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엘시시 표적 무슬림형제단 다시 지하로

이집트 엘시시 표적 무슬림형제단 다시 지하로

입력 2014-06-04 00:00
수정 2014-06-04 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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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전 이집트 집권세력이던 무슬림형제단이 군부 실세인 압델 파타 엘시시(60)의 대통령 당선 확정으로 존립이 더 위태롭게 됐다.

엘시시가 대선 직전인 지난 5월 이집트 방송과 한 인터뷰에서 “당선되면 이집트에서 무슬림형제단을 사라지게 할 것”이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지난해 7월 축출된 무함마드 무르시 전 대통령의 복권을 촉구하며 반군부운동을 주도하는 무슬림형제단에 선전 포고를 한 셈이다.

군부가 이끄는 과도정부는 지난해 8월 무르시 지지 시위대를 무력 진압한 이래 연일 초강경 대응으로 몰아붙였다.

그 결과 무슬림형제단 지도부를 포함해 무르시 지지자 등 최소 1만6천명이 투옥됐고 일부 무슬림형제단 간부는 외국으로 빠져나갔다.

무함마드 바디에 무슬림형제단 의장은 폭력을 선동한 혐의 등으로 법원으로부터 이미 사형을 선고받았다.

무슬림형제단은 지난해 12월 테러단체로 공식 지정된 데다 이 조직이 창당한 자유정의당의 활동도 전면 금지됐다.

1928년 이슬람 부흥운동 조직 성격으로 이집트에서 창설돼 이웃 국가로 세력을 넓혀온 무슬림형제단이 군부의 강경 일변도 탄압에 존폐 기로에 선 것이다.

이처럼 전방위적인 공격을 받는 무슬림형제단이 앞으로 어떤 노선을 택할지는 불투명하다.

무슬림형제단은 대선 전까지 ‘투표 거부’ 운동을 펼치면서 평화적인 대응 방식을 유지해 왔다.

그러나 무슬림형제단 탄압이 더 거세지면 1981년 이후 이어온 비폭력·평화주의 기조를 지키면서 출구 전략을 모색할지, 아니면 알카에다나 다른 지하디스트(이슬람 성전주의자)처럼 폭력 노선으로 전환할지 갈림길에 설 수 있다.

일각에서는 강경 노선으로 기울어질 우려가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다.

이집트 정부가 무슬림형제단 활동을 전면 차단해 선거 등 합법적인 방법으로 조직을 재건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해 진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이는 저항활동을 계속하겠다고 밝힌 무슬림형제단 내부의 강경파 발언이 더욱 힘을 싣게 할 개연성이 있다.

무슬림형제단이 이슬람 과격단체의 영향을 받을 우려도 있다.

알카에다와 탈레반 국제 테러조직들은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을 통해 이집트에서 ‘성전’을 벌일 것을 주장하기도 했다.

이집트 정부는 최근 시나이반도 등에서 테러를 일삼는 이슬람 무장세력 ‘안사르 알마크디스’가 무슬림형제단과 연계돼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무슬림형제단은 이를 부인해 왔다.

오히려 무슬림형제단은 엘시시가 이집트 첫 자유선거로 선출한 민간 대통령인 무르시 대통령을 몰아내는 쿠데타를 감행하고 군부 반대 시위에 참가한 민간인을 대량 학살했다고 비난해 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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