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밖 김용준 총리 지명에 기자회견장 ‘술렁’

예상밖 김용준 총리 지명에 기자회견장 ‘술렁’

입력 2013-01-24 00:00
수정 2013-01-24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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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도의 보안 속 인선작업..언론 하마평 모두 빗나가朴당선인 직접발표에 기자회견장 보안 강화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24일 김용준 국무총리 지명은 특유의 ‘철통 보안’ 속에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인수위 주변에서는 청빈함과 조직내 호평 등을 바탕으로 김능환 전 중앙선거관리위원장과 조무제 전 대법관, 이강국 전 헌법재판소장 등 ‘청렴 법조인’을 유력 후보군으로 거론했지만 이러한 예측은 보기좋게 빗나갔다.

김용준 현 인수위원장은 이날 오후 2시 발표시각을 10여분 앞두고 서울 삼청동 인수위 공동기자회견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가 단상에 올라 마이크 옆 의자에 착석해 있었지만 취재진 누구도 그가 총리로 지명될 것으로는 예상하지 못했다.

김 지명자는 언론에서 총리 후보로 거의 거론되지 않았던 인물이다. 이 때문에 이날도 인수위원장 자격으로 박 당선인의 총리 지명 기자회견에 배석한 것으로 취재진은 이해했던 것.

하지만 박 당선인은 “저와 함께 새 정부를 이끌어갈 국무총리 후보자는 현재 18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계시는 분”이라며 ‘김용준 지명’을 전격 발표했다.

발표 순간 공동회견장에 모인 취재진들 일부가 “아!”하고 탄식하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는 등 술렁대는 분위기였다.

박 당선인은 이날 삼청동 인수위 공동기자회견장을 직접 찾아 지명자를 발표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새 정부의 구성과 관련해 가장 핵심적인 인선을 국민에게 직접 설명하겠다는 취지로 이해됐다.

‘국가원수급 경호’를 받는 박 당선인이 인수위 기자회견장을 찾은 것은 지난 6일 인수위 출범 이후 처음이다.

이 때문에 인수위 기자회견장 주변에는 검색대와 폭발물 탐지견이 등장하는 등 보안 수준이 대폭 강화됐다.

◇통의동 朴비서실 주도 = 총리후보자 인선은 철저하게 박 당선인의 주도로, 극도의 보안 속에 이뤄졌다는 후문이다.

15년간 곁에서 당선인을 보좌해온 이재만 보좌관을 중심으로 통의동 당선인 비서실에서 인선 작업을 도운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인 인선 과정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박 당선인측은 청와대 등 현 정부가 보유한 유력인사의 신상 정보도 별로 참고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인수위의 한 인사는 “정보기관조차도 이번 인선을 전혀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귀띔했다.

박 당선인은 최근 외국특사 접견 등 주요 외교일정을 제외하고는 외부 일정을 거의 잡지 않고 총리 인선에 심혈을 기울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 덕분에 총리지명자 발표는 ‘속전속결’로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5년전 이명박 당선인은 1월 28일에 한승수 총리 후보를 지명했다. 이번 인수위가 5년 전보다 열흘가량 늦게 출범한 점을 감안하면 박 당선인이 총리인선에는 상대적으로 속도를 낸 셈이다.

김 위원장은 기자회견에서 ‘언제 연락을 받았느냐’는 질문에 “며칠전에 통보받았다”고 답했다.

당초 인수위 안팎에선 국민대통합 차원에서 호남 인사가 발탁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지만 이후로는 경제위기 극복 등을 위해 능력을 봐야 한다는 이른바 ‘인물론’이 부각했다.

그러나 인수위의 정부조직개편에서 경제부총리가 신설됨에 따라 총리직에는 ‘경제통 인물론’보다는 통합 이미지를 갖추거나 청백리상의 법조인 출신이 기용되지 않겠느냐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었다.

김 위원장의 총리후보 낙점은 이러한 콘셉트를 두루 고려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헌법재판소장을 역임하면서 겸손하고 성실한 성품으로 법조계에서 신망이 두터워 ‘법과 원칙’을 중요시하는 박 당선인의 스타일에 들어맞지 않았겠느냐는 것이다.

