 이는 적절한 방향”이라며 “다만 일부 늘어나는 중산층의 부담을 어떻게 더 줄일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론 추이에 민감한 수도권의 재선 의원은 “당장 샐러리맨이 피해보는 거 아니냐”면서 “지방선거도 있는데, 광범위한 의견을 수렴해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맞서 민주당은 세법개정안의 문제점을 집중 부각함으로써 ‘중산층 지킴이’로서의 이미지를 내세우려는 모습이다.
김한길 대표는 서울광장 천막당사 최고위원회의에서 “중산층을 더욱 벼랑 끝으로 내모는 세제개편안”이라고 지적했다.
전병헌 원내대표는 “배고픈 서민의 등골을 빼서 배부른 재벌과 대기업의 배만 채워주는 ‘등골브레이커형(부모의 등골이 휠 정도의 경제적 부담을 안긴다는 의미의 은어)’ 세제개편”이라고 노골적으로 비판했다.
민주당은 이참에 이명박정부에서 이뤄진 ‘부자감세’를 철회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소득세 과표구간 조정 및 세율 인상 등으로 ‘부자증세’를 하자는 얘기다.
기획재정위 야당 간사인 김현미 의원은 연합뉴스에 “부자감세를 철회하지 않은 상태에서 세수를 확보하려다 보니 중산층에도 세 부담을 전가한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상임위인 최재성 의원도 KBS라디오 인터뷰에서 “(세율 인상 등) 직접 증세없이 찔끔찔끔 세제를 손봐서는 재정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면서 “부자감세를 철회하지 않다보니 중산층 근로자의 주머니까지 턴 격”이라고 꼬집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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