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바라크 정권 때 외교 노선과 큰 차이 없을 듯…이스라엘과 관계 주목
이집트 대선 결과 군부 실세인 압델 파타 엘시시(60) 전 국방장관의 당선이 확정되면서 이집트 대외 정책에도 변화가 일지 주목된다.우선적으로 엘시시는 대외 정책 분야에서 지난해 7월 자신이 축출한 이슬람주의자인 무함마드 무르시 전 대통령 정권과는 어느 정도 차별화된 행보를 보일 것으로 관측된다.
그 대신 3년 전 ‘아랍의 봄’ 민주화 시위로 퇴진한 호스니 무바라크 전 대통령의 외교 노선을 또다시 밟게 될 가능성이 그만큼 커졌다.
이집트 외교 정책의 가장 큰 관심사는 이스라엘과의 관계다.
중동 역학 관계에도 영향을 미치는 대이스라엘 정책은 당분간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엘시시는 대선 직전 이집트와 이스라엘의 평화협정을 존중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했다. 또 “팔레스타인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이스라엘을 방문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전제 조건이 깔렸지만 엘시시가 이스라엘을 방문할 용의가 있다는 점을 간접적으로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국제 협정은 존중하되 이스라엘과 1979년에 맺은 평화조약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무슬림형제단 강경파의 기본 입장과는 다른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이스라엘은 엘시시와 좌파 정치인 함딘 사바히 두 대선 후보 중에서 엘시시의 당선을 내심 원했다.
이스라엘 뿐만 아니라 미국도 친미 의존도가 높았던 무바라크 정권의 대외정책 기조를 계속 유지해나갈 차기 지도자를 바라고 있다.
미국 입장에서 이집트를 통해 이스라엘의 안보를 보장하고 중동 지역에서 영향력을 유지하는 게 핵심 과제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엘시시가 군부의 힘을 빌려 자유민주 선거로 선출된 무르시 전 대통령을 강제로 축출했을 때도 ‘쿠데타’란 표현을 쓰지 않았다.
게다가 미국은 러시아가 이집트에 대한 무기 판매를 저지해야 할 입장이고 엘시시가 강력히 추진하는 ‘대테러전’은 양국의 관계를 우호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요인으로 분석된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 등 친미 노선을 유지해온 인근 아랍국가들 또한 무바라크 정권의 외교정책과 노선을 계승하는 정부가 들어서는 것을 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엘시시 집권이 아랍의 판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관심을 끈다.
미국과 밀착해 이스라엘과 평화적인 관계를 유지해왔던 무바라크 정권 붕괴 이후 3년간 혼란기 끝에 들어선 새 정부가 대외정책을 대폭 바꿀 경우 중동지역 전체에 예측불허의 연쇄반응을 가져올 것이기 때문이다.
이집트는 이스라엘 건국(1948년)과 제1차 중동전쟁(1948~49년) 이후 이스라엘과 평화조약을 맺은 최초의 아랍 국가로서 중동 평화의 주춧돌 역할을 해 왔다.
게다가 이집트는 미국의 중동전략에서 교두보 역할을 해 온 터라 이집트의 외교 노선이 이스라엘은 물론 팔레스타인 등 아랍 전체에 미칠 파급력은 적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이집트 정국 혼란이 1년 내로 끝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고 경제마저 크게 악화하면서 엘시시 집권 자체가 당장 아랍의 판도 변화에 영향을 주기는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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