김 위원장이 “지금 우리나라가 여러가지 면에서 질서가 제대로 잡혀있지 않다고 생각하니까 법과 질서가 지배하는 사회로 가야 된다는 생각”이라며 ‘법과 원칙’을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총리후보 전격 발표..측근들도 “몰랐다” = 이날 총리 후보 지명자 발표는 당선인이 기존에 보여준 스타일대로 ‘철통 보안’ 속에서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인수위측은 오전 10시께 출입기자단에게 문자메시지를 통해 “오늘 오후 2시 제18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공동기자회견장에서 주요인선 발표 예정입니다”라고만 공지했다.

이후 취재진은 발표대상, 발표자, 발표 방식 등을 파악하느라 4시간 동안 분주하게 움직였다.

다만 이날 오전부터 긴박한 정황이 감지되기는 했다. 오전 9시에 열린 인수위 간사단 회의를 전후해 인수위 일각에서 ‘오전 중 중대발표’ 사실이 흘러나왔다.

한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이날중 총리 지명 여부에 대해 “오늘 발표해도 늦는 것 아닌가” “언론에서 자꾸 지연된다고 하니까”라며 발표가 임박했음을 시사했다.

하지만 인수위 핵심관계자들조차 “자세한 내용은 알지 못한다”고 함구했고, 당선인 측에서도 이날 총리후보자 한 명만 발표될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만 흘러나올 뿐 인선에 대해서는 하나같이 “아무것도 모른다”고 답했다.

이 때문에 인선 발표가 예고된 오후 2시까지 4시간 동안 취재진은 그간 하마평에 총리 후보군으로 이름이 오르내렸던 인사들을 중심으로 당선인에게 연락을 받았는지 확인하기 위해 취재력을 총동원했다.

일부 기자들은 김능환 중앙선관위원장, 조무제 전 대법관 등 유력 후보로 거론됐던 이들의 집에 찾아가기도 했으나, 철통 보안 속에 발표 직전까지 총리지명자는 철저하게 비밀에 부쳐졌다.

이날 김용준 지명자가 박 당선인이 도착하기 10분 전 미리 공동기자회견장에 도착해 단상 위에 놓인 의자에 앉아 있었으나, 총리지명자가 바로 눈앞에 있다는 사실을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다.

김 지명자가 당연히 인수위원장 자격으로 동행했다고 생각한 취재진은 그가 당선인의 발표에 앞서 옷 속에서 종이를 꺼내 긴장된 표정으로 혼자 입으로 되뇌였던 말이 얼마 후 발표할 소감문이었던 사실을 뒤늦게서야 눈치챘다.

박 당선인의 측근들도 발표 직전 또는 발표를 통해 김 위원장의 총리지명 사실을 알고 깜짝 놀랐다는 후문이다.

이날 당선인 발표의 사회를 본 조윤선 당선인 대변인과 배석했던 이정현 당선인 정무팀장도 기자들이 인선 내용을 미리 알았는지 묻자 “전혀 몰랐다”고 답하며 놀란 표정을 짓거나 손사래를 쳤다.

◇朴당선인 기자회견장 방문에 수색 ‘철저’ = 박 당선인이 오후 2시 직접 인수위 공동기자회견장을 찾아 김용준 총리지명자를 발표하면서 2시간 전부터 탐지견까지 동원한 철저한 수색이 이뤄졌다.

청와대 경호처는 기자들이 점심식사를 하러 자리를 비운 정오부터 폭발물 탐지견 네 마리를 데려와 취재진 170여명의 소지품을 구석구석 살폈다.

앞서 박 당선인 측 관계자가 오전에 기자실을 찾아 소지품 수색이 있을 것이라고 양해를 구하면서 박 당선인이 오후 기자실을 찾아 직접 총리지명자를 발표할 것임이 예고됐다.

당선인 발표를 앞두고는 소지품 및 몸 수색 절차를 기다리는 취재진이 기자실 앞에 100m가량 줄을 서는 ‘진풍경’도 펼쳐졌다.

경호처는 각 사 출입기자들 중 일부에게 경호 마크를 표시하는 스티커를 부착하도록 하고 스티커 소지자에 한해 출입을 허용하는 등 철저히 출입을 통제했다.

박 당선인이 기자실이 있는 인수위 본관 건물에 도착해 차에서 내려 2층까지 계단을 오를 때도 방송사의 생중계를 위한 최소한의 인력만 취재가 허용되는 등 ‘삼엄한’ 경호가 펼쳐졌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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